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경영 지혜]아내 몰래 주식 투자하는 남편, 돈 잃을 가능성 높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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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신(overconfidence)은 자기 지식의 정확성을 실제보다 과대평가하는 경향을 일컫는다. 예를 들어 처음 방문하는 낯선 동네에서 내비게이션을 사용하지 않고 목적지를 찾으려는 사람은 주변 지리에 대한 본인의 정보를 과신한다고 볼 수 있다. 이와 유사하게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는 투자자는 자기가 추정한 주가에 과도한 확신을 가진다. 또 본인의 추정치가 다른 투자자의 그것보다 더 정확할 것이라 믿고 주식을 지나치게 자주 매매하곤 한다.

캘리포니아대의 테런스 오딘과 브래드 바버 교수는 이와 관련해 재미있는 연구를 했다. 이들은 미국의 약 3만5000가구가 개설한 증권사 계좌를 분석해 성별에 따른 주식 거래량과 이에 따른 수익률을 비교했다.

분석 결과 남성 투자자들이 여성 투자자보다 평균 1.5배 높은 거래회전율을 보였다. 더 자주 거래했다는 의미다. 이는 남성이 여성보다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는 경향이 강하고 이에 따라 더 빈번하게 주식을 사고팔았다는 것을 나타낸다. 또한 매매거래의 빈도와 수익률 사이에는 반비례 관계가 존재했다. 주식을 자주 매매하면 할수록 수익률은 오히려 낮아졌다는 뜻이다. 이는 남녀 모두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난 현상인데 그중에서도 남성 투자자들의 수익률 하락이 더 컸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성별에 따른 매매 빈도와 수익률 차이는 기혼 남녀보다 미혼 남녀 사이의 비교에서 더 명확하게 나타났다. 결혼한 남자는 투자 의사결정을 할 때 아내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이로 인해 자신의 투자능력에 대한 과신이 미혼 남자에 비해 약해질 수 있다. 이는 주식 매매 빈도를 줄이고 수익률 하락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 연구 결과에 따른다면 부인 몰래 주식 투자를 하고 있는 남편들은 지금이라도 부인들에게 이실직고하고 투자에 대한 전권을 위임하는 게 좋을지도 모를 일이다.

엄찬영 한양대 파이낸스경영학과 교수
#DBR 경영 지혜#주식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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