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 경제]금감원이 전화해도… “보이스피싱이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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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민기·경제부
신민기·경제부
“안녕하십니까. 저는 금융감독원 금융사기대응팀….”

“또 보이스피싱이냐! 도대체 왜 자꾸 전화질이야.”

최근 금융감독원 금융사기대응팀의 한 직원은 대포통장을 신고한 A 씨에게 포상금을 지급하기 위해 전화를 걸었습니다. 하지만 A 씨는 소개를 받자마자 버럭 화부터 냈습니다. A 씨는 금감원 직원의 말도 듣지 않고 “인생을 왜 그렇게 사느냐”며 화를 내더니 “또 전화하면 목을 뽑아버리겠다”고 단단히 엄포까지 놓더라는 겁니다. 신고자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금감원 공식 전화번호(1332)를 안내하고 담당자를 찾아 달라고도 했지만 소용없었습니다. 결국 이 직원은 신고 당시 접수된 e메일로 포상금 지급 안내를 위한 장문의 편지를 보내고 답을 기다리고 있다고 합니다.

최근 금감원 직원을 사칭한 보이스피싱이 늘면서, 금감원 직원들도 덩달아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지난달 24일에는 금감원 회계제도실장의 실명까지 사칭한 보이스피싱 사기범이 피해자에게 “신분증이 도용돼 예금을 안전하게 금감원에 맡겨둬야 한다”며 현금 4000만 원을 자택 냉장고에 보관하도록 한 뒤 이를 몰래 가로채간 일도 있었습니다.

금감원 직원들은 민원인에게 전화로 상담을 하거나 안내할 일이 많은데, 보이스피싱을 의심하는 경우가 많아 업무 처리가 힘들다고 하소연합니다. 금감원 금융사기대응팀은 올해 4월부터 대포통장 신고 포상제를 시행하고, 신고자에게 기여 정도에 따라 10만∼50만 원의 포상금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포상금 지급이 결정되면 신고자에게 연락해 계좌번호 등의 정보를 받아야 하는데, 실제 이런 방식으로 보이스피싱을 시도하는 사기범들이 많다 보니 도무지 믿지를 않는다는 겁니다. 금감원의 한 직원은 “민원인에게 친절하게 안내를 하려고 전화를 걸었는데 다짜고짜 욕설을 한 바가지 듣고 나면, 오해 때문이라는 걸 알면서도 속이 상한다”고 말합니다.

보이스피싱 범죄가 빚어낸 ‘불신(不信)사회’에 씁쓸한 마음이 듭니다. 오죽하면 모르는 번호로 걸려온 전화에 겁부터 날까요. 하지만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보이스피싱과 실제 관공서를 구분하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금감원이나 은행 등은 절대 특정 계좌로 돈을 입금하라고 하지 않습니다. 보이스피싱인지 아닌지 의심이 된다면 일단 전화를 끊고, 인터넷 등에 안내돼 있는 공식 전화번호로 다시 연락을 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신민기·경제부 minki@donga.com
#금감원#보이스피싱#포상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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