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동빈 기자의 자동차이야기]첨단 변속기 부러워

  • 입력 2008년 7월 8일 02시 57분


‘연비는 수동-조작은 자동’… 첨단 변속기 부러워

《‘99.1% 대 0.9%.’

지난해 현대자동차 ‘쏘나타’의 자동변속기 모델과 수동변속기 모델의 판매비율입니다. 다른 차종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준중형 ‘아반떼’의 96.0%, 소형차 ‘베르나’의 91.8%,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싼타페’의 90.5%가 자동변속기 모델입니다.

그나마 기아자동차의 경차 ‘모닝’이 88.6%로 90% 미만입니다.

공급자 입장에서는 수동변속기 모델의 생산을 아예 중단하고 싶다는 유혹을 느낄 만합니다.》

원유 가격의 급등으로 휘발유와 경유의 판매 가격이 2000원을 넘어서고 있지만 연료소비효율을 10% 이상 높일 수 있는 수동변속기 모델의 판매는 오히려 매년 줄어들고 있는 실정입니다. 한국은 세계에서 자동변속기 모델의 판매비율이 가장 높은 국가라는 통계도 있습니다.

그러나 교통체증이 극심한 한국의 대도시에서 수동변속기 모델을 운전하는 것은 상당한 고통이 따르는 것도 사실입니다. 기자도 수동변속기 세단을 가지고 있지만 서울 시내에서 몇 시간 운전하고 나면 왼쪽 다리가 뻐근해져서 차를 가지고 나온 것을 후회할 때도 있습니다. 일부 운전자는 수동변속기 모델을 구입하고 싶어도 중고차로 팔 때 인기가 없어 제값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자동변속기 모델을 구입하기도 합니다.

수동변속기가 고유가와 환경오염에 대처하는 좋은 방법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교통환경이 뒷받침되지 않기 때문에 무조건 권하기도 어렵습니다. 게다가 아예 자동변속기 면허를 따서 법적으로 수동변속기 차량을 운전할 수 없는 운전자도 상당수입니다.

그렇다고 해결책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가격은 조금 비싸지만 자동차회사가 수동변속기 기반의 자동변속기를 공급하면 됩니다. 경기용 차량에 처음으로 적용되기 시작한 이 변속기는 내부 구조가 수동변속기와 같아 높은 효율을 자랑하지만 조작은 자동변속기처럼 할 수 있습니다.

수년 전부터 BMW, 폴크스바겐, 아우디, 포르셰, 람보르기니 등 유럽의 자동차회사들은 이런 첨단 변속기를 자사(自社)의 자동차에 넣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미쓰비시자동차가 일본차 중에서 처음으로 스포츠세단인 ‘랜서 에볼루션’에 적용했고 도요타도 준비 중이라고 합니다.

국내 자동차회사들도 연구개발의 속도를 높여 경제성과 환경의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첨단 변속기를 빨리 선보이기를 기대해 봅니다.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