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1년간 느낀 것을 짧게 요약하라면 ‘차토불이(車土不二)’입니다. 자동차와 자동차문화는 그 국가의 지리적 특성에서부터 정치 경제 사회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미국 내에서도 경쟁이 치열해 삶이 팍팍한 뉴욕이나 로스앤젤레스, 시카고 등 대도시로 갈수록 운전이 거칠고 얌체도 많아집니다. 미국 전체적으로는 교통질서를 잘 지키는 편이지만 경쟁과 교통체증이 심한 대도시에선 그들도 별 수가 없더군요. 한국의 자동차문화에 대해 우리 스스로 자조적인 이야기를 할 때도 있는데, 사실 세계 최고 수준의 인구밀도와 경쟁적인 사회구조를 감안하면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자동차로 드러나는 빈부격차는 오히려 미국이 더 큽니다. 자동차가 생존 필수품이어서 보유는 하고 있지만 정비비용이 없는 미국 저소득층의 차량 관리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양쪽 아웃사이드미러가 없거나 범퍼 없이 다니는 차량은 예사고, 깨진 유리 대신 비닐을 붙이고 다니는 차들도 심심치 않게 보입니다. 다만 우리와 차이가 있다면 그렇게 다니는 것에 대해 별로 부끄럽게 여기지도 않으며 신경을 쓰거나 손가락질하는 사람도 거의 없다는 점입니다. 서로 간섭하지 않으려는 개인주의적 국민성이 잘 드러나는 대목이죠.
하지만 한국의 자동차환경이 국토는 좁고 자원은 부족해 치열할 수밖에 없는 사회상황을 닮은 것이어서 어쩔 수가 없다고 손을 놓기에는 우리의 손해가 너무 큽니다. 일로 인해 쌓인 스트레스가 도로에 나와서 분노와 박탈감으로 더욱 악화되는 것은 너무 억울하지 않습니까. 오늘부터 다른 운전자에게 양보와 배려를 베푸는 데서 즐거움을 찾아보자고 하는 것은 너무 낭만적인 기대일까요. 이번 편을 마지막으로 19차례에 걸쳐 미국에서 써온 ‘자동차 이야기’는 마무리합니다. 못 다한 이야기는 7월부터 한국에 돌아가서 풀어 나가겠습니다.―미국 노스헤이번에서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