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원칙없는 ‘한화 살리기’… 금간 거래소 신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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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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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정 경제부 기자
장윤정 경제부 기자
주말의 숨 가쁜 ‘2박 3일’이었다. 한국거래소는 일요일인 5일 긴급회의를 열어 3일 경영진의 배임·횡령 혐의를 공시한 ㈜한화가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이 아니라고 발표했다. 한국거래소의 전례 없는 신속한 조치 덕에 ㈜한화는 매매 정지 없이 6일을 맞았지만 주식투자자들의 실망매물이 쏟아지면서 주가가 속절없이 급락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중소기업엔 칼 같은 잣대를 들이대고 대기업을 위해서는 일요일에도 회의를 열어 처리하느냐”는 불만이 쏟아졌다.

한국거래소는 “시장의 혼란을 막기 위해 빠르게 의사결정을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한화의 시가총액은 2조9000억 원, 코스피시장 시가총액 비중이 0.25%로 주주만 4만4000여 명에 이른다. 외국인 비중도 20%를 웃돈다. 적어도 2주일간 거래정지가 됐다면 증시에 미칠 파장이 상당했을 것으로 짐작이 되고도 남는다. 한국거래소가 ‘대마불사(大馬不死)’를 피할 수 없었던 배경으로 이해된다.

하지만 이 결정으로 한국거래소는 신뢰에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원칙을 어긴 데다 다른 기업과의 형평성에도 할말이 없게 됐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코스피시장에서 상장폐지 심사대상에 올랐다가 회사의 개선계획과 소명, 즉 ‘반성문’만 받고 거래정지 없이 심사 대상에서 빼준 전례는 없었다. 통상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 결정까지 2주일 이상 걸렸고, 이 기간에는 예외 없이 거래가 정지됐다. 지난해 코스피시장에서 횡령·배임 혐의로 상장폐지 위기에 몰렸던 마니커와 보해양조도 거래 정지 후 심사기간을 거쳤다.

이미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반발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은 “㈜한화를 심사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문제가 있다”며 한국거래소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7일 개최할 예정이다.

시민단체와 투자자들은 ㈜한화가 거래정지 되지 않아 뿔이 난 것이 아니다. 한국거래소가 심사 대상과 관련해 명확한 원칙 없이 ‘대기업이라 파장이 우려되니 신속 처리한다’는 식의 주관적인 잣대에 따라 움직였기 때문이다. 한 투자자는 ㈜한화와 관련된 기사에 이런 댓글을 남겼다. “이제 어느 대기업이 횡령·배임을 두려워할 것인가.”

장윤정 경제부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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