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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경제

[‘손톱밑 가시’를 뽑자]“뭐든지 파는 인터넷 세상 동네떡집은 왜 안되나요”

입력 2013-01-14 03:00업데이트 2013-01-15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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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만원 검사기계 없으면 온라인 판매-배달 못해
동네 떡집 ‘두루가’의 정진숙 사장이 정성스럽게 떡을 진열하고 있다. 그는 “저 같은 영세 상인들이 잘살 수 있도록 이런저런 작은 규제들이 사라졌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11일 오후 서울 노원구 월계동 성북역 1번 출구 앞의 동네 떡집 ‘두루가’. 흰색 벽지와 노란색 조명이 따뜻한 느낌을 주는 약 39m² 규모의 작은 떡집이다. 시루떡 백설기 등 전통 떡, 형형색색의 꿀떡 등이 잘 차려져 있었다.

30분 동안 손님 3명이 들러 총 8000원어치의 떡을 사갔다. 사회복지사 출신인 정진숙 사장(35·여)은 “정성을 다하면 돈을 벌 수 있겠다 싶어 직장을 그만두고 지난해 3월 떡집을 열었는데 생각보다 쉽지가 않네요”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젊은 사장답게 인터넷을 통해 판로(販路)를 뚫어 보려 했지만 불가능했다. 떡집은 즉석판매제조업으로 분류돼 영업장 이외의 장소에서는 떡을 파는 게 허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인터넷 판매가 안 되는 것은 물론 전화로 주문받아 배달할 수도 없다. ‘제조·가공한 식품을 영업장 외의 장소에서 판매해서는 안 된다’라는 식품위생법 시행규칙 때문이다.

“한번 와서 떡을 맛본 손님들의 반응은 괜찮습니다. 그 다음부터는 전화로 주문을 하지요. 전화 주문을 받을 때마다 최대한 공손하게 ‘직접 방문하셔야 합니다’라며 사정을 설명하지만 참 답답합니다. 지척인데도 배달을 못 한다니….”
“넓은 시설 갖춰야 값싼 정부양곡 매입… 동네떡집엔 그림의 떡” ▼

○ 떡은 왜 인터넷 판매를 할 수 없죠?


정 사장과 떡집을 동업하는 이재영 사장(38)도 “전화로 주문했다가 ‘안 됩니다’라고 하면 누가 굳이 찾아와 떡을 사먹겠습니까”라며 울분을 토했다.

이들은 전통음식인 떡을 키워 ‘스타벅스’처럼 산업화하겠다는 꿈을 안고 떡집을 차렸다. 하지만 동네 배달은 물론 인터넷 홍보도 안 된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전단을 뿌려 동네 주민들에게라도 홍보해 볼까 생각했지만 ‘어차피 배달도 못 하는데 무슨 소용인가’ 싶어 이마저 포기했다. 떡을 인터넷으로 팔 수 있는 방법이 있긴 하다. SPC그룹의 떡 카페 ‘빚은’처럼 ‘자가 품질검사’ 시스템을 갖추고 일반식품제조가공업으로 등록하면 된다. 그러나 대부분 33m²(10평) 남짓한 정도의 동네 떡집에서 수천만 원이 드는 검사기계를 들여 놓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이 사장은 “빚은을 보고 인터넷 판매를 시도했다가 벌금을 문 영세업자도 많다”라며 “어설픈 규제가 대형 프랜차이즈만 도운 셈”이라고 꼬집었다.

○ 정부 관리 양곡도 그림의 떡

동네 떡집들을 힘들게 하는 또 다른 손톱 밑 가시는 가공용 쌀 매입 기준이다. 양곡관리법 및 시행규칙은 가공용으로 활용할 수 있는 값싼 정부 관리 양곡(쌀)의 매입 자격 기준으로 ‘제조시설 면적이 16.5m² 이상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매장이 넓은 중대형 떡집은 주 재료인 쌀을 싸게 살 수 있지만 가게 내부의 제조시설 면적이 법에서 정한 기준보다 좁은 영세 상인은 정부 관리 양곡보다 3배 이상 비싼 일반미로 떡을 만들 수밖에 없다.

이 같은 규제는 영세 떡집들이 정부 관리 양곡을 싸게 산 다음 이를 되파는 방식으로 시장을 왜곡하는 사례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제조시설 면적 제한으로 부정 유통을 막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형편이 어려워 암암리에 정부 관리 양곡을 거래하는 영세 상인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재현 한국떡류식품가공협회장은 “영세 상인들을 범죄자로 내모는 이 규제를 당장 개선해야 한다”라며 “매입 자격 제한을 없애거나 시설 면적 제한 없이 최소한의 쌀 가공 처리 능력만 요구하는 방식으로 기준을 바꿔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떡의 인터넷 판매 규제에 대해서도 “정부에서 말하는 ‘자가 품질검사’라는 것이 검사받을 제품을 스스로 정하는 검사인데 이게 영세 상인들에게 부담을 주려는 것 외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라고 비판했다.

정지영 기자 jjy2011@donga.com
조재환 인턴기자 연세대 국제관계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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