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문 이렇게 뚫었죠]삼성중공업 황수영-권국원 씨

  • 입력 2009년 7월 9일 03시 00분


지난해 삼성중공업에 입사한 황수영 씨(오른쪽)와 권국원 씨. 면접과 토론에서 남다른 적극성으로 스스로에 대해 ‘영업 활동’을 벌였다. 사진 제공 삼성중공업
지난해 삼성중공업에 입사한 황수영 씨(오른쪽)와 권국원 씨. 면접과 토론에서 남다른 적극성으로 스스로에 대해 ‘영업 활동’을 벌였다. 사진 제공 삼성중공업
“세상에서 가장 큰 상품 팔고 싶어” “내 경쟁상대는 전세계 학생”
노련함과 당돌함에 면접관도 반했다

《회사가 새로운 인력을 채용할 때는 여러 측면에서 면밀한 검토를 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취업 지원자가 회사의 이런 꼼꼼한 사전 점검을 만족시킨다고 해도 면접에서의 ‘첫인상’이 좋지 않으면 취업문을 통과하기 어렵다. 지난해 삼성중공업에 입사한 황수영 씨(25·여)와 올해 초 이 회사에 입사한 권국원 씨(28)를 처음 만났을 때 ‘왜 삼성중공업이 이들을 선발했는지’ 어렴풋이 감이 왔다. 한참 손위인 기자에게 적극적으로 악수를 청하는 당당한 모습(황 씨)이나 시종 미소를 잃지 않는 여유 있는 태도(권 씨)에는 신입사원답지 않은 ‘노련함’이 묻어 있었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철저한 준비, 그리고 적극성이다. 이들은 모두 해외영업을 담당하는 부서에서 일하고 있다.》

○ 무역 전공이지만 조선업체 목표로 공대생과 교류

황 씨는 “회사가 적극적이고 자신 있는 태도를 높이 평가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면접에서 그런 자신감을 부각하려고 노력했다. 황 씨는 부산대 무역학과를 졸업했다. 면접 전형에서 “왜 무역학과 출신이 제조업체를 지원했느냐”는 질문을 받고는 “세상에서 가장 큰 ‘제조품(배)’을 팔고 싶어서”라고 대답했다. 토론 면접에서는 스스로 나서지 않았는데도 주변 지원자들이 사회자를 시켰다. 그의 적극성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임원진 면접에서 한 임원이 혼잣말로 ‘영업시키면 되겠네’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 말을 듣고는 ‘아, 합격이구나’라고 생각했어요.” 자기소개서에도 그런 면모가 포함됐다. 황 씨는 자기소개서에 ‘소개팅을 8번 주선해 6커플을 성사시켰다’고 적었다. 면접 전형에서도 그의 특이한 자기소개서가 화제가 됐다. 그는 “소개팅 주선은 웬만한 인맥 가지고는 안 되는 것”이라며 은근히 ‘마당발’임을 강조했다. “게다가 당사자들을 웬만큼 깊이 알지 않으면 성사가 안 된다”며 ‘친화력’도 내비쳤다. 마지막으로 “소개팅 당사자는 수줍어서 두 번째 만나기를 꺼리는 일도 있는데 두 번째 만남까지 주선해 커플로 만들었다”고 말해 면접관에게 자신의 ‘적극성’까지 표현했다.

황 씨의 이런 자신감은 사실 철저한 준비에서 나왔다. 처음부터 조선업체 입사를 목표로 한 그는 대학 4학년 시절 취업 면접 동아리 조직을 주도했다. 절반은 공대생으로 동아리를 조직해 그들과 ‘이공계적 소양’을 교류했다. 조선공학과 학생들로부터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조선업 상식을 배우고 책을 찾아 읽었다. 면접 전형에서 “문과생이 조선 분야를 어떻게 그렇게 잘 아느냐”는 말을 들은 것도 그의 이런 준비 덕분이다. 그는 “학점이나 토익점수, 봉사활동 경험 등의 ‘스펙’도 자신감을 갖게 하는 한 요인이므로 소홀히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 중국-프랑스서 인턴… 준비된 해외영업인

권 씨는 자기소개서에 ‘파리의 낭만과 중국의 무한한 가능성으로 삼성중공업의 인재가 되겠다’고 적었다. 권 씨는 “학교는 지방에 있었지만 나의 경쟁상대는 서울에서 공부하는 학생이 아닌 세계의 학생들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경북대 경제무역학과 출신이다.

권 씨는 대학 재학 시절부터 해외영업에 관심이 있었다. 우선 중국의 무한한 가능성이 눈에 들어왔다. 일단 부닥쳐 보는 스타일인 그는 2005년 군 제대 후 ‘무작정’ 중국으로 건너갔다. 학교의 국제교류 프로그램을 통해 하얼빈공대로 어학연수를 떠난 것. 9개월 동안의 어학연수에서 중국어 실력을 쌓은 뒤 현지의 한국 기업에서 6개월 동안 인턴사원으로 일하기도 했다. 처음에는 중국어 인사말도 모르던 그는 1년 5개월여 만에 고급 실력에 해당하는 중국한어수평고시(HSK) 10급 자격을 얻었다.

중국에서 돌아온 그는 이제 프랑스로 눈을 돌렸다. 지난해 한국무역협회를 통해 한 한국 기업의 파리 지사에서 인턴사원으로 일할 수 있었다. 그는 “계약 실무 업무를 처리했는데 꼼꼼히 계약서를 검토하다 누락된 항목을 발견해 8만 파운드의 비용을 절감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중국과 프랑스에서의 인턴 경험은 그를 ‘준비된 해외영업인’으로 만들었다. 삼성중공업이 그를 택한 이유도 이런 면모 때문이었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삼성중공업은 어떤 회사
작년 54척 153억달러 수주
수주량 2년 연속 세계 1위

삼성중공업은 2007년 212억 달러를 수주해 세계 조선 역사상 단일 조선소 규모로는 최초로 200억 달러대 수주를 돌파한 회사다. 지난해에도 모두 54척, 153억 달러를 수주하며 단일 조선소 기준 수주량 2년 연속 세계 1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수주 단가는 2007년 1억9000만 달러에서 2억8000만 달러로 올라가고 드릴십 등 고부가가치선 비중도 78%에서 80%로 확대되는 등 수주의 질적 측면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임을 입증했다.

인사담당자 한마디

황수영 씨는 여성 특유의 친화력과 세밀함, 또 긍정적인 성격을 가지고 면접에 응하는 모습이 돋보였다. 국제대회 통역봉사 등의 활동으로 글로벌한 시각과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준 것도 가점 요인이었다. 권국원 씨는 해외 인턴 과정을 수료해 회사 업무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었다. 이런 점을 면접에서 부각했고, 도전하는 분야에서 최선을 다해 본인이 목표한 바를 이루려고 했던 점이 인상적이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