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24시/시리즈마치며]임원서 새내기까지 “딱 내얘기”

  • 입력 2002년 4월 17일 17시 20분


왼쪽부터 김인호 제일제당 부장, 김래성 두산 과장, 한 외국계 기업의 김선영 과장, 황병종 한솔 CSN상무, 초포전자기계 사원 김영우씨.
왼쪽부터 김인호 제일제당 부장, 김래성 두산 과장, 한 외국계 기업의 김선영 과장, 황병종 한솔 CSN상무, 초포전자기계 사원 김영우씨.

【동아일보 경제부가 1월 초부터 3개월 반에 걸쳐 매주 화·목요일자 Money & Business섹션 기업면에 게재했던 ‘직장인 24시’ 시리즈가 막을 내렸다. 총 28회 연재된 이번 시리즈는 ‘직장인의 꽃’인 임원부터 새내기 신입사원까지 다양한 직급의 직장인들의 삶과 애환을 본격적으로 집중 조명해 독자들의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실명(실명)으로 소개됐던 직장인과 일반 독자들의 반응과 소감, 취재과정에서의 뒷이야기 등을 싣는다.】

그동안 ‘직장인 24시’에 생생한 사례로 ‘등장’했던 회사원들은 기사가 나간 뒤 많은 에피소드를 경험했다. 또 직장생활을 하는 독자들은 취재기자들에게 e메일이나 전화 등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보내오기도 했다. 경제계에서는 이번 시리즈가 ‘이 시대의 직장인’들의 다양한 행태와 고민을 충실히 전달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직장인 24시 연재기사 보기

▽‘취재원’들의 이야기〓제일제당 영업팀 노재명 상무는 “고교생 아들과의 사이가 서먹해진 것이 보도된 뒤 아들놈이 쑥스러워하면서 아버지를 배려하기 시작하더군요. 괜히 친한 척하면서 말도 걸고요…”라며 웃었다.

같은 기사에 등장했던 한솔CSN의 황병종 상무는 친구들로부터 “야, 너는 (아들과 대화도 없이) 그렇게 살아서야 되겠느냐”는 전화를 받았다.

▼“너 왜 그렇게 사냐” 전화▼

‘젊은 임원’들을 다룬 ‘이제 CEO다-패기의 젊은 피’가 나간 뒤 당사자들은 주위의 시선이 집중되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한편 뿌듯하기도 했지만 곤혹스럽기도 했다는 것.

취재에 응했던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오랜만에 나 자신과 회사생활을 진지하게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고 입을 모았다.

“원래 내 어려움만 커 보이잖아요. 올챙이 적 고민은 잊은 지 오래고, 상급자는 부럽거나 원망스럽고…. 이번 시리즈를 읽으면서 두 가지 다른 방향에서 선후배를 이해하게 됐어요. 하나는 ‘저 직급에도 나름대로 내가 모르는 고충들이 있구나’ 하는 것이고, 한편으로는 ‘과장이나 부장이나 임원이나 비슷비슷한 애환이 있구나’ 하는 것이죠.”

이런 ‘감상’을 털어놓은 두산 식료사업팀의 김래성 과장은 “임원들이 부하 직원 눈치를 그렇게 보는 줄은 몰랐다”고 덧붙였다.

7년째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한 외국계 기업의 김선영 과장은 “기사들을 보니 회사생활에서 권한만큼 기대되는 역할도 커지는 것이 생생히 느껴졌다”고 말했다.

직장인들간의 세대차이는 대리 사원 등 ‘신세대 직장인’과 ‘과장급 이상’으로 확연히 갈렸다. 이른바 토익 900점이 아니면 명함을 못 내미는 세대와 600점 정도가 당연한 세대의 차이. ‘시리즈 등장인물’ 5명이 16일 한자리에 모여 의견을 나누는 과정에서도 이는 잘 드러났다.

▼“자신-회사 돌아보는 계기”▼

“우리 때보다 할 줄 아는 것도 많고 똑똑하죠. 요즘 젊은 사람들은 아이디어와 창의력이 많다고 하지만 쉽게 생각하는 ‘허구적인 창의성’도 많아요. 정말 성실히 몰두해야만 얻어지는 것들의 중요성을 잘 모르는 것 같아요.”

황병종 상무의 걱정에 대해 제일제당의 김인호 부장은 “신입 사원들의 사고 패러다임은 정말 많이 다른 것 같다”고 대뜸 동의를 표했고 김래성 과장도 연방 고개를 끄덕였다.

이에 대해 직장 경력 1년3개월째인 초포전자기계 사원 김영우씨(다음 커뮤니케이션 20대 직장인 동호회 운영자)는 “신세대 직장인이 막무가내로 튀는 것 같지만 자신의 커리어에 대해 방향성을 가지고 진지하게 임한다”고 항변했다.

▽독자들의 반응〓“밑에서 치이고 위에서 눌리고, 돈은 없고 애들 교육비는 많이 들고, 자기계발 해놓은 것은 없는데 경쟁은 치열하고…. 과장 편은 딱 제 이야기 같아 현실감 있었어요. 그런데 부장 편을 보니 부장들도 고민이 비슷하더군요. 결국 직장 생활은 누구에게나 어느 위치에서나 자신의 삶과 꿈, 그리고 생계가 얽힌 현실 아닐까요.”

시리즈가 중반을 넘어섰을 무렵 대기업에서 마케팅을 담당하는 어느 과장은 이런 e메일을 보내왔다.

부장 편의 ‘휴일이 싫은 기러기 아빠’가 나간 뒤 한 네티즌은 “비슷한 처지라 공감이 간다”며 “이들에게 추천할 만한 책을 보내주고 싶으니 연락처를 알려달라”고 연락해왔다.

▼“입사전에 읽었더라면…”▼

사원 편의 ‘환상 깨지고 잡무에 쩔쩔’을 읽은 한 대기업 사원은 “내가 입사하기 이전에 이런 기사를 봤더라면 엉뚱한 환상을 좀 덜 가질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아쉬워하기도 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손병두 부회장은 “이번 ‘직장인 24시’ 시리즈는 지금까지 경제신문도 제대로 눈길을 돌리지 못했던 직장인들의 이모저모를 종합지가 본격적으로 비중 있게 다뤘다는 점에서 기업과 회사원들을 중시하는 최근 동아일보 경제면의 긍정적 변화를 읽을 수 있게 했다”고 평가했다.

이번 시리즈는 과장, 부장, 임원, 신세대 직장인 순으로 각각 7회씩 게재됐다. 취재팀은 당초 임원 편까지만 하고 끝낼지 여부를 고민했다.

그러나 시리즈가 나가는 과정에서 여러 직장인으로부터 대리와 사원 등 젊은 직장인의 애환도 소개해야 한다는 ‘강력한 압력’이 들어와 이를 받아들였다.

직장인24시 취재팀 종합

◇취재팀=▽팀장〓권순활 경제부 차장 ▽팀원〓신연수 김광현 김태한 이명재 하임숙 신석호 이헌진 박정훈 이완배 김승진 김창원 기자(이상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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