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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정치

장애인들 “박근혜 정부 복지 후퇴”

입력 2016-03-01 03:00업데이트 2016-03-01 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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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정부 3년 공약이행 점검]
중증장애인 지원 줄고 등급제 폐지 지지부진 기초급여는 2배로 늘어
19년 전 뺑소니 사고를 당해 목 아래 신체 부위를 움직일 수 없게 된 척수장애 1급 권오진 씨(44)는 지난해 12월 그날을 생각하면 정신이 아득해진다. 매캐한 냄새에 잠에서 깨어보니 전기가 합선돼 튄 불똥이 커튼에 옮겨붙어 연기가 나고 있었다. 손가락을 1mm도 움직일 수 없는 처지가 원망스러웠다. 인천시 ‘중증장애인 24시간(월 720시간) 활동 보조’ 시범사업에 따라 권 씨의 집에 교대로 상주하던 활동보조인이 곧장 불을 끄지 않았다면 큰 사고로 이어질 뻔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올해 2월 1일부터 권 씨에게 주어지는 활동 보조 지원은 시범사업 시행 이전 수준인 월 480시간(20일)으로 줄었다. 일과 중에만 활동 보조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된 것. 인천시가 2014년 11월부터 자체 예산으로 권 씨 등 중증장애인 3명에게 활동보조비를 지원했지만 지난해 8월 보건복지부가 “24시간 지원은 부적절하다”며 재검토를 권고했기 때문. 인천시는 지난해 시범사업 대상을 10명으로 늘리려던 계획을 철회했다. 권 씨는 “‘중증장애인 24시간 활동 지원’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정부가 지방자치단체의 자체 사업까지 막는 상황이 황당하고 막막하다”고 말했다.

29일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장애인 단체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장애인 공약 중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 것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주요 공약인 ‘장애 등급제 폐지’는 현재 논의가 지지부진하다. 정부는 지난해 하반기 시범사업을 벌이는 등 장애 등급을 현행 1∼6등급 대신 중증, 경증 2단계로 나누는 방안을 연구 중이지만 장애인 단체들은 “등급을 획일적으로 부여하는 데 따른 부작용이 재연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장애 등급별로 주어지는 복리후생비인 장애인연금 부가급여도 당초 공약(5만 원 인상)과 달리 2만 원만 올린 상태다. ‘공공의료체계 강화’ 공약의 일환으로 제시했던 장애인건강권법은 지난해 국회를 통과해 형식적으로는 공약을 이행한 모양새지만 시행 시점이 다음 대선 이후인 2017년 12월 30일이라 실제 장애인들이 체감하는 효과가 거의 없다.

다만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해 내걸었던 장애인 콜택시 확대는 지난해 기준으로 총 2298대가 도입돼 목표치의 82.5%를 달성했다. 장애인연금 기초급여도 기존 9만9000원에서 2014년 7월 20만 원으로 인상된 상태다. 복지부 관계자는 “중증 장애인 활동 보조는 재정을 고려해 24시간 활동보조인을 상주시키는 대신 현실적인 방안을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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