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경영 지혜]자율이 방임이 안되려면… 업무가치 명확히 공유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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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은 다양한 구성원이 모인 공간이다. 조직원 서로가 중시하는 업무 가치도 다를 수 있다. ‘안정성 vs 도전’ ‘스피드 vs 꼼꼼함’ 식으로 말이다. 조직이 중시하는 업무 가치를 명확히 하지 않은 상황에서 자율이 주어진다면? 서로 다른 업무 가치를 가진 조직원들은 서로 내가 맞네, 네가 틀리네 하며 불필요하게 싸우게 된다. 심지어 나의 최선이 상대에게는 미숙함이나 부주의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팀장이 영문 카탈로그 제작 업무를 대리에게 맡기며 “전권을 위임한다”고 했다. 대리는 팀장의 높은 기대에 부응하려고 오자(誤字) 하나 만들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다 보니 팀장과 약속한 마감일을 하루 넘겨서야 결과물을 전달할 수 있었다. 대리는 팀장에게 칭찬을 기대했다. 하지만 팀장은 마감 시간도 하나 못 지키느냐며 화를 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팀장은 분명히 “모든 걸 믿고 맡긴다”고 말했다. 하지만 팀장이 가장 중시한 업무 원칙은 마감 시간을 지키는 것이었다. 이는 팀장이 최우선시하는 업무 가치가 서로간의 신뢰를 만드는 ‘약속 준수’라는 것을 뜻한다. 협력이 필요한 조직 생활에선 무엇보다 서로 약속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게 팀장의 믿음이다. 맞는 말이다. 문제는 팀장이 자신이 중시하는 업무 원칙을 구체적으로 표현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만약 대리가 팀장이 가장 중시하는 업무 가치가 약속을 지키는 것이란 사실을 알았다면 어땠을까. 아마 상사를 기다리게 하지 않고 미리 정해 놓은 마감 일정을 연기하는 등 새로운 답을 찾아냈을 수 있다.

많은 리더가 말한다. 조직원의 자율성을 발현시키려면 일단 믿고 맡겨야 한다고. 하지만 이때 조심해야 할 점이 있다. 까딱 잘못하면 조직원에게 ‘자율’을 주는 것이 아니라 ‘방임’해버리는 사태가 벌어지기 때문이다. 방임하지 않으면서 자율적인 조직을 만들기 위해선 조직에서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과 기준, 즉 업무 가치를 정해 명확하게 공유해야 한다.

한철환 HSG 휴먼솔루션그룹 성과관리연구소장 chhan@hsg.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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