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의 눈]디자인은 새로운 기간산업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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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우 경북대 교수·전자부품연구원 이사장
이장우 경북대 교수·전자부품연구원 이사장
제4차 산업혁명과 함께 구조 대전환기를 맞은 한국 경제에서 소프트 분야의 핵심인 디자인이 재조명되고 있다.

디자인에 대한 전통적인 제1의 관점은 시각적으로 아름다운 형태를 창조하는 것을 의미한다.

제2의 관점은 디자인을 비즈니스 프로세스의 중요한 일부로 보는 관점이다. 예를 들면 애플은 기술과 비즈니스 전반에 걸쳐 디자인을 전략적으로 적용함으로써 소비자에게 새로운 가치를 창조했다.

제3의 관점은 디자인 개념을 사회에 기여하는 활동으로 확장시키는 것이다. 복잡한 사회적 문제를 풀기 위해서 다양한 정보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해결책을 제안하는 데 중점을 둔다. 특히 도심 재개발, 에너지의 효율적 사용, 교통 문제, 공공 서비스 분야 등에 적용해 국민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한다.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들어선 현재 새로이 고려해야 할 것은 제4의 관점이다. 이는 앞의 세 가지 관점을 국가 수준에서 통합해 국가 경쟁력을 제고하는 촉매로서 디자인을 바라보는 것이다. 특히 창조경제에 접어들어 디자인은 감성과 문화 심미 요인들을 기반으로 국가 전반을 혁신시키는 엔진 역할을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영국은 20여 년 전 제조업 경쟁력 하락 추세를 디자인을 포함한 창조 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함으로써 국가 창의력을 제고했다. 그 결과로 1인당 국내총생산(GDP) 2만 달러의 벽을 14년 만에 깨고 2006년 4만 달러를 돌파했다. 영국에서 디자인은 전체 국가 GDP의 약 2.4%(부가가치 기준)를 차지해 국가 경쟁력 제고를 위한 촉매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한국 경제 발전을 위해서는 창의적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한 신시장 개척이 선행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과학기술과 문화심미 요인의 융합이 필수적이다. 정보기술(IT)이 과학기술 축을 활용하는 중요 수단이듯이 디자인 융합은 문화심미 축을 활용하고 감성 가치를 창조하는 핵심 수단임에 틀림없다.

따라서 디자인 산업은 문화, 예술, 기술, 비즈니스 등을 융합해 국가 경쟁력을 제고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필요가 있다. 단순히 제품과 비즈니스 전략만이 아니라 새로운 개념적·사회적 가치 창출 등으로까지 그 범위를 확장할 필요가 있다. 하드웨어 중심 경제에서 중화학공업이 중요하듯이, 소프트 중심 경제에서는 새로운 기간산업으로서 디자인 산업을 전략적으로 키워야 한다.

한국 경제가 안고 있는 또 다른 과제는 중국 경제의 굴기에 대한 대응이다. 한국 경제의 돌파구는 아직 중국이 따라오지 못한 소프트 분야에 승부수를 두는 것이다. 특히 디자인 산업은 라이프스타일, 패션,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등 창조산업에 속해 있으면서 모든 분야와 융합이 가능하다.

결론적으로, 제4의 관점으로서 디자인은 한국 경제가 추격형에서 선발형으로 전환하는 데 촉매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디자인 자본(Design Capital)과 같은 새로운 정책개념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경제에 신뢰(Trust)가 중요해짐에 따라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 개념이 등장했듯이 경제에 감성(Emotion)과 소프트 분야가 중요해짐에 따라 디자인 자본이라는 새로운 정책 개념을 우리가 주도해야 한다. 앞으로 국가 수준에서 디자인 자본을 축적하고 활용하기 위한 정책 개발이 필요하다.
 
이장우 경북대 교수·전자부품연구원 이사장
#디자인#기간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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