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이코노미’ 현장을 가다]<8>獨 ‘바이오가스노드’

  • 입력 2009년 1월 29일 02시 58분


독일은 화학과 기계 분야의 탄탄한 기반 위에 국민의 공감대와 정부 지원이 어우러져 바이오 가스 플랜트 분야의 강국이 됐다. 사진은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지역 농부들이 바이오가스 원료로 쓰이는 옥수수를 수확하는 장면. 사진 제공 바이오가스노드
독일은 화학과 기계 분야의 탄탄한 기반 위에 국민의 공감대와 정부 지원이 어우러져 바이오 가스 플랜트 분야의 강국이 됐다. 사진은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지역 농부들이 바이오가스 원료로 쓰이는 옥수수를 수확하는 장면. 사진 제공 바이오가스노드
가축분뇨-옥수수를 전기로… ‘바이오 발전소’ 환경-경제 살린다

《지난달 10일 찾아간 독일 서북부의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 빌레펠트 시 외곽의 한 농촌 마을. 눈 덮인 밭 사이로 들어가자 5m 높이의 초록색 원통형 건물 다섯 개가 나타났다. 이 건물 안에서는 고동색 액체가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마을 돼지농장에서 모아온 돼지 분뇨와 옥수숫대, 볏짚, 유채대 등이 한데 섞여 발효되고 있는 것. 이 과정에서 박테리아와 효모균이 거름을 분해하면서 천연가스(LNG)의 주성분인 메탄이 생산된다. 한국에서는 비료를 만들거나 정화 처리를 하고 남은 찌꺼기는 바다에 버려지는 가축 분뇨가 이곳에서는 전기를 생산하는 연료로 사용되고 있었다.》

‘발효 → 메탄가스 → 전기’ 한 설비서 동시 작업

농가별 맞춤 서비스… 8년만에 업계 3위 올라

獨 전역 총 4780개… 年 1400MWh 전기 생산

이 녹색의 원통형 건물에는 모두 ‘바이오 가스노드(Bio Gas Nord)’라는 로고가 붙어 있다. 바이오가스노드는 바이오 가스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독일의 중견 바이오가스 플랜트 제조하는 회사다.

바이오가스 플랜트는 나무나 건초, 농산물 줄기, 축산 폐수 등을 촉매를 이용해 가스화하고 이를 연소해 가스 엔진이나 터빈을 돌려 열과 전기를 얻는 ‘친환경 발전소’다.

○ ‘농심(農心)’ 사로잡아 가파른 성장

독일에 있는 100여 개 바이오가스 플랜트 제조 회사 중 가장 주목 받는 곳이 ‘바이오가스노드’다. 이 회사는 2000년 창업 이후 8년 만에 독일 3위 회사로 성장했다.

고속 성장의 비결은 ‘맞춤 컨설팅’이다.

바이오가스 플랜트는 ‘하드웨어’의 성능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한다. 그 대신 어떤 원료를 사용하고 조합하느냐에 따라 생산성이 달라진다.

바이오가스노드의 주요 고객은 농가(農家)다. 이 회사는 돼지를 키우는 농가에는 돼지 분뇨에 어떤 것을 섞어야 더 많은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지 알려주고, 옥수수 농사를 하는 집에는 옥수숫 대에 어떤 것을 섞었을 때 수익성을 올릴 수 있는지 컨설팅해주는 전략으로 ‘농심’을 사로잡았다.

게리 홀츠 바이오가스노드 사장은 “바이오가스 플랜트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돼지를 키우던 농가가 옥수수를 키울 수는 없다”며 “농가에 따라서 바이오가스 플랜트에 넣을 수 있는 원료가 다르기 때문에 각 농가에 맞는 최적의 성분비를 찾아내 이를 알려주었던 게 우리가 다른 회사에 비해 빨리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이라고 말했다.

○ 1인 회사로 출발

홀츠 사장은 대학에서 농업경영과 기계공학을 전공했다. 대학 졸업 후 고향에서 돼지를 키우며 농사를 짓던 홀츠 사장은 1994년 돼지 분뇨 처리를 위해 동생과 함께 바이오가스 플랜트를 만들었다.

바이오가스 플랜트로 돼지 분뇨도 처리하고 여기서 나오는 열로 난방도 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자 이 시설을 지어달라는 마을 주민들의 요청이 이어졌다.

홀츠 사장은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해 2000년 처음 회사를 설립했다. 사무실은 그의 집이었고 직원은 그가 유일했다.

이 회사가 설립될 무렵 바이에른 주 등 독일 남부 지역에 바이오가스 플랜트가 많이 건설된 반면 북부 지역에는 거의 없었다. 바이오가스 플랜트 제조 회사도 대부분은 독일 남부 지역에 몰려 있었다.

홀츠 사장은 “남부 지역은 이미 다른 회사들이 장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신생 업체인 우리 회사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었다”며 “회사 이름에 북쪽을 의미하는 노드(Nord)를 넣은 건 독일 북부 지역 최대의 회사가 되겠다는 의미였다”고 말했다.

첫해 바이오가스 플랜트 4개를 만들었던 이 회사는 2008년 말까지 200여 개를 만들었다.

독일 북부 지역 석권이 목표였던 이 회사는 창업 3년 만에 해외까지 진출했다. 2003년 태국에 바이오가스 플랜트를 만들었고 2004년에는 미국에도 건설했다.

직원 수도 해마다 거의 2배씩으로 증가해 2007년 말에는 180명까지 늘었다. 지난해 매출은 750만 유로(약 134억 원)였다.

○ 정책과 기술의 시너지 효과가 성공 지름길

2008년 말 현재 독일에는 바이오가스를 이용해 전력을 생산하는 바이오가스 플랜트가 4780개 있다. 바이오가스를 이용해 연간 만들어지는 전력은 1400MWh에 이른다.

유럽에서 독일 다음으로 바이오가스 플랜트가 많은 오스트리아에 300여 개, 이탈리아에 100여 개가 있는 점을 감안하면 독일에서 바이오가스 플랜트가 얼마나 많은지 짐작할 수 있다.

독일에 이처럼 바이오가스 플랜트가 많은 이유는 독일 국민들 사이에 화석 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에너지원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널리 퍼졌기 때문이다.

조세정 KOTRA 프랑크푸르트 코리아비즈니스센터 과장은 “독일은 러시아에서 석유와 천연가스를 수입하는데 러시아가 겨울에 천연가스 가격을 인상하기 위해 가스 공급을 중단하는 일이 생기면서 독일 국민은 새로운 에너지원에 대한 필요성을 절감했다”고 말했다.

또 독일 정부가 재생에너지법을 만들어 바이오가스가 보급될 수 있도록 정책적인 지원을 하고 있는 것도 이유다.

독일이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여 온 화학과 기계분야의 탄탄한 기반 위에 국민의 공감대와 정부의 지원이 어우러져 세계 최대 바이오가스 플랜트 강국이 된 셈이다.



빌레펠트=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 친환경에너지 강국 독일의 비결은?

▼태양-바람 등 이용 개인이 만든 전기

전기회사가 의무적으로 구입해줘야▼

독일 탈하임에 있는 태양전지 생산업체인 큐셀은 2007년 일본의 경쟁업체들을 제치고 처음으로 이 분야 세계 시장 1위에 올라섰다. 2001년 제품 생산을 시작한 후 6년여 만에 이뤄낸 성과다.

이 회사의 매출은 2002년 1700만 유로(약 300억 원)에서 2007년 8억6000만 유로(약 1조539억 원)로 증가했다. 5년 동안 50배가 넘는 놀라운 성장을 이뤄낸 것이다.

기업만 친환경에너지 사업으로 돈을 버는 게 아니다. 독일에서는 개인들도 친환경에너지 사업으로 수익을 올리고 있다.

독일 서북부 빌레펠트에 사는 토마스 게펠러(40) 씨는 2005년 은행에서 2만 유로를 연 2% 금리로 대출받아 자신의 집 지붕에 30m² 넓이의 태양광 전지판을 설치했다. 그는 태양광 전지판으로 연간 4000kWh의 전기를 생산해 kWh당 55센트에 전기회사에 판매한다. 이렇게 해서 1년간 전기회사에서 받는 돈이 2200유로. 1년 이자 400유로를 내고도 1800유로의 수익이 생긴다.

독일 기업과 일반인들이 친환경에너지 산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현상에 대해 현지에서는 재생에너지법이 만든 결과라고 분석한다.

2004년 개정된 재생에너지법은 수력, 풍력, 바이오매스,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전기를 전기회사가 의무 구입하도록 하는 조항을 담고 있다.

이 법이 개정된 후 독일에서는 최근 4∼5년 동안 재생에너지를 통한 전력생산 비율이 두 배로 늘었다. 독일은 현재 전체 전력의 15% 정도를 재생에너지에서 얻고 있다.

재생에너지법 개정으로 촉진된 재생에너지 전력 생산의 확대는 많은 투자를 유도하고 있다. 독일 환경부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30년까지 매년 약 60억∼80억 유로가 투자될 것으로 전망된다. 재생에너지 관련 산업이 자동차를 제치고 독일 제1의 수출품목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조세정 KOTRA 프랑크푸르트 코리아비즈니스센터 과장은 “독일은 재생에너지에 차세대 운명을 걸었다고 할 정도로 국가 차원에서 전방위 지원을 하고 있다”며 “독일 재생에너지 관련 산업의 가파른 성장세는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빌레펠트=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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