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경영 지혜]불확실성의 시대, 아래로부터의 혁신이 해답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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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우리 기업들은 고위 경영자가 의사 결정을 하면 부하 직원들이 실행하는 이른바 ‘톱다운(top-down)’식의 일사불란하고 빠른 실행력으로 승부해왔다. 이런 방식으로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중화학공업, 액정표시장치(LCD), 반도체 등의 장치산업에서 효과를 봤다. 그러나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경영진이 혁신을 주도하기보다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의사결정에 반영하는 이른바 ‘보텀업(bottom-up)’ 혁신이 필요하다.

예전 칠레 경제위기와 식량부족 사태, 그리고 해결과정을 살펴보면 톱다운 방식의 위험성과 보텀업 방식의 힘을 알 수 있다. 경제위기와 식량부족에 시달리던 칠레에 미국은 원조를 제공하면서 농경제학자들을 파견해 칠레의 고지대에서 이뤄지는 감자농사를 둘러보게 했다. 한 밭에서 10가지 이상의 다양한 감자가 자라고 있었는데 어떤 종자는 많은 감자를 산출했지만, 다른 종자는 단지 몇 알갱이만 산출했다. 원조팀은 이런 방식의 비효율이 높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원조팀은 많은 감자가 나오는 종자로 전체 경작지에 파종 수확하는 계획을 수립했다. 감자가 15% 증산될 것으로 예측됐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일시적으로 생산량이 늘었지만 갑작스러운 병충해나 이상기후가 발생하자 생산량이 자꾸 줄었다. 안데스 산맥에서 수천 년간 감자를 키워온 현장 농민들의 경험이 사실은 더 옳았다. 다양한 종자 중에는 당장 산출량이 적어도 이상기후나 병충해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것들이 존재했다. 비능률적으로 보이지만 다양성을 보장하는 경작법이 미래의 예기치 못한 재앙에 대비하는 최선의 방법이었다. 그들로부터 왜 다양한 종자를 재배하는지 묻고 보텀업 혁신의 방법으로 계획을 세웠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수 있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기상이변같이 갑작스러운 경제 환경 변화가 나타나는 시대에 선택과 집중은 위험하다. 분산과 다양성으로 승부하고, 대기업이라면 작은 독립조직 같은 소사업부를 만들어 현장 직원의 아이디어와 경험을 토대로 다양한 실험을 전개해야 한다.

이병주 생생경영연구소장 capomar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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