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경제]롯데에 칼은 뽑았는데 ‘플랜B’는 없고… 공정위의 고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12일 03시 00분


코멘트
손영일·경제부
손영일·경제부
지난달 31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롯데그룹에 일본 롯데 등 롯데의 일본 계열사들에 대한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한 지 열흘 넘게 지났지만 아직 롯데로부터 아무런 반응이 없습니다.

공정위가 제출 시한으로 제시한 20일까지 남은 기간은 9일. 롯데 안팎에서 “공정위 자료 제출이 어려울 수 있다”는 얘기마저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 보니 공정위로선 애가 타는 상황입니다.

롯데 경영권 분쟁이 롯데그룹의 불투명한 지배구조 문제로 불똥이 튀자 공정위는 20일까지 롯데 해외 계열사의 주주, 주식보유, 임원 현황에 관한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자료를 받아 분석하는 과정에서 L투자회사나 광윤사 등 베일에 싸여 있는 롯데의 실질적 지배회사들의 단면이 드러날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공정위는 롯데가 제대로 자료를 제출하지 않을까 봐 노심초사하는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롯데가 해외 계열사의 현황을 파악하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일본 측 주주들이 자료 공개에 부정적이라는 얘기가 돌고 있기 때문입니다. 롯데가 한국 공정위에 일본 계열사 정보를 제공할 경우 자신들의 신분이 드러날 수도 있는데 일본 주주들로서는 꺼릴 수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롯데가 자료를 제출하지 않는다 해도 공정위가 롯데에 자료 제출을 강제할 수단이 없다는 것입니다.

공정거래법에는 롯데가 정당한 이유 없이 자료 제출을 거부하면 그룹 총수 등을 형사고발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습니다. 이때 받는 처벌은 1억 원 이하의 벌금형입니다. 벌금 1억 원만 내면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대응할 만한 카드가 마땅하지 않습니다. 직접 일본에 가서 해외 계열사를 조사하기도 여의치 않고 일본 정부의 협조를 받기도 어렵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공정위는 “아직 며칠 시간이 남았으니 마지막까지 지켜보자”는 얘기밖에 못 하는 형편입니다. 여론의 압박이 큰 만큼 롯데가 결국 자료를 제출하지 않겠느냐는 희망 섞인 기대를 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답답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공정위의 고민이 더욱 깊어지고 있는 모습입니다.

손영일·경제부 scud2007@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