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최강 미니기업]<11>오토바이 헬멧의 대명사 ‘HJC’

  • 입력 2007년 5월 18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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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JC의 직원들이 전 세계로 납품할 헬멧을 만들고 있다. HJC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20%에 이른다. 용인=신치영 기자
HJC의 직원들이 전 세계로 납품할 헬멧을 만들고 있다. HJC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20%에 이른다. 용인=신치영 기자
HJC가 맞벌이 사원들을 위해 개설한 어린이집에서 직원 자녀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진 제공 HJC
HJC가 맞벌이 사원들을 위해 개설한 어린이집에서 직원 자녀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진 제공 HJC
《“미국 오토바이 헬멧 시장 1위 기업인 한국 HJC 홍완기 회장의 검소한 삶을 배워라. 그러지 않으면 미국은 쌍둥이 적자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것이다.”

미국 유력 일간지 워싱턴포스트는 2005년 11월 19일자 1면 일부와 10면 전면을 할애해 HJC 홍 회장과 HJC 헬멧을 수입 판매하는 한 미국인 사업가를 대비하는 기사를 실어 국내에서 화제가 됐다.

워싱턴포스트는 세계 오토바이 헬멧 시장 1위 기업을 만든 홍 회장의 검소한 삶은 미국인 수입 판매상의 고급 승용차 수집 취미와 대비가 된다고 지적했다.

HJC는 어떤 회사이기에 미국 유력지까지 이처럼 깊은 관심을 갖게 됐을까.》

○ 310명의 직원이 세계를 제패

충남 논산시의 중농(中農) 집안 7형제 중 장남으로 태어나 강경상고를 나온 홍 회장은 우유 배달과 막노동으로 학비를 벌며 한양대 공업경영학과(현 산업공학과)를 졸업했다.

봉제공장을 운영하던 그는 1971년 헬멧 내장재를 납품하던 헬멧 업체 ‘크라운’이 재정난에 빠지자 크라운사를 인수해 1974년부터 본격적으로 오토바이 헬멧을 만들기 시작했다.

홍 회장은 ‘오토바이 운전자들의 안전을 지켜 줄 수 있는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헬멧을 만들겠다’는 목표로 연구에 매달렸다. 그 결과 HJC는 사업을 시작한 지 6년 만인 1980년 국내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여기서 만족하지 않았다. 1983년에는 미국 시장의 문을 두드렸다.

미국 시장에 헬멧을 수출하기 위해선 미국 연방교통부(DOT) 품질규격을 통과해야 하는데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었다. 2년 가까이 품질규격을 신청했지만 매번 떨어졌다. 심사관들은 무엇이 문제인지조차 알려 주지 않았다. HJC 직원들은 한 달 동안 DOT 품질규격 심사관들의 집 앞을 쓸어 주는 정성을 보여 문제점을 알아낸 끝에 1984년 말 DOT 규격을 따냈다.

1987년에는 미국 최고의 헬멧 품질보증기관인 스넬(SNELL) 재단의 품질규격까지 받았다.

홍 회장은 “미국 진출 초기에 ‘아시아에서 온 저급 제품’이라며 HJC 헬멧을 홀대하던 미국 바이어들이 서로 HJC 제품을 독점 판매하겠다고 나섰다”고 회상했다.

결국 HJC는 1992년 미국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이 됐다. HJC는 이후 50%에 육박하는 점유율로 16년째 미국 시장 1위 기업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2001년에는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달성했다. 지난해 세계 시장 점유율은 20%에 이른다. HJC는 지난해 310명의 직원으로 1221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 연구…연구…연구

HJC가 세계 시장에 우뚝 설 수 있었던 것은 세계 최고의 제품을 만들겠다는 집념으로 연구개발(R&D)에 매달려 온 덕분이다.

홍 회장은 ‘연구하지 않는 기업은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경영철학으로 매년 연간 매출액의 10%를 연구개발(R&D)에 투자한다. 2002년 11월에는 헬멧의 안전성과 디자인 등을 종합적으로 연구하는 자체 연구소를 설립했다.

이 같은 R&D의 노력으로 경쟁업체들이 고수익 품목만을 집중적으로 생산하는 동안 HJC는 다양한 종류와 사이즈의 헬멧을 개발해 냈다.

헬멧의 종류는 머리 윗부분만 보호하는 하프 사이즈, 얼굴이 노출되는 오픈 페이스, 비포장도로용 오프로드, 얼굴 전체를 보호해 주는 풀 페이스 등이 있는데 HJC는 이 네 가지 제품을 모두 개발했다.

크기도 경쟁업체들이 5종류만 내놓은 데 비해 HJC는 3가지 사이즈를 추가해 8가지로 만들어 선택의 폭을 넓혔다.

도자기에 무늬를 입히는 디자인 기법을 개발해 6∼12개월 주기로 외부 디자인에 변화를 주면서 헬멧 디자인에 민감한 소비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 소비자의 안전을 내 몸처럼…

HJC는 제품의 외관뿐만 아니라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서도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여 왔다.

HJC는 올해 초 오토바이 헬멧 업체로는 처음으로 풍동(風洞)실험실을 만들었다.

오토바이 헬멧은 오토바이가 고속으로 달릴 때 바람의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전후좌우로 심하게 움직일 수 있다. 헬멧이 옆으로 돌아가 운전자의 시각을 가리면 큰 사고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이 같은 점에 착안해 만든 풍동실험실은 헬멧이 바람의 압력에 얼마나 잘 견딜 수 있는지를 연구하는 곳이다. 사람이 서 있기 힘들 정도인 시속 216km의 바람에 헬멧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연구한다. HJC는 이 실험의 결과를 제품 생산 현장에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품질규격 연구소는 쇠망치를 고정시켜 놓고 헬멧을 떨어뜨리며 사고 시 파손될 염려는 없는지를 구석구석 점검한다. 헬멧의 위치와 떨어지는 속도 등을 달리하며 한 개의 헬멧을 내놓기 위해 4600번의 실험을 거듭한다.

항공기 날개 등에 사용되는 신소재인 카본을 이용해 강도는 더 높고 무게는 가벼운 제품도 개발했다. 카본 헬멧의 무게는 일반 헬멧(1700∼1800g)보다 훨씬 가벼운 1200g에 불과하다.

박재성 규격관리팀장은 “헬멧은 오토바이 운전자의 안전을 지켜 주는 마지막 보루”라며 “HJC에선 안전성 검사가 전 생산과정 중 가장 중요한 단계”라고 설명했다.

용인=신치영 기자 higgledy@donga.com

▼“직원을 가족처럼” 창업 37년째 무분규▼

JC에는 노조가 없다. 임원과 직원들은 서로를 가족처럼 생각하며 일을 한다.

이 같은 노조 상생의 문화는 직원 복지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HJC의 기업문화에서 비롯됐다.

홍완기 회장은 “회사가 잘되는 것은 직원들 덕분”이라며 주식 배분, 성과급 지급, 복지 확대 등을 통해 회사 이익을 직원들에게 배분해 왔다.

HJC는 1992년 미국시장에서 1위 기업의 자리에 오르자 1993년 사원아파트를 지었다. 현재 아파트 26가구 및 주택 10가구와 함께 6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기숙사도 운영하고 있다. 올 9월에는 사원주택 12가구가 추가로 공급된다. 직원들은 아파트, 주택, 기숙사 등을 500만 원 정도의 보증금만 내고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1999년에는 맞벌이 사원들의 손을 덜어 주기 위해 ‘홍진 어린이집’을 열었다. 직원들에게 주택구입 자금은 물론 자녀들이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학자금을 지원한다.

사내에 헬스클럽, 검도장, 탁구장이 들어선 체육관을 지어 주었고 각종 동아리 활동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매년 우수 모범 사원 20여 명을 선발해 가족 동반으로 해외여행을 보내기도 한다.

우리사주조합을 통해 직원들에게 지분 5%를 무상 지급했으며 매년 배당을 실시해 사원들에게 ‘내가 회사의 주인’이라는 생각을 심어 준다.

연말에는 정기 상여금과 별도로 이익성과금을 개인별 인사고과에 따라 차등 지급한다. 지난해에는 평균 250%의 이익성과금을 지급했다.

권이석 인사팀 차장은 “HJC는 설립 이래 무노조, 무분규 경영을 유지하고 있다”며 “노사 협의체인 노사협의회를 통해 회사 경영의 주요 현안에 대해 경영진과 직원들이 끊임없이 협의하고 합의해 결정을 내린다”고 설명했다.

용인=신치영 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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