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코리아/피터 바돌로뮤]세계 속 코리아 이미지 높이려면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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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바돌로뮤 왕립아시아학회 이사
피터 바돌로뮤 왕립아시아학회 이사
해외에서는 한국을 어떻게 볼까. 사실 부정적이지도 긍정적이지도 않다. 특히 서양 사람들은 한국에 무관심하다. 한국과 인연을 맺은 외국인들도 한국을 잘못 알거나 오해하는 경우가 있다.

유럽이나 북아메리카를 여행하다 만난 사람들은 이웃나라 중국이나 일본, 인도, 동남아시아 국가들에 대해 적어도 어떤 ‘이미지’란 걸 갖고 있었다. 그런데 한국을 모르다니! 한국은 세계에서 열두 번째로 경제 규모가 크고 세계 최고의 조선강국인 데다 전자제품, 자동차 등 첨단산업의 리더국가인데 말이다.

한국 정부와 민간기관은 이런 문제점을 알고 있다. 그래서 최근 몇 년간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국가 이미지를 높이기 위한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 나에게도 종종 의견을 물어온다. 국가 이미지를 개선하려 관심을 기울이는 건 좋은 일이다.

중국, 일본, 인도, 동남아시아를 알고 있는 외국인들에게 왜 한국은 여전히 ‘사각지대’로 남아 있을까. 인도와 동남아시아는 식민 지배를 받으며 서방에 알려졌다. 중국과 일본은 무역과 전쟁을 통해 교류했다. 하지만 한국은 1950년 6·25전쟁 때까지 세계무대에서 고립됐다. 게다가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일본이 왜곡한 정보들까지 퍼졌다.

반대로 중국과 일본은 20세기 들어 서방에 자국의 이미지를 높였다. 예술과 문화 과학적 성취 등 긍정적인 면들이 부각됐다. 특히 일본은 그들의 문화를 매우 세련되고 독특한 형식으로 알리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일본 문화가 한국에서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은 알려지지 않았다. 반드시 바로잡아야 할 점이다.

국가 이미지는 경제적 문화적 성취뿐 아니라 여러 범주에서 구축돼야 한다. 어떤 나라 이름을 들으면 현재 그 나라의 정치 경제 사회적 지위뿐만 아니라 전통문화도 확실히 인지하도록 말이다.

한국이 일본보다 더 품위 있는 전통문화를 가졌다는 사실은 아직 알려져 있지 않다. 한국 전통문화가 여전히 묻혀 있다는 게 애석하다. 수천 년간 발달된 문명에 대한 이해는 그 나라의 이미지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왕궁과 사찰, 한복을 비추는 짧은 영상은 한국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무관심 또는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는 데 도움이 되진 못한다. 일본은 정교하고 세련되며 독특한 전통문화를 가졌다고 지속적으로 세계에 알린다. 유감스럽게도 한국은 세계 속에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알리는 데 미흡하다.

어떻게 하면 한국의 문화적 이미지를 높일 수 있을까. 전통문화를 포함한 문화 교류가 그 출발점이다. 1980년 한국이 미국 7개 도시에서 ‘한국 예술 5000년전’ 행사를 연 것을 기억한다. 관람객들은 “한국이 이렇게 세련된 전통문화를 가진 나라인지 몰랐다”고 놀라워했다. 요즘은 전통문화의 우수성을 알리는 행사를 찾아보기 어렵다.

다른 방법은 과거사의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는 것이다. 해외 대학과 손잡고 할 수 있다. 일본은 이 부분에서 전략적이다. 일본학을 연구하는 해외 교수들에게 ‘자리’를 마련해 주고 교육 프로그램도 제공한다. 돈이 많이 들겠지만 글로벌 이미지를 생각한다면 투자인 셈이다.

한국의 역사 교육에도 문제가 있다. 한국에서 사업 파트너나 친구, 대학생을 만나보면 전통문화에 무지한 경우가 많아 실망하곤 한다. 한국 사회는 수준 높은 전통문화에 대한 기억을 잃어가고 있는 걸까. 지난 40년간 한국에 살면서 한국의 세계적 이미지가 높아지는 것을 지켜보았다. 하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한국이 정치 경제 문화적으로 발전을 거듭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전통문화 영역에서도 이런 노력이 강화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피터 바돌로뮤 왕립아시아학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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