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마켓 뷰]금융허브 뺏긴 홍콩 ‘스마트시티’로 변신중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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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4월 홍콩 행정부 주관으로 열린 ‘제4회 국제 정보기술(IT)전’에서 시장의 주목을 받은 행사는 ‘인터넷 경제 서밋’이다. 이 행사의 성공을 위해 홍콩 행정부가 들인 공은 각별했다. 렁춘잉(梁振英) 홍콩 행정장관이 개회사를 하고, 황장지(黃江吉) 샤오미 공동 창업자 겸 부총재 등 중국 IT 거물들이 연사로 나섰다. 홍콩 경제에 대한 위기감을 불식시키고, IT와 각종 산업을 결합한 ‘재(再)산업화’를 새로운 비전으로 제시한 자리였다.

홍콩은 그동안 잘 짜인 법률 체계, 자유롭고 개방적인 시장경제를 바탕으로 물류와 금융의 글로벌 중심지로 인식돼 왔다. 하지만 최근 중국 상하이, 싱가포르에 아시아 물류 허브의 지위를 내줬고, 국제 금융 도시로서의 경쟁력 순위도 싱가포르에 세계 3위를 내주고 4위로 하락했다. 홍콩이 중국과 세계를 잇는 슈퍼 커넥터로서의 매력을 잃고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홍콩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내렸다.

홍콩 경제는 내부적으로도 심각한 침체를 겪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유커)의 홍콩 방문이 급격히 줄면서 홍콩 도심의 명품 매장들이 문을 닫고 있으며, 높은 임차료를 감당하지 못한 유명 식당들도 폐점을 고려하고 있다.

홍콩 디즈니랜드는 작년 대규모 영업 손실을 기록하면서 2005년 공원 개장 이래 처음으로 직원 100여 명을 해고했다.

홍콩 행정부로서는 위기 극복이 절실한 상황이다. 현지에서 기대하는 부분은 홍콩이 ‘재산업화’를 통해 성공한 경험이 있다는 점이다. 1980년대까지 홍콩 경제를 이끈 제조업의 중국 본토 이전이 본격화되자, 홍콩은 중국과 세계를 이어 주는 허브 전략을 추진했다.

그 결과 서비스 및 금융 중심 경제 체제로 탈바꿈했고, 홍콩은 전 세계 기업과 금융기관에 위안화 무역 결제, 파이낸싱 및 투자 서비스를 제공하는 세계 최대의 역외 위안화 허브가 됐다. 현재 홍콩에는 세계 100대 은행 중 70개 은행이 진출하는 등 200개 이상의 은행이 홍콩에서 영업하고 있다.

그로부터 약 30년이 지난 지금 중국의 시장 자유화 및 개방 정책으로 홍콩의 역할이 축소되자 홍콩은 다시 산업 재편을 꾀하고 있다. 홍콩은 물류와 금융의 중심지에서 스마트시티로의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이미 구축된 슈퍼커넥터의 입지에 IT를 결합해 모든 산업이 혁신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도시를 건설하는 것이다. 홍콩 행정부는 스마트시티 시범 지역을 선정하고, 중국의 스마트시티 개발 연합과 홍콩의 스마트시티 컨소시엄이 테크(Tech) 허브를 건설하는 협약을 맺었다.

홍콩의 노력에 한국도 관심을 갖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 아시아 금융 허브를 노리고 있는 한국도 언젠가는 변화가 필요한 시점을 맞이하게 된다. 홍콩의 변신 과정을 면밀히 살펴본다면 금융 허브 이후의 발전 방향에 대한 대응 방안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성유열 대신증권 홍콩법인장
#금융허브#스마트시티#인터넷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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