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60엔 어떻게 사나]2부<3>네팔

  • 입력 2005년 9월 29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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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여건이 낙후된 네팔을 노후생활의 후보지로 선뜻 떠올리긴 힘들다. 노후생활의 근거지로 네팔을 택하려는 사람도 흔치 않다. 그러나 부부가 월 150만 원 정도를 가지고도 최고 수준의 생활을 영위하면서 대자연과 호흡할 수 있는 곳으로 네팔은 떠오르는 처녀지이다. “네팔은 보통사람이 정착하기에 쉽지 않은 곳이지요. 하지만 부부가 다같이 활동적이고 산과 자연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네팔은 천국일 수도 있습니다.”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 중심가에서 갤러리를 운영하면서 섬유공장을 경영하고 있는 최고담(51) 씨의 말이다. 》

현지 교민들의 말대로 네팔은 ‘더없이 좋은’ 기후 조건과 숨이 막힐 정도로 웅장한 대자연이 매력적인 곳이다.

그래서 네팔 교민 중에는 히말라야 산이 좋아 네팔을 들락거리다가 결국은 현지에 눌러앉게 된 경우가 많다. 최 씨 부부도 그런 경우다.

이들 부부는 네팔 생활의 가장 좋은 점은 쫓긴다는 느낌이 없이 편안한 마음으로 생활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주위와 비교되거나 경쟁할 일이 없으니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살 수 있다는 것.

히말라야 가는 길
네팔에서 노후생활을 하려면 수도인 카트만두뿐만 아니라 제2의 도시인 포카라도 고려해 볼 만하다. 포카라는 연중 히말라야 트레킹을 즐기려는 외국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안나푸르나 1봉(8091m)으로 가는 트레킹 길 주변에 조성된 란드룩 마을의 게스트하우스. 포카라=정동우 사회복지전문기자

네팔 생활의 또 다른 장점은 생활비와 인건비가 무척 싸다는 점. 거주를 같이하는 가사도우미를 한 명 두는 비용이 월 4만 원도 안 되기 때문에 여성의 경우 가사 부담에서 완전히 해방된다.

기후는 연중 겨울 없이 9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는 청명하고 선선한 날씨를 유지한다. 가장 더운 4, 5월도 낮에는 최고 32도까지 올라가지만 습도가 낮아 견딜 만하다.

카트만두에 사는 교민 류배상 씨는 “세계 각국의 한국 교민 중 한국 출신이라는 것 때문에 득을 보는 나라가 네팔일 것”이라고 말했다. 네팔인이 워낙 유순하고 착하기도 하지만 정이 깊은 한국인의 기질에 큰 매력을 느낀다는 설명이었다.

단점으로는 접근성이 나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인천공항에서 카트만두까지는 홍콩이나 방콕에서의 대기시간 4시간을 포함해 13시간이나 걸린다. 인천∼네팔 왕복 항공요금은 83만∼90만 원 선.

산악지대에는 아직도 공산 반군이 출몰해 내국인에 대한 검문이 매우 까다롭다. 그러나 이런 까닭에 국내 치안은 오히려 좋은 편이다.

의료 수준도 한국에 비해 많이 떨어진다. 하지만 카트만두의 팍타불 국립병원에는 한국에서 파견된 의사와 간호사가 4명이나 있어 급한 경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한국 식품점이 없어 한국 식재료를 구할 수 없다는 점도 불편한 것 중 하나다. 그러나 카트만두에는 한국 식당이 10여 개나 있어 한국 음식을 접할 수는 있다. 현재 카트만두의 교민은 230명 정도.

무질서한 도로와 좋지 않은 수돗물 사정, 미흡한 사회 문화 수준도 감안해야 한다.

네팔에서는 네팔어 외에 영어를 사용한다. 보통 사람도 한국인보다는 영어를 잘한다. 하지만 영어에 익숙지 않은 사람이 현지인과 쉽게 의사소통하기는 어렵다.

주거비는 카트만두 시내의 방 2개에 거실이 있는 20평 규모 아파트의 매입가는 2500만 원 선이다. 네팔에서 외국인은 집을 소유할 수 없어 정확히는 99년간의 임차가격이다. 카트만두에서 4, 5km 떨어진 랄리풀 지역의 방 6개짜리 단독주택의 월 임차료는 30만 원 선.

카트만두에서 서쪽 200km 지점에 위치한 네팔의 제2도시 포카라도 주목할 만하다. 이 도시의 서북쪽으로 안나푸르나, 마차푸추레, 마나슬루 등 7000∼8000m급 거봉들이 그림엽서의 한 장면처럼 펼쳐져 있다.

포카라는 큰 호수인 페와 호와 접해 있고 베그니스 호수 등을 배후에 두고 있어 휴양도시로는 적격이다. 그래서 이 지역은 산이 좋아 찾아온 사람들이 장기간 머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인구 20만 명의 이 도시에서 쾌적하게 생활할 만한 집을 구하기는 쉽지 않다. 영국과 싱가포르의 용병으로 나가 있던 구르카족이 돈을 벌어와 지었다는 2, 3층짜리 양옥집 정도가 그래도 나은 편이다. 집세는 방 3, 4개짜리 2층집이 월 35만∼50만 원 선.

네팔에는 아직 외국인 장기 체류자를 위한 시설은 개발되어 있지 않다. 카트만두 근처의 나가르코트 등지와 포카라에 리조트가 있긴 하지만 취사가 가능한 한국식 콘도가 아니라 호텔에 가깝다.

최 씨는 네팔에서의 은퇴생활이 가질 수 있는 양면성을 좀 더 설득력 있게 설명했다.

“이곳에서 생활하게 되면 삶의 방식이 달라집니다. 한국에서와 같은 생활의 역동성은 사라지고 삶 자체가 매우 단순해지죠. 따라서 이곳에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려는 노부부는 신혼 초의 감정을 되살려 부부가 서로 배려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부부가 초기의 적응 단계를 넘겨 일단 이곳 생활에 익숙해지면 그때부터는 한국에 가서 살기가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곳 생활이 눈에 보이지 않는 매력이 있기 때문에 차츰 빠져 들어가게 된다는 설명이었다.


카트만두·포카라=정동우 사회복지전문기자 forum@donga.com

■ 네팔 정착하려면

은퇴 후 네팔에서 살게 된다면 생활은 어떨까. 네팔에도 장기 거주시설을 개발하려는 움직임이 있지만 아직까지는 집을 임차하는 수밖에 없다.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에서 트레킹 전문여행사(www.nepal.pe.kr)를 하고 있는 류배상 김지나 씨 부부도 2000년 이민을 오면서 집을 임차했다.

카트만두의 중심 주택가인 니켄탄마르크에 있는 이들의 집은 대지 200평에 3층으로 된 방 6개짜리 단독주택. 마당 한쪽에는 화초와 채소를 키우고 있다. 부부가 살기에는 큰 규모의 집을 얻은 이유는 히말라야 트레킹 손님을 상대로 민박을 하기 위해서다. 이들 부부는 현지인 가사도우미 3명을 쓰고 있다. 다소 많지만 인건비가 워낙 싸기 때문에 부담은 거의 되지 않는다.

이들 부부의 하루 일과는 무척 단순하다. 류 씨는 오전에 인터넷으로 여행 신청을 받거나 문의에 답하고 여행객들의 일정에 관계되는 업무를 보고 오후에는 부부가 함께 골프를 한다.

부인 김 씨는 오전에는 네팔 트리부반국립대에서 운영하는 3년 과정의 네팔어 수업을 받고 있다.

김 씨는 교민 부인들 중 다수가 요가 그림 악기 테니스 등을 배우고 있다고 귀띔했다. 2명 정도만 수강 희망자를 모으면 선생이 주 5회 직접 가정을 방문해 가르쳐 준다는 것. 수강료는 1인당 월 1만5000원 선.

이들은 “네팔에서의 생활은 남을 의식하지 않고 나만의 삶을 누리고 싶은 사람에게는 권할 만하다”고 말했다.


○ 거주비자

올해부터 60세 이상의 외국인 은퇴 후 생활자에 한해 네팔은행에 미화 2만 달러를 예치하면 1년짜리 거주비자를 발급한다. 이 비자는 첫해에 760달러, 그 다음 해부터는 1200달러를 네팔 내에서 사용했다는 증명을 하면 1년 단위로 계속 연장할 수 있다.

이 밖에 관광비자와 학생비자가 있다. 관광비자는 처음에 3개월짜리가 주어지고 그 다음에 1개월씩 연장돼 5개월까지 체류가 가능하다.

학생비자는 가족 중 한 사람이 대학의 네팔어학 코스 등에 등록하면 가족 모두에게 발급된다. 이 경우 학비는 1년에 650달러 선. 학생비자를 받은 사람은 본인은 3000달러, 가족 한 사람당 2000달러의 보증금을 네팔은행에 예치해야 한다.

정동우 사회복지전문기자 foru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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