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경영 지혜]‘기업활동의 증인’ 숫자를 알면 경영이 보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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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표 건설사인 현대건설이 매물로 나왔다. 외환위기를 거치며 파산에 이르렀던 현대건설은 워크아웃을 거쳐 흑자로 돌아섰다. 부활한 현대건설은 알짜배기 매물로 시장에 등장했다. 현대상선과 현대자동차가 현대건설 인수 후보로 나섰다. 처음에는 인수 금액을 더 많이 써낸 현대상선이 새 주인 자리를 꿰차는 듯했다. 하지만 고려되지 않던 항목들이 하나둘 수면으로 올라오면서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상황을 바꾼 것은 ‘자금 조달의 적정성’이라는 새롭고도 특이한 조항이었다. 이 조항은 무엇이며 왜 등장했을까. 이것이 현대건설 인수전의 판도를 바꾼 이유는 무엇일까.

사정은 이랬다. 현대상선 측에서 써낸 인수가격은 5조5000억 원. 재무제표상 현대상선 측에서 보유한 현금은 많지 않았다. 최소 4조 원 이상을 외부에서 조달해야 할 것으로 예측됐다. 그러던 중 입찰 서류에 표시된 보유자금 가운데 이상한 명세가 발견됐다. 프랑스 나티시스은행에 현지 법인이 예치해뒀다는 자금 1조2000억 원이 문제로 불거졌다. 매출액이 1억 원도 안 되는 작은 현지법인이 1조2000억 원이나 되는 막대한 예금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에 의문이 제기됐다. 채권단은 자금의 출처를 밝힐 것을 요구했지만 현대상선 측에서 응하지 않았다. 결국 ‘자금 조달의 적정성’을 입증하지 못한 현대상선이 후보에서 탈락했고, 입찰에서 2순위였던 현대자동차가 최종 인수자로 확정됐다.

기업 활동은 방대하고 다양해서 일일이 열거하기 어렵지만 어딘가에는 반드시 자취를 남기기 마련인데 그 어딘가가 바로 회계요, 그 안에 적힌 숫자다. 아무리 복잡하게 얽히거나 민낯을 가리려 애를 써도 숫자는 거짓말을 할 수 없다. 내막을 파악하고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회계를, 그리고 숫자들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같은 제목으로 두 권의 책을 낸 바 있는 최종학 서울대 교수가 2년 만에 ‘숫자로 경영하라’ 3편을 내놨다.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회계라는 객관적 잣대를 들이대 국내 기업들에서 벌어진 주요 사례를 꼼꼼히 분석했다.

최한나 기자 han@donga.com
#기업활동#현대상선#경영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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