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제2막]서울 수유동 ‘쪼끼쪼끼’ 전용하 씨

  • 입력 2007년 6월 28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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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골손님 중에 대학 교수님이 한 분 계세요. 2, 3일에 한 번씩 들러 맥주를 딱 두 잔만 마시고 가는 분입니다. 저랑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기 때문에 혼자서도 자주 오시는 편입니다. 손님들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서울 강북구 수유동의 생맥주 전문점 조끼조끼는 여느 생맥줏집과는 분위기가 다르다. 흔히 생맥주 전문점이라고 하면 떠들썩한 분위기를 연상하게 되지만, 이 가게는 단골들에게 사랑방처럼 차분하고 편안한 공간으로 알려져 있다. 대화를 좋아하는 전용하(53·사진) 사장이 1년 남짓 공을 들인 덕분이다.

전 사장은 “손님이 주인이고 내가 손님이라는 생각으로 자연스럽게 손님을 맞고 있다”며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손님들에게 말도 붙여 보고 서비스도 잘해 드리다 보니 아무래도 그런 분들이 단골이 됐다”고 말했다.

전용하 사장은 철학을 전공한 교수 출신이다. 미국의 한 대학에서 교편을 잡다가 그만두고 2005년 한국으로 들어왔다. 그는 미국에 나가 있었지만 아내는 직장 때문에 한국에 머물러야 했기 때문이다. 이전까지 전 사장은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생활했다. 전 사장은 “남들은 좋은 직업이라고 생각했겠지만 한국과 미국을 오가는 생활이 그리 만만한 것은 아니었다”며 “지쳐서 귀국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아내의 권유로 생맥주 전문점을 내기로 했지만 막상 창업을 결심하기까지는 망설임도 많았다. 늘 공부만 하다 보니 ‘술집’을 차린다는 것이 우선 생소했다.

창업 후 처음 3개월 정도는 생각만큼 장사가 잘되지는 않았다. 이면도로에 위치한 탓에 사람들의 눈길이 덜 가는 이유도 있었다. 하지만 전 사장은 초조해하기보다는 느긋하게 자신만의 가게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기로 했다. 단골손님에게는 맥주잔 같은 작은 선물을 주며 관심을 끌었다. 간혹 울적해 보이는 손님이 있으면 “오늘 술값은 제가 내는 겁니다”라고 호탕하게 말하기도 했다.

“이상하게 떠들썩한 손님보다는 조용한 성격의 손님이 저와 맞는 것 같았어요. 눈길 한 번 더 마주치고, 서비스 안주 한 접시 더 드리고, 솔직한 이야기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마음이 통하더라고요.”

이런 독특한 고객관리법이 통했는지 단골손님이 하나 둘 늘기 시작했다. 특이한 점은 전 사장이 ‘과거’를 털어놓고 이야기하지 않았는데도 이곳이 주로 인근의 중고교 선생님들이나 교수들이 자주 찾는 곳이 됐다는 것. 이제는 단골손님만으로도 하루 100만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게 됐다. 전 사장은 “맥주와 함께 훈훈한 정과 대화가 오가는 공간으로 꾸미고 싶다”고 말했다.

글=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사진=이훈구 기자 ufo@dog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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