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투데이]‘바른생활標’로 바뀌는 美증시 게임의 룰

  • 입력 2009년 4월 23일 02시 58분


대공황 때 제시 리버모어라는 전설적인 주식투기자가 있었다. 그는 주로 약세장에 베팅하는 약세장 투기거래자로 유명하며 대공황기의 약세장에서 현재 돈 가치로 1조 달러나 되는 엄청난 투자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천문학적인 돈을 벌 수 있었던 비결은 주식을 보유하지 않으면서도 주식을 팔 수 있는 공매도 제도 덕분이었다.

경기회복을 예고하는 여러 가지 신호가 곳곳에서 나오면서 증시가 안정을 찾고 있지만 추가적인 랠리를 이어가기에는 아직 불안 요인이 많다. 미국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은행장이 어닝 서프라이즈에도 불구하고 대출 부실이 확대되고 있다고 걱정하고 국제통화기금(IMF)에서는 전 세계 금융기관이 입은 손실이 4조 달러나 된다는 보고서를 새삼스럽게 내놓는 등 투자자의 불안심리를 상기시키고 있다.

그런데 한편으로 생각하면 이런 금융권의 손실은 대부분 자산가치 하락에 따른 평가손실이고 실현되지 않은 손실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시장이 회복되면 손실도 사라진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특히 현재의 자산시장이 정상가격에서 왜곡된 부분이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자산가치의 회복 가능성도 그만큼 크다. 미국 은행들의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에 긴장하고 있지만 이것은 건강검진 결과 혹시나 암세포를 발견했다고 할까봐 불안해하는 심리와 비슷한 현상이다. 스트레스 테스트는 은행 시스템 복구를 위한 마지막 치료단계에서 들어가는 과정이다.

또 불공정한 게임룰 때문에 왜곡된 시장을 바로잡기 위한 노력도 강화되고 있다. 공매도는 사실상 보유하지도 않은 주식을 무한대로 팔 수 있는 제도다. 특히 호가를 낮춰 가며 공매도 주문을 내면 폭락을 더욱 가속화하게 된다. 주가가 떨어져서 얻은 이익으로 공매도 투기자들은 더 많은 수량의 매도 주문을 낼 수 있다. 이것을 공매도의 피라미딩(거래량 확대) 효과라고 한다. 공매도 제도는 1929∼1932년 3년간 주식시장을 90%나 폭락시키는 데 결정적인 원인을 제공한 불공정한 게임룰이었다. 1938년 공매도로 인한 증시 폭락을 막기 위해 공매도를 할 때 시장가 이하로 주문을 낼 수 없도록 하는 ‘업틱룰’이 도입된 결과 1937년 이후 반 토막이 났던 미국 증시는 상승세로 돌아섰던 경험이 있다. 이후 70년이나 유지되었던 업틱룰이 금융규제 완화란 명분으로 2007년 폐지되었으며 그 결과 이번 약세장에서는 헤지펀드의 공매도가 증시 폭락을 초래했다.

이러한 불공정 게임룰이 공정 게임룰로 바뀐다. 이달 8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서 만장일치로 업틱룰 재도입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기로 결정했고 다음 달 5일엔 공매도 제한조치 공청회가 예정돼 있다. 주식시장의 게임룰을 정상으로 복구하겠다는 노력이다. 불공정 게이머였던 리버모어의 최후는 비극으로 끝났다. 그는 약세장에서 공매도 투기로 천문학적인 돈을 벌었지만 말년에 가정불화로 자살하고 말았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남의 불행을 초래한 업보가 아닐까.

박춘호 이토마토 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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