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핫 이슈]메릴린치 투자실패 쓴맛 한국투자공사, 올 수익률 9.3%로 거듭난 비결은?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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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로 리스크관리… 직접 가보고 투자…


“요즘 헤지펀드들이 연 4∼5%의 수익률을 내기도 힘들던데, 어떻게 한 겁니까?”

최근 일본 도쿄(東京)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 마이클 에번스 골드만삭스 부회장은 최종석 한국투자공사(KIC) 사장을 만나 고개를 갸우뚱했다. KIC의 투자성과를 듣고 난 뒤 궁금증이 풀리지 않아서였다. 최 사장은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을 때에도 성장성을 보고 꾸준히 투자했다”고 에번스 부회장에게 말해주었다.

KIC가 올해 유럽 재정위기 등 녹록지 않은 시장상황에도 불구하고 목표치를 웃도는 수익률을 나타내 한껏 고무됐다. 2008년 메릴린치 주식투자로 거액의 손실을 봤던 때와 분위기가 정반대다. 하지만 KIC가 경제규모에 걸맞은 국부펀드로 자리 잡으려면 덩치를 키우고 전문성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목표치 초과 달성

KIC는 올해 1∼9월 주식과 채권 투자수익률이 9.3%로 운용목표 9.1%를 넘어선다고 21일 밝혔다. 이는 지난해 ―3.3%의 수익률로 원금까지 까먹은 것과 대조적이다. 또 KIC는 2005년 설립 이후 처음으로 운용자산 500억 달러를 돌파했다. 누적 투자이익이 55억 달러에 이르면서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에서 위탁받은 자산 446억 달러까지 합하면 순자산이 501억 달러가 됐다.

2008년은 그야말로 KIC의 암흑기였다. KIC는 당시 메릴린치 주식을 20억 달러어치 사들였다. 곧장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쳐 메릴린치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합병됐고 KIC는 BoA 주식을 주당 29달러에 받았다. 하지만 미국 신용등급 강등으로 BoA 주가는 주당 6달러까지 곤두박질쳤다. 당시 손실액은 13억 달러로 국내에서 국외 주식투자 중 최대 손실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 리스크 최소화와 깐깐한 투자

KIC는 이를 반면교사로 삼았다. 유로존 위기 같은 변수를 최소화하기 위한 ‘테일 리스크 헤징’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평소와 다르게 움직이는 지표들, 이른바 ‘블랙 스완’에 해당하는 지표들을 분류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박용덕 KIC 투자전략실 부장은 “개인의 판단이 아니라 역대 데이터를 바탕으로 짜인 시스템에 따라 투자전략을 세워 투자위험을 최소화했다”고 말했다. 또 조직별로 위험예산 제도를 도입해 자산운용 목표치를 할당하면서 위험을 허용하는 목표치까지 함께 배분했다.

또 투자를 하더라도 최대한 깐깐하게 집행했다. 투자대상을 반드시 눈으로 확인하고 투자하는 ‘발로 뛰는 투자’의 원칙을 고수했다. 브라질의 철광석기업 투자를 맡은 KIC 투자운용본부의 오모 과장은 출장길에 경비행기를 타고 광산을 직접 찾아가 철광석 샘플을 채취한 뒤 성분을 살펴 투자를 결정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KIC는 올해 들어 웰스파고와 BNP파리바, 맥쿼리증권을 비롯해 해외 금융사 경력자를 기존 44명에서 54명으로 늘렸다.

KIC가 한국의 대표 국부펀드로 자리 잡으려면 여전히 갈 길이 멀다. KIC의 1인당 자산 운용한도가 4억5000만 달러로 카타르국부펀드(1억1000만 달러)나 싱가포르국부펀드(2억2000만 달러) 등과 비교했을 때 많다. 반면에 덩치가 세계 19위로 경제 규모에 비해 적은 편이다. 또 BoA 투자가 올해 역시 40%에 육박하는 손실을 보이면서 KIC의 발목을 여전히 잡고 있는 점도 해결해야 할 숙제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메릴린치#한국투자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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