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균 논설위원의 추천! 비즈 북스]‘착한 기업’ 진정성이 고객 사로잡는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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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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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들에게 정당한 비용을 지불하고 이윤을 공정하게 배분하는 농장의 커피 원두를 골라 사는 ‘착한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사진은 커피 열매를 따고 있는 네팔의 여성들. 사진 제공 아름다운 가게
노동자들에게 정당한 비용을 지불하고 이윤을 공정하게 배분하는 농장의 커피 원두를 골라 사는 ‘착한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사진은 커피 열매를 따고 있는 네팔의 여성들. 사진 제공 아름다운 가게
착한 소비자의 탄생 / 체임스 챔피 지음·박슬라 옮김 / 208쪽·1만3000원·21세기북스

삼성그룹은 15일 경기 수원시에 삼성미소금융재단 1호점의 문을 열었다. 삼성그룹 계열사들이 출연한 자금으로 저소득 저신용 계층에 소액 신용대출사업을 하게 된다. 매년 300억 원씩 앞으로 10년 동안 총 3000억 원을 마련할 계획이다. 현대자동차그룹도 어제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에서 현대차미소금융재단 현판식을 갖고 저소득층 대출 같은 사업을 시작했다. 2000억 원의 대출재원을 마련할 계획이다. 저소득층 서민이 대출을 신청해 선정되면 5000만 원까지 연 4.5% 금리로 대출받을 수 있다. 은행 금리보다도 낮다. SK LG 포스코 롯데 등 다른 기업들도 조만간 비슷한 사업을 시작하기로 했다.

기업들은 왜 은행이 해야 할 소액신용대출사업에 나선 것일까. 미소금융사업은 정부의 요청도 있었지만 기업이 정부의 요청을 거부하지 않고 참여한 데는 나름대로 사정이 있을 것이다. 소비자들에게 ‘착한 기업’이라는 인상을 주고 싶었던 게 아닐까.

이 책의 저자인 경영컨설턴트 제임스 챔피는 과거의 소비자보다 훨씬 더 까다로워진 기준으로 무장한 ‘착한 소비자’의 등장에서 해답을 찾는다. 이른바 ‘착한 소비’라는 새롭게 형성된 구매 트렌드는 ‘나쁜 기업’의 제품 소비를 줄이고, 정의와 진정성을 판매하는 기업의 제품 소비를 현저하게 확대시키고 있다. 아프리카 노동자들에게 정당한 비용을 지불하고 이윤을 공정하게 배분하는 농장의 커피 원두만을 취급하는 이른바 공정무역 커피 전문점 ‘싱크커피’가 좋은 예다. 착한 소비자들은 공정무역뿐 아니라 유기농, 고객과의 소통, 빈곤층에 대한 기부, 환경보호 같은 사회적 윤리적 잣대를 들이대기도 한다.

저자는 소비자들이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의심이 많고 까다로워졌다고 말한다. 예컨대 새로운 소비자는 마케팅 생산 투자 같은 기업 활동을 전보다 더 의심스러운 눈으로 살펴보고 감시한다는 것이다. 이런 새로운 소비자의 출현으로 변화된 시장에 기업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새로운 시장에서는 기업이 회사의 이미지와 메시지를 완전히 통제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오히려 소비자들이 결정권을 가지게 됐다. 웹이 고객들에게 새로운 힘을 부여한 것이다. 그러나 웹은 기업에도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 기업 행동을 전보다 더욱 빠르게 인식시키고 평가하는 방식으로 이미지를 바꾸고 개선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렇게 까다로운 시장 환경에서 경쟁하기 위한 전략은 무엇일까. 저자는 컨설턴트답게 “어떻게 해서든 고객의 충성심을 되찾아야 한다는 강력한 의지와 그 본질을 표현할 만한 능동형 동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기업들이 정직하고 투명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진정성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진정성의 가치를 깨달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진정성이야말로 고객 기반을 다지는 핵심 열쇠라고 지적한다. 진정성은 결국 기업에 이익이 되어 돌아온다. 저자는 고객들에게 진정성을 보여줌으로써 성공한 기업의 사례를 소개한다. 아울러 각각의 사례에서 저자가 찾은 고객 밀착의 원칙도 제시한다.

박영균 parkyk@donga.com

비합리적 경제행위에 필요한 ‘간섭’
욕망의 경제학 피터 / 우벨 지음·김태훈 옮김 / 308쪽·1만3800원·김영사

미국 미시간대 의학 및 심리학 교수인 저자는 행동경제학을 활용해 사람들의 의사결정과 그 결정이 경제와 문화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학자다. 그는 “자유로운 시장경제는 무엇이든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는 행복을 주지만 ‘나쁜 선택을 할 자유’까지 보장하는 문제를 만든다”고 말한다. 인간은 이성적이면서도 동시에 비이성적이기 때문에 ‘통제 받지 않은 상황’에서 잘못된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다.

호주머니 사정을 감안하지 않고 외상으로 물건을 사고, 이자 갚을 계획도 없이 신용카드를 마구 긁는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저자는 “인간이 비합리적 행동을 하는 것은 자제력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라면서 ‘적극적인 간섭’을 주장한다. 건강을 유지하는 사람에게 세금의 일부를 돌려주고, 건강에 나쁜 식품을 만드는 기업에 무거운 세금을 부과하는 식으로 적극적인 정책을 펼친다면 ‘자유시장 경제의 맹점’을 보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소비를 놀이처럼 즐기는 ‘소비 인간’
행복의 역설 / 질 리포베츠키 지음·정미애 옮김 / 432쪽·2만5000원·알마

프랑스 그르노블대 철학과 교수인 저자가 현대를 과소비사회로 규정하고 과소비사회의 소비심리를 분석했다. 저자는 과소비사회의 소비자들을 ‘소비 인간(Homo consumericus)’으로 부른다. 이 신종 소비자들은 유동적이고, 기호나 구매 성향이 즉흥적이다. 예전에는 소비를 ‘남과 나를 구분하는 행위’로 여기는 경향이 강했지만, 오늘날 소비 인간은 그보다는 소비의 즐거움을 놀이의 즐거움으로 여긴다.

과소비사회의 소비자는 단순히 물질적 탐욕을 추구하기보다 정신적 안락함과 내적 조화, 주관적 행복을 요구한다. 소비사회의 첫 번째 단계에서 볼 수 있던 물질주의는 이미 지나갔고 그 자리에 영혼을 위한 시장, 자아의 존중과 균형을 추구하는 시장이 등장했다. 저자는 “과소비사회에선 ‘초저가’ 전략만으로 다양한 고객층을 만족시킬 수 없다. 이제는 구매 행위를 축제로 즐기도록 매장을 ‘삶의 공간’으로 꾸며야 한다”고 조언한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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