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경제 뉴스]탄소배출권

  • 입력 2008년 7월 9일 03시 23분


탄소배출량 줄이면 유엔 CDM 인증받아

시장서 돈받고 판매

지난달 21일 경남 고성군 삼천포 화력발전소 안에 있는 해양소수력발전소가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국제 온라인 거래를 통해 탄소 배출권 7만6000t을 영국의 한 회사에 약 28억 원을 받고 판매했습니다.

이 회사는 화력발전소의 냉각수로 사용된 바닷물과 조수간만의 차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버려지던 발전소의 냉각수를 사용해 일종의 재생에너지를 만들어낸 셈이죠.

이를 근거로 유엔으로부터 청정개발체제(CDM) 인증을 받아 올해부터 10년간 총 20만여 t(매년 2만여 t)의 탄소배출권을 부여받았고 그중의 일부를 판 것입니다.

강원 대관령에 있는 강원풍력발전은 2MW급 풍력 발전기 49대를 설치해 연 22만 kW의 전력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탄소를 전혀 배출하지 않은 점이 인정돼 유엔으로부터 14만3000t의 탄소배출권을 인정받았죠. 이 회사는 올해 4월 일본의 한 회사에 탄소 t당 12유로씩에 탄소배출권을 팔아 모두 28억여 원을 벌었습니다.

탄소배출권이란 매년 이산화탄소 및 기타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 나라별 할당량을 말합니다. 시장에서 거래되는 상품이나 서비스처럼 경제적 가치를 갖게 된 탄소배출권은 어떻게 생겨난 것일까요?

시작은 1997년 지구온난화 규제를 위해 체결한 교토의정서부터였습니다. 이를 토대로 할당된 양보다 더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 나라는 추가분을 다른 나라에서 구입할 수 있게 됐습니다. 또 어떤 기업이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는 친환경 기술을 이용해 공장 등에서 나오는 탄소의 양을 줄이면 유엔의 인증을 거쳐 감소분만큼의 탄소배출권을 시장에 내다팔 수 있게 됐고요. 탄소배출권의 시장거래는 이렇게 가능해진 것입니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과다하게 배출하는 기업이나 나라에 일일이 채찍을 드는 대신, 생산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적게 배출하는 착한 기업이나 모범적인 나라에 경제적 유인을 제공하는 탄소배출권은 단일상품으로서 인류가 발명한 사상 최대의 히트작으로까지 불립니다.

탄소배출권이 거래되는 시장의 규모는 2008년 현재 세계적으로 60조 원 정도로 추정됩니다. 나라 간의 탄소배출권 거래를 중계하는 전문회사를 비롯해 개발도상국에 청정개발체제를 개발해 주고 탄소배출권을 확보하는 회사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금융시장에서는 탄소펀드가 등장하는가 하면 지난해 탄소배출권 관련 회사의 주가가 급등하기도 했답니다.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고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힘쓰는 등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노력들은 1차적으로 탄소배출권을 확보하는 데 기여합니다. 동시에 이런 노력들은 고유가 시대에 에너지 전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을 터 줄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정부와 기업은 좀 더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계획을 수립해 온실가스 감축에 적극 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김 경 모 경상대 사회교육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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