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est]현대차 i30cw

  • 입력 2009년 2월 17일 02시 55분


‘생각보다 쓸 만하네.’

해치백 스타일의 i30를 출시해 톡톡히 재미를 본 현대자동차가 이번에는 실내공간을 트렁크 부분까지 넓힌 왜건형 ‘i30cw’를 내놨다. 기존 해치백 스타일의 i30에서 공간 부족을 느낀 소비자라면 한 번쯤 욕심을 내볼 만하다.

○ 세련된 디자인은 그대로, 공간 활용은 최대한으로

지난해 11월에 출시된 i30cw 1.6VVT 모델 시승차량의 키를 최근 넘겨받았다. 전면에선 기존 i30와 큰 차이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4475(전장)×1775(전폭)×1565(전고)mm, 휠베이스 2700mm’

꽁무니를 보지 않고선 차량 제원표를 꼼꼼히 읽어야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다. 왜건으로 만들면서 i30보다 전체적으로 길이, 높이, 앞뒤 바퀴 간 거리 등이 각각 230mm, 85mm, 50mm씩 길어진 것. 그만큼 실내 공간이 넉넉해졌다. 4인 가족이 어지간한 짐을 싣고 야외나들이를 하는 데 부족함이 없을 듯했다.

앞좌석에 앉아 요모조모 따져보니 볼수록 재미있는 차다. 계기반과 센터패시어 등은 비교적 단순하게 처리돼 있었다. 온갖 버튼과 키가 정신없이 붙어 있는 차들과 달리 초보 운전자도 많은 ‘공부’를 하지 않아도 쉽게 조작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잠시 눈을 돌리자 cw 특유의 ‘다목적’ 공간 활용 장치가 곳곳에서 발견됐다. 주로 레저용차량(RV)에 적용되는 ‘수평형 인출식 러기지 스크린’은 짐칸과 탑승 공간을 분리해 수납성을 극대화하는 한편 깔끔한 실내 분위기를 유지할 수 있도록 배려한 듯하다. 급제동 시 트렁크에 실린 짐이 탑승 공간으로 넘어오는 것을 막기 위한 그물망도 설치돼 있다.

스마트키를 주머니에 넣고 핸들 아래에 붙은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걸었다. 준중형급에선 스마트키를 적용한 차량이 지난해 말 출시된 GM대우차의 라세티 프리미엄 정도밖에 없다.

액셀러레이터를 밟자 날렵한 외모와 달리 묵직하면서도 부드럽게 달려 나갔다. ‘현대차도 참 많이 좋아졌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유럽차의 단단함과 현대차 특유의 출렁거림을 절반쯤 섞어 놓은 듯 꽤 안정감이 느껴졌다. 브레이크도 그다지 경박하게 반응하지 않았다.

저속에서의 외부 소음 처리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처음 경적을 눌렀을 때는 지나가는 차에서 나는 소리로 착각할 정도였다. 다만 10여 년 전 엑센트에서 들었던 째지는 듯한 경적은 차의 품격을 떨어뜨리는 요소 중 하나였다. i30에 비해 최고출력과 최대토크가 약간 향상되긴 했지만 고속 주행이나 언덕길에선 다소 힘이 달리는 건 1.6L 모델로선 어쩔 수 없는 듯했다.

○ 또 한 번의 모험, ‘왜건’

i30cw는 1990년대 중반 출시됐다 별 관심을 끌지 못하고 사라진 ‘아반떼 투어링’의 ‘손자뻘’이다. i30가 아반떼와 플랫폼을 공유하고 있는 데다 아반떼 투어링을 계승한 왜건형이라는 점 때문이다. ‘cw’는 ‘크로스오버 왜건’을 줄인 말이다.

현대차의 왜건형은 ‘아반떼 투어링’ 이후 처음이다. 현대차가 해치백 모델인 i30에 이어 또다시 모험을 감행한 데는 i30의 성공에서 얻은 자신감이 한몫한 것 같다. 국내 소비자들의 ‘입맛’이 다양해졌음을 확인한 것이다.

국내와 달리 유럽이나 일본 등에선 실용성 때문에 왜건형이 인기가 높다. 특히 유럽에서 왜건은 주말이면 야외의 별장에서 생활하는 고소득층이 선호하는 모델이다. 실제로 i30cw는 내수시장보다는 유럽 공략을 염두에 두고 만든 모델이다.

기존 준중형 세단의 부족한 공간을 아쉬워했거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덩치’에 부담을 느끼던 소비자나 야외 활동이 많은 20, 30대 젊은층에게 안성맞춤인 셈이다. 뒷좌석을 접으면 최대 1395L까지 짐을 실을 수 있다. i30는 시트쿠션을 세우고 시트백을 접는 방식이지만 cw는 시트쿠션만 6 대 4로 접히는 구조다. 2열의 팔걸이와 헤드룸을 확대하면 뒷좌석의 공간도 한층 더 여유가 생긴다.

i30cw는 SUV에 주로 장착되는 루프랙이 모든 모델에 기본으로 적용되고 일부 모델에는 17인치 알루미늄 휠 등 중형차 이상에서나 볼 수 있었던 고급 사양도 제공된다.

가격은 자동변속기 기준으로 △1.6L 휘발유 1507만∼1670만 원 △2L 휘발유 모델 1721만 원 △1.6L 디젤 1849만∼1935만 원이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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