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투데이]유동성 장세 뒤의 인플레이션 그림자

  • 입력 2009년 4월 15일 03시 10분


바야흐로 전 세계적인 유동성 장세가 펼쳐지고 있다. 국가 구분 없이 주가가 상승하면서 이제는 원자재 가격을 비롯해 일부 지역이지만 부동산 가격까지 반등하고 있다. 조심스러운 하반기 경기회복론이 미국, 중국에 이어 한국에서도 연일 보도되고 있다. ‘상저하고(上低下高)’의 경기 전망은 사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장이 공감한 바였다. 각국 정부의 적극적인 자금지원과 경기부양책, 또 위기가 발생한 후 세 분기 정도 지나면 자금 흐름이 정상화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기 회복이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많은 전문가가 하반기 인플레이션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 규모보다 너무 많이 풀린 자금 때문에 경제가 부분적으로 정상화될 경우 다시 세계가 고생할 것이라는 뜻이다. 이 같은 경고의 목소리는 경기회복 전망과 엇비슷한 비중으로 나오고 있다.

경제학적으로 보면 돈이 많이 풀렸을 때 물가가 상승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미 물가 상승이 시작된 것인지도 모른다. 문제는 가장 많이 물린 통화가 달러라는 점이다. 아직까지는 이머징 마켓을 비롯한 대부분의 국가가 환율 관리의 어려움 때문에 달러를 선호하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자금시장이 안정될 경우 달러 약세 가능성은 매우 높다. 여기에 달러로 표시되는 원자재 재고가 조금씩 줄기 시작했다. 주요 원자재 생산국인 브라질과 러시아 주가의 강세는 이를 반영하고 있다. 시장의 신뢰가 약할수록 달러의 대체물로 원자재가 부각된다. 따라서 향후 경기 회복과 인플레이션이 동시에 나타날 가능성이 크게 높아졌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는 심각한 인플레이션을 우려할 정도로 상황이 진전된 것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우선 21세기 들어 원자재 생산에 많은 투자가 진행되면서 생산능력도 크게 향상됐다. 또한 석유 등 원자재 생산국들도 경기 침체와 사회 불안으로 감산(減産)이 여의치 않다. 만일 공산품 가격이 상승한다면 기업의 가동률을 높이면 된다.

미국도 달러가치 안정을 위해 백방으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주요 선진국과 통화스와프를 체결하고 국제통화기금(IMF)의 증자를 통한 외화유동성 확보로 구조적인 달러 약세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을 강도 높게 하고 있다. 또 미국의 소비가 줄면서 무역수지 적자가 빠르게 축소되는 점도 달러 가치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

이러한 상반된 상황 때문에 향후 인플레이션의 향배를 예상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시간문제일 뿐 인플레이션이 불가피하다는 점은 인정한 뒤 이에 대비해야 한다. 만일 현재 국면에서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경우 금리를 올릴 수 없기 때문에 정책적 대안은 거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최근의 유동성 장세가 인플레이션으로 연결될지 지금부터 유심히 살펴야 한다.

홍 성 국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 상무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