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MB정부도 예외없는 ‘부처 몸집 불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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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5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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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도 넘은 낡은 이론이지만 ‘파킨슨의 법칙’만큼 관료 조직의 생리를 제대로 꼬집는 이론도 드물다. 영국의 경제학자이자 역사학자인 노스코트 파킨슨은 이 이론을 통해 관료의 수가 업무량과 관계없이 늘어난다고 지적했다. 수년 전 은퇴한 한 퇴직관료는 “공무원 사회는 예산과 조직과의 투쟁”이라고까지 말했다. 예산을 많이 따오고 조직을 늘리는 것만이 공무원의 존재 이유라는 말이다.

공무원 조직의 이 같은 습성은 출범 초기 작은 정부를 내세웠던 이명박 정부도 예외가 아니다. 부처를 막론하고 틈만 보이면 몸집을 불리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국장급을 단장으로 한 협동조합기획단을 꾸렸다. 지난해 말 국회에서 협동조합기본법이 통과되자 이를 뒷받침해야 한다며 만든 태스크포스(TF)가 4개월 만에 그럴듯한 ‘국(局)’으로 커졌다. 재정부는 연초 조직개편에서도 이미 장기전략국과 국제금융협력국을 신설했다.

국토해양부는 3월 해외건설지원과, 녹색건축과, 해양영토과, 새만금개발팀 등 4개 과를 새로 만들었다. 기존 해외건설과는 해외건설정책과와 해외건설지원과로 나뉘었다. ‘정책’과 ‘지원’은 하나의 조직 안에서 시너지 효과를 추구해야 하는데 되레 칸막이가 생겼다. 지식경제부는 중견기업 지원정책을 추진하겠다며 3개 과를 둔 중견기업국을 1일 신설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말 서민금융과 전자금융업무를 강화하기 위해 중소서민금융정책관(국장급)과 전자금융팀을 만들었다.

‘몸집 불리기’라는 비판에 당사자들은 억울해한다. 협동조합, 중견기업, 해외건설 등 새로 생긴 조직들의 이름만 보면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정책이 없다. 다른 실·국에 흩어져 있던 과를 모아 국을 신설했기 때문에 실제 정원은 거의 늘지 않았다는 주장도 한다. 실제로 현 정부 들어 지난해 말까지 늘어난 공무원 정원은 5000명 안팎으로 노무현 정부(3만5000명)보다 적었다.

이상훈 경제부 기자
이상훈 경제부 기자
하지만 현 정부 끝물에 나타나는 몸집 부풀리기 행태를 좋게 봐 줄 국민은 많지 않을 것 같다. 꼭 필요한 일을 하기 위해 조직을 개편했다는 부처에서 “일처리 혁신을 통해 부서 통폐합을 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관가 안팎에서는 벌써부터 현 정부 들어 폐지된 과학기술부, 해양수산부, 정보통신부 등이 차기 정부에서 부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사라진 이 부처들을 흡수한 교육과학기술부, 지식경제부, 국토해양부 등은 애써 키운 몸집을 줄이지 않겠다며 자신들의 존재 이유 알리기에 바쁘다. 세금으로 공무원을 먹여 살리는 국민들은 안중에나 있는지 모르겠다.

이상훈 경제부 기자 janua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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