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기업銀 다문화 행원 채용 ‘네 마리 토끼’ 잡는 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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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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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열 경제부 기자
유성열 경제부 기자
“요즘은 은행원도 제2외국어가 필수야, 필수.”

서울의 한 시중은행 지점에서 근무하는 한 행원은 “외국인 근로자 고객이 많은데 의사소통에 애를 먹을 때가 많다”며 이처럼 푸념했다. 국내 체류 외국인이 100만 명에 육박하면서 일선 지점 현장에도 외국인 고객이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베트남과 네팔 등 국내 전공자가 거의 없는 언어를 구사하는 고객 응대가 문제였다. 해외 송금 등 간단한 업무는 그럭저럭 처리할 수 있지만 펀드, 적금 등 금융상품을 설명하고 판매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이러다 보니 베트남이나 네팔 출신 외국인들은 ‘고객’이라기보다는 ‘귀찮은 손님’이었다. 이들도 한국계 은행에서는 송금이나 간단한 예금만 하고 큰돈은 외국계 은행이나 본국의 은행에 맡겼다.

하지만 100만여 명에 이르는 외국인 고객을 놓치는 것은 은행으로서도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IBK기업은행이 먼저 발상을 바꿨다. 시중은행 중에서는 처음으로 결혼이주민 공개채용에 나선 것이다. 계약직으로 채용되는 다문화 행원들은 체크카드 가입이나 금융상품 마케팅 지원 업무도 맡게 된다. 기업은행 측은 “고객 편의 증진뿐 아니라 미래의 잠재고객을 확보하는 셈이어서 영업력도 배가될 것”이라며 “다문화가정 일자리를 만드는 사회공헌 효과까지 고려하면 ‘세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본보 26일자 B1면 기업銀, 시중은행 첫 다문화인력 공채

결혼이주민 채용은 ‘한 마리 토끼’를 더 잡을 수 있다. 이들은 국내 금융회사가 좀처럼 성과를 내지 못하는 해외 진출의 초석이 될 수 있다. 전자, 자동차 등 수출 효자 종목들과는 달리 국내 금융회사들의 해외 진출은 미미한 편이다. 세계 유수의 금융회사와 비교하면 국내 금융회사들의 세계화 수준은 ‘우물 안 개구리’라는 평가를 받는다.

다행히 최근 4대 금융그룹을 중심으로 해외 금융회사에 대한 인수합병(M&A)이 잇따라 추진되면서 해외 진출이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보수적이고 순혈주의가 강한 은행 조직에 결혼이주민 등 외국인들이 유입된다면 직원들의 글로벌 마인드는 더욱 쉽게 함양될 것이다.

해외로 직접 나가는 것도 좋지만 이미 우리 사회 속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외국인들과 먼저 소통하는 것이 은행의 글로벌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업은행을 시작으로 은행권에 ‘다문화 행원 채용 바람’이 불기를 기대해 본다. 우리 곁에는 이미 외국인 100만 명이 있다.

유성열 경제부 기자 ryu@donga.com
#경제카페#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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