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섹션 피플]獨정부 인정 치즈 마이스터 정용삼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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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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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낙농업, 목장치즈로 활로 찾으세요

사진 제공 농촌진흥청 축산과학원
사진 제공 농촌진흥청 축산과학원
“지금은 알 것 같아도 돌아가서 혼자 해보면 몰라요. 그 느낌을 몸으로 익히세요. ‘말랑말랑하다’는 게 어느 정도인지 책에 나온 것만 봐서는 알 수 없어요.”

2일 경기 수원시 농촌진흥청 축산과학원에서 만난 정용삼 씨(65·사진)는 수강생 10여 명에게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치즈 만드는 법을 가르치고 있었다. 2003년 이후 매년 한두 차례 한국을 찾아 낙농농가에 치즈 교육을 하는 그는 독일 정부가 인정한 ‘치즈 마이스터’다.

해방둥이로 태어난 정 씨는 1970년 외국에서 공부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독일 파견 광원에 지원했다. 3년여의 의무 근무기간을 마친 그는 ‘기술 없이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1974년 독일 리스비크 축산연구소에 입사했다.

‘한국에 돌아가서 편하게 소나 키우며 책을 읽을 욕심에’ 축산과를 선택했다는 그는 우연한 기회에 치즈 제조법에 흥미를 느껴 점점 파고들었다. 정 씨는 “치즈는 만드는 법이 다양하고, 지역에 따라 제품도 여러 가지다”라며 “공부가 쉽진 않았지만 그만큼 재미가 있었다”고 회상했다. 치즈 연구에 몰두한 그에게 독일 정부는 1987년 마이스터 자격을 부여했다. 그의 역할을 대신할 직원이 없어 2008년 정년퇴임을 한 후에도 연구소 요청에 따라 계약직으로 여전히 일하고 있다.

그런 정 씨가 매년 한국을 찾는 것은 한국의 ‘목장형 유가공’ 농가들을 돕기 위해서다. 목장형 유가공은 대형 낙농업체와 달리 소규모 농장을 운영하며 직접 생산한 원유로 다양한 관련 제품을 만드는 형태를 말한다. 그는 “목장형 유가공의 장점은 직접 생산한 저지방·고품질 원유 제품을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맛볼 수 있다는 것”이라며 “한국 낙농이 위기라고 하지만 목장형 유가공이 활성화되면 소비자와 농가 모두에 이득이 될 것”이라고 했다.

정 씨를 거쳐 간 제자만 독일에서 3000명, 한국에서 100여 명에 이른다. 그는 “마시는 우유 시장은 점점 줄어들지만 치즈 시장은 커지는 것이 추세”라며 “한국의 제자들이 자신만의 치즈를 선보여 세계무대에 멋지게 데뷔한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고 말했다.

그의 제자들이 직접 만든 치즈는 5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리는 자연치즈 콘테스트에서 맛볼 수 있다. 정 씨는 “소비자들이 목장형 유가공으로 생산한 치즈를 맛본다면 일괄·대량 생산된 치즈는 멀리하게 될 것”이라면서 “2003년 뿌리기 시작한 씨앗이 이제야 서서히 꽃을 피우는 것 같아 기쁘다”며 웃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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