[경제의 눈]좋은 일자리,R&D에 길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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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홍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장
이상홍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장
통계청의 고용동향에 따르면 국내 실업자 수는 올해 1월 이후 6개월 연속 100만 명을 웃돌았다. 청년 실업자는 이 중 절반에 달한다. ‘좋은 일자리’를 찾으려는 청년들은 막막할 뿐이다. 일자리 전체를 늘리는 것도 어려운데 좋은 일자리 창출은 그야말로 첩첩산중이다.

좋은 일자리는 어디에 있을까. 우선 미래 성장성이 큰 산업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이 대표적이다. 특히 연구개발(R&D) 부문은 좋은 일자리로 꼽힐 만하다. 휴대전화, 반도체, TV 등에서 세계 1위인 삼성전자는 전 세계에 38개 생산 거점을 두고 있다. 반도체를 빼면 해외 생산량이 압도적으로 많다. 하지만 R&D 인력은 전체의 70%가 국내에서 일하고 있다. 기업의 핵심가치를 창출하는 R&D 인력은 국내에 두고 있다는 얘기다.

독일은 1970년대 초 대내외 여건으로 중소기업이 줄줄이 도산하기 시작했다. 독일 정부는 이때 ‘PKZ’란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내용은 간단하다. 중소·중견기업이 석·박사급 R&D 인력을 고용할 때 인건비를 정부에서 전액 지급하는 것이다. 1979년부터 9년간 연방정부 R&D 예산의 10%인 32억 마르크(당시 약 2조2000억 원)를 이 프로그램에 투입했다. 결과적으로 중소·중견기업의 석·박사급 R&D 인력이 3만8000명 증가했다. R&D를 본격 수행하는 기업도 33% 이상 늘어났다. 오늘날 독일이 히든 챔피언의 왕국으로 불리는 밑거름이 됐다.

한국에도 좋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정부 프로그램이 없는 건 아니다.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IITP)는 2015년부터 ICT특별법에 따른 ‘ICT 학점연계 프로젝트 인턴십’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대학생이 기업 R&D 프로젝트에 참여해 인턴십을 수행하면 학점을 인정해주는 방식이다. 기업은 정부 자금으로 인턴수당과 운영비 등을 지급해 부담이 적다. 대학생들은 인턴십 종료 후 해당 기업에 곧바로 취업할 기회를 갖는다. 지난해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학생의 22%가 졸업 후 해당 기업에 채용됐다. 이 비율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턴 후 채용된 학생들의 직무 적응도와 업무 만족도는 대단히 높다고 한다. 기업은 원하는 인재를 찾고, 취업 준비생들은 좋은 일자리를 갖게 됐다.

한발 더 나아가 ICT 부문 R&D를 수행하는 전체 중소·중견기업으로 대상을 확대하면 어떨까. 지난해 IITP의 각종 지원사업 대상이 된 기업은 1200여 개다. 이들 기업 모두에 인턴을 1명씩만 보낸다면 향후 5년간 6000명의 인턴십과 1300여 명의 고용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

인턴을 정식 직원으로 채용하는 기업에는 기술료 감면 등 인건비에 상응하는 적절한 인센티브 제공도 생각해 볼 수 있다. 판을 키워 국가 R&D 전체, 그리고 기업뿐만 아니라 국책연구기관까지 확대한다면 인턴십을 통한 일자리 창출 효과는 매우 클 것이다.

물론 R&D 전담기관의 철저한 평가와 관리·감독이 이뤄져야 한다. 관련 규정의 개정, 제도 개선 등 선행돼야 할 숙제도 남아 있긴 하다. 하지만 청년들에게는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고, 중소·중견기업들은 우수한 인재 확보 기회를 줄 수 있다면 분명 도전할 가치가 있다.

이상홍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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