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문 이렇게 뚫었죠]현대커머셜 입사 송지웅-강효연 씨

  • 입력 2009년 7월 2일 02시 59분


올해 1월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의 계열사 현대커머셜에 공채로 입사한 강효연 씨(왼쪽)와 송지웅 씨. 두 사람은 “취업시장에 떠도는 소문에 현혹되지 말고 관련 지식을 쌓고 모의 면접 연습을 하는 등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미옥  기자
올해 1월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의 계열사 현대커머셜에 공채로 입사한 강효연 씨(왼쪽)와 송지웅 씨. 두 사람은 “취업시장에 떠도는 소문에 현혹되지 말고 관련 지식을 쌓고 모의 면접 연습을 하는 등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미옥 기자
자격증 0점이지만 기본과 정성은 100점

취업카페 동료들과 면접 스터디
순발력-논리력 키우는데 중점
-심사팀 강효연 씨
통계에 해박한 공대 출신 강조
금감원 홈피 찾아가며 회사 연구
-컬렉션관리팀 송지웅 씨

금융권 입사를 준비하던 취업 준비생들에게 지난해 하반기는 특히 잔인한 시기였다. 가뜩이나 좁은 문이 세계 경제위기의 영향으로 더 좁아졌다. 그러나 상경계열도 아니고, 자격증도 없이 9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올해 1월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의 계열사 현대커머셜 공채에 입사한 송지웅 씨(27·컬렉션관리팀 근무·연세대 정보산업공학과 졸업)는 “경기가 어려워 취업시장 상황이 바뀐다거나 트렌드가 변한다는 말에 일희일비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공대를 졸업한 송 씨는 자격증은 없지만 대신 △통계와 수학적 지식 △금융시장 전반에 대한 이해 △통계 패키지 프로그램 사용능력을 갖춘 것이 자신의 장점이고, 회사가 원하는 인재상에도 부합하는 요소들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요소로 우선 뼈대를 세우고 전공 특성상 팀을 이뤄 작업한 일이 많은 점 등 경험으로 살을 만들어 붙였다. 송 씨는 입사 전형 각 과정에서 자신의 3가지 장점을 자연스럽게 알리는 데 주력했다. 자기소개서나 일반 면접은 물론이고 영어 면접에서 “전공이 뭐고 왜 그 전공을 선택했는가”라는 일반적인 질문을 받을 때에도 ‘현대커머셜이 찾는 사람과 나는 이러이러한 점에서 일치한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답을 풀어나갔다.

회사는 그의 잠재력을 높이 샀다. 현대커머셜 관계자는 “커 가는 회사인 만큼 인재를 채용할 때도 발전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고 말했다. 밋밋하지만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전략을 세운 건 함께 입사한 강효연 씨(25·여·심사팀 근무·서울대 통계학과 졸업) 역시 마찬가지다.

강 씨는 인터넷 취업카페에 모인 동료들과 면접 스터디를 했다. 한 사람이 준비해 온 질문을 던지면 즉석에서 다른 사람들이 답하고 서로의 답을 평가해주는 방식이었다. 최근의 경제 흐름과 시사 상식을 높이는 게 주목적이었지만 강 씨는 답변의 뼈대가 되는 순발력과 논리력, 설득력을 키우는 일도 중요하게 생각했다.

막상 현대커머셜의 이번 토론 면접 과제는 경제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이었다. ‘외적의 침략이 거세지고 있는데 왕은 부패했고 국민의 신뢰도 다 잃은 상태다. 그러나 당신은 왕의 친척이면서 대신(大臣)이다. 어떻게 할 것인가.’ 면접 준비를 얼마나 많이 했느냐보다는 진짜 문제 해결능력이 어떤가를 알아보기 위한 질문이었다.

강 씨는 “나라면 왕을 암살하겠다”고 대답했다. 상황이 위중한 데다 신하의 의무는 왕 개인이 아니라 국가를 향해야 한다는 점, 그리고 암살을 하면 내전을 일으키는 것보다 불필요한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점 등을 근거로 내세웠다. 강 씨는 “특별히 정답이 있는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얼마나 논리적으로 내 주장을 펼칠 수 있느냐는 걸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현대커머셜은 생긴 지 겨우 3년째인 데다 고객이 대부분 기업이어서 언론에 자주 오르내리는 회사는 아니다. 마케팅도 일반인보다는 기업 고객들 대상이다.

‘회사에 대한 지식은 어떻게 얻었느냐’는 질문에 송 씨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fss.or.kr)에서 기업 분기보고서를 찾아 읽었다”고 대답했다. 분기보고서에는 회사 개요나 연혁, 사업 내용뿐 아니라 임원들의 약력, 대주주들의 주식 소유 현황까지 나와 있었다. 강 씨는 회사 홈페이지에 소개된 사항을 꼼꼼히 읽으며 현대커머셜에서 인턴 근무를 했던 친구에게 조언을 구했다고 설명했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회사 철저히 분석… 잠재력-창의성 뛰어나▼

■ 인사담당자가 말하는 합격 요인

송지웅 씨는 이공계열 출신임에도 논문을 해외 학술지에 게재하는 등 대학 생활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았고 금융시장을 잘 이해하고 있었으며, 회사에 대한 정보를 철저히 분석한 것으로 판단했다. 단순한 스페셜리스트보다 멀티플레이어 금융인으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높이 평가했다.

강효연 씨는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창의적인 문제 해결 능력을 보여줬다. 이런 적극성과 유연한 사고로 급변하는 경제 상황 속에서 어떠한 문제라도 슬기롭게 풀어 갈 수 있으리라 판단했다.

▼현대캐피탈 기업금융 분사… 능동적 인재 선호▼

■ 현대커머셜은 어떤 회사

현대커머셜은 기업금융 부문의 경쟁력 강화와 전문화를 목표로 2007년 3월 현대·기아차그룹 현대캐피탈의 기업금융 부문을 분사하여 설립한 회사이다. 출범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지난해 영업이익 141억 원, 당기순이익 136억 원을 올린 우량 기업이다. 올해 5월 기준 총자산은 1조3365억 원이며 자기자본은 815억 원.

현대커머셜의 사업 영역은 크게 상용차 및 건설장비금융, 기타 설비금융, 기업여신금융, 투자금융 등 4개 부문이다. 상용차금융 시장에서는 독보적인 1위이며 기업여신금융, 투자금융 등에서도 기업고객의 다양한 요구에 맞춰 은행권과는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 현대커머셜은 선호하는 인재상에 대해 “기업금융이라는 전문적 영역을 위해 능동적으로 핵심능력을 함양할 수 있는 사람”이라며 “금융인으로서의 도덕성을 바탕으로 책임감이 강하고 창의적 도전적 사고력으로 역할을 수행하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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