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기업, 이것이 달랐다]동익건설

동아일보 입력 2009-10-31 03:00수정 2009-10-31 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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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년 오로지 주택사업… “한해 1500채만 짓자”
무차입-무해고 내실 경영 고집
글로벌 경제위기 무사히 넘겨
한국식 아파트, 해외사업 구상


건설업 중에서도 주택사업은 수익성이 높은 만큼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 때문에 건설사들은 해외 사업이나 토목공사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해 리스크를 최대한 줄이려고 한다. 주택 분양에만 의존하다가 주택 경기가 침체돼 미분양이 쌓이면 당장 생존에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내 건설업계에서 주택사업만을 고집해 온 장수기업은 찾아보기 어렵다.

○ ‘30년 주택 외길’ 1세대 건설사

동익건설은 1978년 주택 사업 면허를 취득한 1세대 주택건설업체로 지금까지 생존해 있는 보기 드문 장수 기업이다. 당시 주택면허를 취득해 주택사업만을 고집한 사업자들은 거의 부도를 맞거나 자취를 감췄다. 지금은 동익건설 등 일부업체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새로 면허를 취득한 후배 기업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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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익건설의 모태는 1974년 박성래 회장이 설립한 동익건축사 사무소다. 이듬해 서울 금호동에서 단독주택을 지으며 주택사업을 시작했다. 이어 1983년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에 아파트 300채, 강북구 수유동에 109채 등을 잇달아 준공하며 서울과 수도권 신도시에 아파트를 공급해 왔다. 지난해 매출액은 808억 원, 영업이익은 148억 원으로 영업이익률이 18.3%다.

동익건설이 장수할 수 있었던 비결은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는 내실 경영이다. 다른 중견 건설업체들이 국내 시장을 벗어나 해외 시장에서 먹을거리를 찾을 때도 해외에 진출하지 않았다. 건설경기 호황으로 건설사들이 앞 다퉈 대거 분양에 나설 때도 한 해 1500채 규모의 분양 물량만을 유지했다.

은행에서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사업을 확장한 적도 없다. 1970, 80년대 경쟁사였던 라이프건설 등 다른 주택건설 업체들이 빚을 내 사업을 확장했다가 불경기에 고전하는 모습을 보면서 회사 형편에 맞는 사업 규모를 유지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지난해 글로벌 경제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문을 닫은 주택건설사는 모두 1199곳에 이른다. 2007년(944곳)과 2006년(534곳)보다 각각 26%, 124% 증가한 셈이다. 2007년 말 6979곳이던 등록업체 수가 한 해에 6175곳으로 줄어들면서 후배 기업들이 자취를 감췄다. 하지만 동익건설은 무차입 내실 경영으로 건설업계를 강타한 글로벌 경제위기도 무사히 넘길 수 있었다.

박성래 회장의 무해고 원칙도 동익건설을 든든하게 뒷받침한 원동력이다. 10명 남짓한 직원으로 시작한 동익건설의 직원은 현재 80여 명이다. 회사 창립 이후 한번도 인위적으로 직원을 해고한 적이 없다. 지난해 경제위기로 주요 기업들이 감원에 나설 때도 감원이나 감봉은커녕 예년과 마찬가지로 상여금 700% 지급 원칙을 그대로 지켰다.

○ 내실 시공으로 인정받는 아파트

회사 경영만큼 아파트 짓는 일도 내실에 신경을 쓴다. 박 회장은 ‘집은 서민들의 재산목록 1호’라는 철학을 갖고 있다. 그는 “서민이 가진 가장 비싼 재산인 집을 대충 지어 파는 것은 양심이 허락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동익건설의 목표는 입주한 뒤에도 고칠 필요가 없는 아파트를 짓는 것이다.

최근 등장하는 아파트가 인테리어나 조경 등 눈에 보이는 부분에 많은 돈을 들이는 것과 달리 골조와 설비 등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을 아파트의 ‘혈관’이라고 생각하며 신경을 쓰는 것도 이 때문이다. 1987년 서울 강북구 쌍문동에 아파트를 지을 때는 당시에도 최고급 자재였던 스테인리스강과 동 파이프로 물탱크와 배관 설비를 해 경쟁업체들이 의아해하기도 했다. 박 회장은 “물은 사람 몸에 직접 닿기 때문에 원가가 비싸도 내구성이 좋은 자재를 사용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경기 고양시 고양동의 아파트 준공을 마치고 1년 동안 분양을 준비해온 경기 남양주시 별내신도시의 아파트도 이같이 겉모습이 화려하기보다는 속이 꽉 찬 집으로 지으려고 계획하고 있다. 친환경 자재와 냉난방시설을 도입하지만 인근 단지와 같은 가격으로 분양할 계획이다.

30년을 한결같은 모습으로 유지해온 동익건설도 최근 들어 다양한 사업을 저울질하고 있다. 국내 주택 건설 시장의 경쟁이 점점 치열해진다고 판단해 새로운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박 회장은 “해외 시장에 한국식 아파트를 도입하거나 국내에 직주(職住)근접형 주상복합 건물을 짓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 동익건설 약사 ▼

― 1974년 동익건축사 사무소 설립
― 1978년 서울 동대문구 신설동에 동익건설 설립. 주택건설 사업자등록증 취득
― 1981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으로 본사 이전
― 1983년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에 아파트 300채 준공
― 1989년 건축 토목공사업 면허 취득
― 1993년 서울 수서택지개발지구 수서 동익아파트 330채 준공
― 2003년 국가유공자 주거여건 개선사업으로 국가보훈처장 표창장 수상
― 2004년 경기 고양시 고양동 동익미라벨 1146채 준공
― 2005년 제9회 살기 좋은 아파트 우수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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