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추세’를 판단해 주식투자 비중을 늘릴지, 현금을 더 확보할지 결정한다. 하지만 일반 투자자들은 대부분 증권사 직원의 말을 듣거나 리포트를 참고해 오른다, 내린다를 점친다. 판단 근거가 약하기 때문에 주가가 뜨면 덩달아 투자했다가 내리면 돈을 빼 손해를 보는 악순환을 반복한다. 물건을 비싸게 샀다 싸게 파는 셈이다.
전문가들이 추세를 판단하는 지표는 여러 가지다. ‘투자의 현인’으로 불리는 워런 버핏은 여러 가지 지표 가운데 미국철도회사연합회의 철도화물 운송량 통계를 신뢰한다고 한다. 운송량이 늘면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어떤 전문가는 미국 상업은행의 대출강화비율을 참조한다. 은행들이 기업에 대출을 덜해주면 경기가 나빠질 것이라는 의미다. 다른 경기지표가 꺾이기 이전에 대출조건은 먼저 강화된다. 누구는 ‘공포지수’라 불리는 빅스(VIX) 지수를 참조한다. 헤지펀드 등이 주로 참가해 주식시장의 변동성에 대해 거래하는 지수로 외국인투자가의 투자심리에 큰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이 모든 지표보다 앞선 지표가 있다. 바로 금리와 주식의 이익률 비교 지표다. 시중금리가 높으면 은행에, 주식투자 이익률이 높으면 주식에 돈을 넣어야 한다는 점은 불문가지. 주식의 이익률은 기업의 이익 나누기 주가(시가총액)로 계산한다. 예를 들어 올 상반기 상장기업의 영업이익은 23조 원이다. 1년이면 그냥 두 배를 해도 46조 원, 3분기에 좀 더 장사를 잘할것이라는 예상을 붙이면 48조 원쯤으로 전망된다. 현재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은 800조 원이 조금 넘는다. 이를 계산하면 주식의 이익률은 6%. 시중금리 4%보다 더 높기 때문에 아직은 주식을 살 만하다는 이야기다.
대표적인 가치투자가인 한국밸류자산운용 이채원 부사장은 “주식시장이 반드시 이성적으로 움직이는 시장이 아니기에 어떤 시기에는 금리-이익률 기준에 맞지 않게 움직인다”며 “그럴 땐 항상 눈을 감고 계산기를 두드린다”고 말했다.
장이 뜨거나 가라앉을 때 앞으로 어찌될까 노심초사하기보다는 일단 눈을 감고 흥분을 가라앉혀보자. 그리고 ‘주가는 기업가치에 수렴한다’는 진리를 떠올리며 자신이 투자하고 있는 기업의 현황을 다시 들여다볼 일이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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