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이코노미’ 국내 현장을 가다]<1>시화호 조력발전소

  • 입력 2009년 3월 5일 02시 58분


경기 안산시 대부동 시화방조제 내 시화호 조력발전소 건설 현장에서 박창준 한국수자원공사 차장이 수차발전기가 설치될 ‘벌브 케이스’를 가리키고 있다. 발전소가 완공되면 밀물 때 바닷물이 바깥쪽 원형 고리와 안쪽의 도넛 모양 구조물 사이로 들어가 수차를 돌려 전기를 생산하게 된다. 안산=장강명  기자
경기 안산시 대부동 시화방조제 내 시화호 조력발전소 건설 현장에서 박창준 한국수자원공사 차장이 수차발전기가 설치될 ‘벌브 케이스’를 가리키고 있다. 발전소가 완공되면 밀물 때 바닷물이 바깥쪽 원형 고리와 안쪽의 도넛 모양 구조물 사이로 들어가 수차를 돌려 전기를 생산하게 된다. 안산=장강명 기자
《세계 경기 침체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그린 이코노미(녹색 경제)’를 향한 주요 국가들의 발걸음이 한층 빨라지고 있다. 그린 이코노미를 통해 지속 가능한 발전을 꾀하며 일자리를 창출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겠다는 뜻이다. 동아일보는 신년기획으로 그린 이코노미 관련 11개 분야의 세계 최고 기업 현장을 10회에 걸쳐 보도했다. 그러나 세계 10대 에너지 소비국이자 수출 주도형 경제 구조를 갖고 있는 한국도 세계적인 ‘그린 레이스(녹색 경쟁)’에서 결코 뒤지지 않는다. 그린 이코노미를 향해 뛰고 있는 국내 대표 기업들의 현장을 취재해 10회에 걸쳐 소개한다.》

“바닷물로 수차 돌려 시화호의 기적 일으킵니다”

내년말 완공… 수차 10대가 50만명분 전력 생산

호수와 바닷물 꾸준히 ‘소통’… 수질도 크게 개선

경기 안산시 단원구 대부동 시화방조제 내 작은가리섬.

바다와 호수 사이 한가운데에 축구장 20개 넓이의 거대한 구덩이가 파져 있다. 얼마 전까지 바다 아래였다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마른 바닥이다.

구덩이의 반을 가르고 있는 거대한 콘크리트 벽에 지름이 아파트 3개 층 높이 정도 되는 도넛 형태의 철 구조물이 줄지어 달려 있다.

대우건설이 세계에서 제일 큰 조력발전소를 짓고 있는 시화호 조력발전소 현장의 모습이다. 이곳은 또 국내 최초의 조력발전소 건설 현장이기도 하다.

○ 수차 하나 날개 길이 무려 7m

거대한 도넛 모양의 구조물 이름은 발전기의 축이 들어가는 ‘벌브 케이스(bulb case)’. 몇 달 뒤면 이 구멍 하나하나에 날개 길이가 7m인 수차(水車)가 놓이게 된다.

설치되는 수차는 모두 10대. 내년 하반기 완공 뒤 본격 가동을 시작하면 이 수차 10대에서 매년 소양강댐 발전소 연간 발전량의 1.56배인 5억5200만 kWh의 전기가 생산될 예정이다.

시설 용량은 25만4000kW로 현재 세계 최대인 프랑스 랑스 조력발전소(24만 kW)보다 크다. 발주처인 한국수자원공사의 차흥윤 조력공사팀장은 “인구가 50만 명 정도인 도시의 전력을 모두 공급할 수 있는 양”이라고 설명했다. 수차 한 대에서 5만 명이 쓸 전기가 나오는 셈이다.

날씨가 쌀쌀했지만 공사 현장은 분주했다. 50여 m 높이의 타워크레인 두 대가 돌아가는 가운데 업자들이 발전기가 들어가기 위한 받침대와 틀을 살피며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벌브 케이스의 허용 오차는 mm단위라고 했다.

고영식 대우건설 시화호 조력발전소 현장소장은 4일 “현재 수차 발전기와 수문을 설치하기 위한 구조물 공사를 진행 중”이라며 “전체적으로 공정은 62% 정도”라고 설명했다. 대우건설 측은 “주요 구조물과 발전설비는 올해 다 설치된다”며 “올해 공사가 전체 공정에서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수자원공사는 시화호 조력발전소가 완공되면 연간 86만2000배럴의 유류 수입 대체 및 연간 31만5000t의 이산화탄소 발생 저감 효과가 생길 것으로 예상했다.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단순히 ‘발전 품질’만 놓고 봐도 조력발전은 다른 청정에너지에 비해 경쟁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에 비해 발전 단가가 싸고 생산 규모도 크다는 것. 날씨나 홍수 조절 등의 목적 때문에 하루 발전 시간이 일정치 않은 수력발전에 비해 하루 10시간씩 안정되게 전기를 공급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 하루 오가는 물의 양 시화호 수량 절반

공사장에서 올라와 시화방조제 도로에 서니 순간 어느 쪽이 바다고 어느 쪽이 호수인지 헷갈렸다. 수평선 뒤로 공단이 보이는 배경도 양쪽이 비슷했다.

현장 관계자는 “처음 오는 사람들은 헷갈리기 쉽다”고 말했다. 한때 시화호 오염이 심했을 때는 물 색깔로 구별할 수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전기는 이 한쪽의 물이 다른 한쪽으로 들어가면서 발생하게 된다.

시화호 조력발전소는 밀물 때만 전기를 만드는 단류식이다. 이곳의 간만 차는 9m나 된다. 밀물 때 수위가 높아진 바깥 바다에서 물이 1초에 12∼13m의 속도로 방조제에 설치된 수차를 돌리며 호수로 들어갔다가 썰물 때 수문과 수차를 통해 바다로 빠져나오게 된다.

이렇게 하루에 오가는 물의 양이 1억5000만 t. 시화호 전체의 수량이 3억2000만 t이니 그 절반에 해당하는 양이다.

시화호의 물을 꾸준히 바깥 바다와 소통시켜 주므로 발전소를 돌리는 것이 시화호 수질 관리에도 도움이 된다. 시뮬레이션을 해보면 발전소 가동 15일이면 지난해 평균 화학적산소요구량(COD)이 3.7ppm이었던 시화호의 수질이 2ppm 수준으로 바깥 바다와 같아지게 된다고 한다.

박창준 수자원공사 시화호조력발전소건설단 차장은 “공해 없이 에너지를 만드는 것을 넘어서 주변 환경까지 개선하는 셈”이라면서 “우리 공사는 환경단체에서 찬성하는 몇 안 되는 토목공사일 것”이라며 웃었다.

안산=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그린에너지 9대 분야

2012년까지 3조 투자▼

‘시작은 미약하지만 목표는 창대하게.’

아직까지 한국의 그린에너지 산업은 태동 단계다. 태양광, 풍력, 수소연료전지, 청정연료, 석탄가스화 복합발전(IGCC), 이산화탄소 포집·저장(CCS), 에너지 저장, 발광다이오드(LED), 전력 정보기술(IT) 등 그린에너지 분야 9개 중점 산업이 2007년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2%에 불과하다.

2007년 기준으로 생산액은 17억 달러 규모, 고용은 9000명 정도로 집계됐다. 그나마 생산액과 고용은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분야와 LED, 에너지 저장 등 에너지효율 분야에 몰려 있으며 나머지 화석연료 청정화 기술 분야는 시장도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상태다.

자체 기술력도 미약해서 분야별로 국내 그린에너지 기술 수준은 세계 최고 수준과 비교해 50∼85%에 불과하다.

9대 중점 산업 한국 기업들의 세계 시장점유율은 LED 분야만 8.3% 정도이고, 나머지 분야는 1% 안팎의 미미한 수준이다.

그러나 정부는 국내 그린에너지 산업이 비록 출발은 늦었어도 성장 잠재력은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 세계 10대 에너지 소비국으로서 온실가스 감축과 관련된 시장 수요가 막대한 데다 반도체와 액정표시장치(LCD), IT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인 기존의 국내 산업 기반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9월 지식경제부와 국토해양부, 환경부, 농림수산식품부 등 관계 부처가 공동으로 참여한 범정부 차원의 ‘그린에너지 산업 발전 전략’을 발표했다. 이 발전 전략에서 정부는 민간과 함께 9대 그린에너지 산업 분야의 기술 개발에 2012년까지 3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우선 국내 관련 산업이 발달하고 세계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태양광, 풍력, LED, 전력 IT 등 4개 분야를 지원하고, 수소연료전지, 에너지 저장 기술 등 시장 잠재력이 큰 5개 분야는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정해 연구개발에 투자한다는 계획.

한편 정창현 지경부 신재생에너지과장은 “조력발전은 해외에서도 아직 시장이 형성되지 않아 9대 산업에서는 빠졌지만 한국 같은 곳에서는 꼭 해야 하는 산업”이라고 말했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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