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위원회 좌담]“삶의 질 바꾸는 ‘풀뿌리 한표’… 지역 이슈 발굴해 참여 유도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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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지방선거와 언론 보도

동아일보 독자위원회는 1일 본사 회의실에서 ‘지방선거와 언론 보도’를 주제로 토론했다. 왼쪽부터 김사중 스탠더드에디터, 박태서 미디어연구소장, 고희경 위원, 이진강 위원장, 김성태 위원, 박원재 스탠더드에디터, 윤영호 스탠더드에디터.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동아일보 독자위원회는 1일 본사 회의실에서 ‘지방선거와 언론 보도’를 주제로 토론했다. 왼쪽부터 김사중 스탠더드에디터, 박태서 미디어연구소장, 고희경 위원, 이진강 위원장, 김성태 위원, 박원재 스탠더드에디터, 윤영호 스탠더드에디터.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 6·4지방선거가 2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지방선거는 풀뿌리 민주주의 실천이라는 취지대로 지역 일꾼을 뽑아야 하지만 현실은 중앙정치의 대리전 성격을 띠고 있다. 언론도 여야 권력의 향배에 초점을 맞춘 보도로 과열 경쟁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방선거의 참뜻을 실천하는 균형 있는 보도를 위해 동아일보 독자위원회는 1일 ‘지방선거와 언론 보도’를 주제로 토론을 벌였다. 》

―지방선거는 지역 이슈가 활발히 논의돼야 함에도, 중앙정치의 영향으로 이슈나 인물보다 정당을 보고 찍는 경향이 많습니다. 최근 기초선거 무공천 논란으로 중앙정치 이슈가 지방선거를 덮고 있습니다. 독자 입장에서 어떤 방향의 보도가 필요하고 바람직한지 짚어 주시길 바랍니다.

이진강 위원장=
헌법이나 지방자치 관련법에서 지향하고 있는 지방자치제 선거와 현실에는 괴리가 있습니다. 괴리가 어디서 비롯됐는지 논의해 봐야 합니다. 헌법에 담긴 지방자치 이념은 풀뿌리 민주주의를 가꿔 나가 중앙정부와 민주사회를 한 단계 발전시키는 데 있다고 봅니다. 선진국의 지자체가 그렇게 발전해왔지만 우리는 거꾸로 가고 있는 면이 있습니다. 중앙정치가 지방정치를 좌지우지하는 게 현실입니다.

김성태 위원=전국지로서 지향해야 할 점은 ‘지방선거 선택을 돕겠습니다’ 같은 다양한 노력이 나와야 한다는 것입니다. 대선이나 총선 보도와는 패러다임을 달리해야 합니다. 지방선거와 관련해 정당 대결 치중, 공정성 등이 계속 지적되고 있습니다. 독자들의 정치 무관심, 탈정치화도 가속화하는 것 같습니다. 지방선거에서 중요 이슈를 발굴하고 평가 분석을 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유권자들에게 정치 참여라는 동기를 유발시키고 참여를 이끌어내는 역할도 함께 맡아줘야 합니다.

고희경 위원=지방선거는 우리 삶에 가장 가까이 와 있는 선거임에도, 정작 현장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기 어려운 선거로 보입니다. 풀뿌리 민주주의를 위해 작은 단위까지 선거를 하고 있음에도 이번 지방선거는 중앙당 차원에서 공천을 어떻게 할 것인가 외에는 이슈를 찾기가 어렵습니다.

이 위원장=전국동시 지방선거는 1995년에 처음 시작했습니다. 당시 총선과 총선 사이에 지방선거가 열려 국회의원 선거 중간평가라는 의미가 있었죠. 이 의미가 과다하게 부여되면서 지방선거가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 정치적 공세로 변질된 면이 있습니다. 이제 지방선거 시행 19년이 된 시점에서 이번 선거를 계기로 ‘주민자치로 돌아가는 선거가 되자’ 이렇게 방향을 잡을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중앙정치권의 움직임이 아니면 독자들의 관심이 멀어지고, 선거공약 실천 여부를 점검하는 매니페스토 보도는 공은 많이 들지만 잘 읽히진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박원재 스탠더드에디터=중앙당이 지방선거에서 게임의 룰을 만들고, 선수도 지명하다 보니 보도 또한 중앙당 위주로 나오게 됩니다. 지역이슈와 정책을 다룬 기사는 독자들이 잘 읽지 않는다는 고충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언론은 지속적으로 정책선거를 강조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 주민자치라는 관점에서 지역 유권자의 의견도 반영해야 합니다. 개별 시군을 다루지 않더라도 권역별로 나눠 최대한 지역주민의 시각에서 이슈를 다루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지방선거는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선거라는 점에서 유권자의 선거 참여를 유도하는 기사도 발굴하고 있습니다.

―사실 지방선거를 제대로 하려면 투표율을 높이는 게 관건입니다. 이번에는 투표일이 연휴로 연결됨에 따라 투표율이 낮을까 우려되는 점도 있습니다.

김사중 스탠더드에디터=지방선거의 본질은 기성 정치권이 기득권을 내려놓고 새 정치엘리트를 충원하는 과정에서 많은 국민이 정치에 참여하고 아래로부터의 의사결정 구조가 이루어지는 풀뿌리 민주주의입니다. 이번 선거는 이런 측면에서의 접근이 부족한 듯합니다. 누리꾼 역시 이런 본질적 논의보다는 기초선거 무공천과 관련한 여야 공방에 참여하면서 중앙정치의 대결장에 함께 빠져드는 형국입니다. 결국 누리꾼은 최근 논란이 국리민복보다는 선거에서 이기기 위한 정당의 유불리만 따지는 것 아니냐는 냉소적인 반응까지 보이고 있습니다. 풀뿌리 민주주의라는 본질적 관점에서의 비평과 보도가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김 위원=언론이 중앙정치 이슈를 주로 다루는 것은 이해할 수 있는 현실로 보입니다. 그러나 지향하는 것은 이상적인 역할이어야 합니다. 유권자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정보를 제공해주는 역할을 하려면 시민들이 정말 관심을 보이는 의제가 무엇인지를 기사화해야 합니다. 후보자가 제시하는 게 아니라 그 지역의 중요 의제가 무엇인지 언론이 먼저 제시해야 한다는 겁니다. 지방선거는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선거라는 것을 각인시키는 캠페인도 필요합니다.

윤영호 스탠더드에디터=주민자치의 원래 취지를 살리는 방향으로 보도를 해야 한다는 데는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그런 점에서 주간동아, 신동아도 반성할 점이 많다는 것을 인정합니다. 경마식 보도, 의제개발 소홀 등의 비판이 해당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현실적인 차원에서 보면 역시 독자들은 사람, 즉 후보자에게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현실을 잡지 제작에 반영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도 있습니다. 신동아 4월호는 서울시장 예비후보들의 아킬레스건에 대한 검증 기사로 관심을 모았습니다.

이 위원장=한번 방향을 바꿔 보는 것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번 지방선거, 중앙 정치를 바꿀 수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우고 보도 방향을 정하는 것도 생각해 봐야 할 시점입니다.

김 위원=후보자의 지지도에 대한 여론조사 대신에 정책 관련 여론조사를 보도한다면 독자들뿐만 아니라 후보자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정책을 발굴해서 시민들의 의견을 정리해준다면 시민이 원하는 쪽으로 선거 방향을 트는 데 도움을 줄 수도 있을 것입니다.

고 위원=문화정책을 예로 들면, 정권이 교체되면 피부로 느낄 만큼 큰 변화가 옵니다. 이전에는 예술단체나 예술가한테 지원하는 지원금이 중앙정부에서 결정됐지만 지금은 지자체에서 배분하는 곳이 많습니다. 문화예술가들이나 단체들은 지자체 정책에 따라 변화를 느끼지만 정작 지방선거의 중요성과 연결시켜 생각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이 위원장=그런 면에서 지방선거는 삶에 직접 연결되는 선거라는 점을 유권자들에게 인식시켜야 합니다.

―유권자 입장에서 신문기사 내용이 실제 투표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봅니까.

김 위원=중앙선관위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지지 후보를 결정하는 데 TV토론과 방송연설이 24%로 가장 영향이 큰 것으로 나와 있습니다. 다음이 후보자에 대한 언론 평가인데 21%로 뒤를 잇고 있습니다.

―지방선거가 처음 실시됐을 때 풀뿌리 민주주의가 얼마나 중요한지 논의가 활발했던 당시 초심으로 돌아가도록 언론이 제 역할을 해 주는 것이 필요해 보입니다.

이 위원장=지방자치는 지방분권이 돼야 합니다. 중앙정부는 외교 안보 등에 집중하고, 지자체 주민 복리 등의 권한은 대폭 이양해야 합니다. 그래야 선순환이 이루어진다는 점을 언론이 강조하고 시민들의 참여를 이끌어 내는 게 중요합니다. 중앙정치 무대에 있던 사람들이 지방선거를 발판으로 삼으려는 것도 언론이 지적해야 할 점입니다. 아래로부터 올라오는 것이 아니라, 중앙정치권에서 고위직까지 한 사람이 다시 도지사나 시장을 한다고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헌법이 추구하는 지방선거의 본질로 돌아가자’는 대의명분을 내세우고 국민을 참여시키는 방향으로 이끄는 것이 언론의 역할로 보입니다.

정리=김동원 daviskim@donga.com·우경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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