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의 눈]금융 혁신이 찻잔 속 태풍이 아닌 이유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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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용원 키움증권 대표이사
권용원 키움증권 대표이사
2000년 온라인을 기반으로 증권업을 시작한 핀테크 1세대 증권사의 최고경영자(CEO)인 필자도 요즘 진전되는 금융 혁신의 소용돌이 앞에 정신이 혼미할 지경이다.

올해 2월 22일 비대면 증권계좌 개설이 허용됐다. 3월 14일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도입됐다. 4월 18일에는 온라인 ISA도 시작됐다. 앞으로 계좌이동제, 크라우드펀딩, 클라우드 서비스, 인터넷전문은행 등 핀테크 서비스가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온라인과 디지털 기술을 모태로 한 금융 혁신이 일상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혁신은 오프라인에 익숙한 금융업과 규제환경, 금융소비자의 소비행태에 변혁을 가져오고 과거에 안주하려 하는 회사들을 매우 곤란하게 만드는 파괴적 혁신일까. 아니면 소리만 요란한 찻잔 속 태풍으로 끝날 것인가. 필자는 몇 가지 이유에서 금융 혁신이 찻잔 속 태풍에 그치진 않을 것으로 본다.

첫째, 전자상거래에서 일상이 된 유비쿼터스 서비스가 금융에서도 본격화하고 있다. 앞으로 하루 24시간, 365일 공간의 제약 없이 금융 계좌를 개설하고, 금융 상품을 구매하고, 자산관리를 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온라인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둘째, 온라인 사업모델은 그 특성상 수수료가 낮다. 저금리, 저성장, 고령화로 투자자들은 저렴한 수수료의 장점, 특히 장기 투자에서 수수료 차이가 가져오는 복리의 마법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그 파괴력은 시간이 갈수록 커질 것이다. ‘세제 혜택이 있고 수수료가 싼 상품을 잘 찾아라’는 것은 워런 버핏 등 투자 대가들이 권하는 투자의 제1원칙이다.

셋째, 온라인 서비스의 수준이 고도화될 것이다. 그 가공할 잠재력은 이미 바둑에서 알파고가 입증했다. 직관적이어서 간결하지만 투자자들이 충분히 숙지할 수 있는 금융 서비스가 온라인으로 제공될 것이다. 계약 절차의 투명성 등에서도 온라인이 더 유리한 측면이 있다.

넷째, 혁신의 공급자가 다양하고, 이들은 혁신을 지속할 힘이 있다. 창의성으로 무장한 핀테크 벤처기업이나 온라인금융전문회사,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에 뛰어든 카카오 같은 비(非)금융 분야의 역량 있는 회사가 완성도 높은 혁신 생태계를 조성하고 있다.

다섯째, 금융소비자의 서비스 소비 행태가 디지털·온라인 친화적으로 바뀌고 있다. 청년층은 물론이고 한국 경제의 허리를 담당하는 30∼50대 투자자, 심지어 노년 투자자들까지 디지털 기술, 스마트폰 활용 능력을 갖춰가고 있다.

마지막으로 정책 담당자들이 멈추기 어려운 혁신 열차를 출발시켰다. 그들은 과거 아날로그 시대에 만들어진 규제의 틀을 온라인, 디지털 혁신이라는 시대적 요구에 맞추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과거의 틀과 미래의 변화 사이에 논리적 충돌이 있을 수 있고 가보지 않은 길이기에 시행착오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변화의 대세는 바뀌지 않을 것이다. 편리성, 생산성, 경제성 측면에서 온라인이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인기 드라마 ‘태양의 후예’의 주인공인 유시진 대위(송중기)와 강모연 박사(송혜교)가 가공의 국가 ‘우르크’ 현지에서 ISA에 가입하는 장면을 상상해 본다. 아무리 국가 방위와 수술 때문에 바쁘다고 해도 그들도 노후 대비는 해야 할 것 아닌가. 이것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없는 온라인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변화는 기회다. 온라인 혁신은 금융투자회사, 금융 투자자, 정책 입안자 모두가 새로운 가치 창출에 동참하는 ‘골든 게이트’다.

권용원 키움증권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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