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 투데이]휴전에 들어간 美-中의 화폐싸움

  • 입력 2009년 4월 22일 02시 57분


달러의 위기는 지난 30여 년간 국제 경제의 가장 중요한 화두였다. 미국의 대규모 경상수지 적자로 달러가치 유지가 어려워지자 세계 주요국들은 달러화를 인위적으로 평가 절하한 플라자 합의를 도출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의 경상수지가 개선은커녕 더 확대된 상태에서 이번 글로벌 위기를 맞게 되자 다시 기축통화 문제가 이슈로 불거지고 있다.

문제는 시간이 흐를수록 중국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외환보유액이 거의 2조 달러나 되는 중국은 수시로 미국에 ‘노(No)’라고 말하면서 위안화의 국제화를 서두르고 있다. 최근 광저우(廣州) 무역박람회에서는 달러와 위안화를 동시에 사용토록 하기도 했다. 위안화의 기축통화 도전에 대해 러시아나 브라질 등 자원생산국들도 부분적으로 동의하고 있다. 또한 중국은 한국 등 6개국과 총 6500억 위안의 통화 스와프 협정도 체결했다.

도전적인 중국의 행보는 경제적 측면에서만 보면 타당하다. 미국이 엄청난 쌍둥이 적자를 메우고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달러화를 거의 무한정 뿌려대고 있으니…. 그러나 좀 더 넓은 시각으로 보면 위안화의 기축통화 추진은 너무 일러 보인다. 여전히 세계 무역대금은 대부분 달러로 결제된다. 기축통화인 달러의 약세는 세계 경제의 혼란뿐 아니라 국제질서와 헤게모니 재편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

중국이 성급하게 위안화의 기축통화화를 추진할 경우 스스로 발등을 찍을 수도 있다. 수출 중심인 중국 경제는 달러 약세로 위안화가 고평가될 경우 수출 채산성이 크게 악화된다. 달러의 대안인 원자재 가격의 급등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 그러나 아직 중국은 이런 상황을 극복할 여력이 없다. 현재의 경제위기 탈출도 버거운 상태다.

4월 초 주요 20개국(G20) 회담과 지난주 열린 보아오 포럼에서 중국이 강하게 미국을 압박한 것은 위안화의 기축통화 추진을 위해서라기보다는 미국 중심 시스템에 대한 약간의 견제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중국은 미국이 지배하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증자에 동의하면서 IMF에 대규모 자금을 출연했다. 이런 중국의 태도는 당분간 달러 중심 체제를 유지하면서 양국 간에 IMF라는 완충지대를 유지하려는 의도로 판단된다.

앞으로 미국과 달러화의 안정성은 세계 시스템 유지에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축통화인 달러화의 약화는 안정적인 다극(多極) 체제보다는 새로운 무질서를 창출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달러화의 약화는 계단식으로 하강하는 완만한 과정이 필요하다. 달러화의 퇴장을 극복하기에 세계는 너무 취약하다. 이런 상황은 중국 지도부도 잘 이해하고 있다. 일시적으로 화폐전쟁이 휴전에 돌입하면서 최근 금융시장의 안정감이 높아졌다. 경기 회복뿐 아니라 달러 가치의 안정도 함께 봐야 위기의 해법이 보인다.

홍성국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 상무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