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10명중 6명 정당-계파 초월해 법안발의

  • 입력 2009년 3월 16일 02시 52분


■ 법안발의 연결 ‘허브의원’은 누구

한나라 김성수 안상수 - 민주 유선호 두각

약점 있는 일부 의원 ‘서명 선심’ 현상도

초선인 한나라당 김성수 의원은 매일 오전 5시면 국회 의원회관 지하 2층의 목욕탕으로 출근한다. 그는 목욕탕에 자주 들르는 여야 의원 100여 명에게 자신이 대표 발의한 법안의 서명을 부탁한다. 그는 또 의원회관 꼭대기인 8층에 사무실을 둔 의원들의 ‘최고위층’ 모임,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의원 등 농어촌 지역구 의원들로 구성된 ‘농어민 회생연구 모임’, 종친의원 모임 등에도 빠짐없이 참석하는 ‘마당발’이다.



지난해 12월 초 그는 ‘주한미군 이전에 따른 동두천시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대표 발의하면서 204명의 서명을 받았다. 모든 정당과 모든 상임위 소속 의원들이 포함됐다.

18대 국회의원 10명 중 6명은 소속 정당에 구애받지 않고 다른 당 의원들과 함께 법안을 발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아일보와 연세대 염유식 교수팀이 18대 의원 입법의 발의 과정을 분석한 결과 당내 법안 발의가 가장 활발한 정당은 한나라당이었다.

한나라당 의원 중에는 김성수 의원과 안상수 신상진 권영진 이한성 의원이 대표적인 당내 중개자 역할을 했다.

시기별로 나누면 18대 국회 개원 직후에는 안상수 신상진 김소남 이혜훈 김성호 김성태 의원이, 정기국회와 그 이후에는 김성수 권영진 안상수 이한성 손범규 고승덕 의원이 다른 의원보다 당내 중개자 역할을 많이 했다.

민주당 내에서 의원들과 활발히 교류하는 의원은 유선호 김종률 김성곤 양승조 강창일 의원 등이었다. 유 의원은 “법안 발의를 할 때 같은 당 의원에게 먼저 연락하고, 인원을 채우기 어려우면 광주 전남 의원들에게 중점적으로 협조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무소속 유성엽 의원은 자기가 속하지 않은 서로 다른 두 정당 의원들의 법안 발의 때 가교를 맡는 정당 간 중개자 역할을 많이 했다.

최근 민주당에 입당한 이윤석 의원, 자유선진당의 박선영 이명수 의원, 친박연대 정하균 의원 등도 비슷한 역할을 했다.

그러나 중개자 역할을 많이 한 의원과 입법 성과가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하급심에서 당선 무효형을 선고받아 재판이 진행 중인 의원들의 경우 쉽게 서명해 주는 경향이 있어 공동발의 서명이 필요한 의원들의 집중적인 공략대상이 된다.

친박연대 양정례 의원, 한나라당 구본철 전 의원은 5건의 법안을 대표발의 했지만 공동발의에는 각각 337건, 324건이나 참여했다.

의원들 사이에선 “법원에 제출할 탄원서에 서명이라도 받으려고 법안 발의 때 인심을 쓰는 경향이 뚜렷한 것 같다”는 얘기가 나왔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17대 법안발의 5728건-18대 3047건

누가 누구에게 서명 부탁했나 분석

국회법 79조에 따르면 국회의원은 10명 이상의 찬성으로 법안을 발의할 수 있다. 법안 발의 과정에서 의원들은 어떤 형태로 이합집산(離合集散)을 할까.

동아일보는 연세대 사회학과 염유식 교수팀과 함께 17대와 18대 국회의 의원 입법만을 추려 법안 발의과정에서 국회의원의 인적 관계를 컴퓨터활용보도(CAR·Computer Assisted Report)와 사회연결망분석(SNA·Social Network Analysis) 기법 등을 통해 분석했다. 염 교수는 미국 시카고대에서 네트워크 분석을 전공했다.

국회 홈페이지 의안정보시스템을 통해 17대 때 의원 입법 형태로 발의된 5728건과 18대 국회 개원 후 지난달 20일까지 발의된 3047건 등 8775건의 법안명과 대표 및 공동발의자 명단을 수집했다. 또 의원직 상실 및 승계자를 포함한 국회의원 622명의 성별, 학력, 선수(選數), 상임위원회, 당적 변경 현황, 이념, 연구모임, 당내 계파 정보를 추가로 모아 이 데이터를 교차 비교했다.

염 교수는 “국내에서는 그동안 법안 몇 개 또는 수십 개를 놓고 ‘좋다, 나쁘다’ 식의 규범적인 분석만 했다”면서 “17, 18대 국회의 법안 전체를 놓고 입법시스템을 분석한 이번 시도는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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