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열차폭발]화학약품 노출 수천명 후유증 클듯

  • 입력 2004년 4월 27일 18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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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류 운반용으로 보이는 대형 탱크가 북한 용천역에서 발생한 폭발의 충격으로 철로에서 멀리 떨어진 벌판에 날아와 박혔다. 25일 촬영한 이 사진은 인터넷에 공개된 용천역 주변 사진의 일부이다. -사진제공 제럴드 부르크 WFP
유류 운반용으로 보이는 대형 탱크가 북한 용천역에서 발생한 폭발의 충격으로 철로에서 멀리 떨어진 벌판에 날아와 박혔다. 25일 촬영한 이 사진은 인터넷에 공개된 용천역 주변 사진의 일부이다. -사진제공 제럴드 부르크 WFP
북한 용천역 폭발사고로 수천명이 화학약품에 노출되면서 후유증이 수년간 계속될 수도 있다고 국제구호단체 요원들이 26일 밝혔다. 또 사고지역의 불결한 식수와 열악한 임시주거 환경으로 인해 전염병이 번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국제적십자연맹(IFRC) 베이징(北京)사무소의 닐스 주얼 대표는 이날 폭발사고 희생자에 대한 지원을 당부하는 긴급 호소문에서 이같이 지적했다.

아이길 소렌슨 평양주재 세계보건기구(WHO) 대표도 “가장 시급한 문제 중 하나는 폭발당시 발생한 유독성 가스에 노출된 수천명의 피해자가 어떤 부작용을 겪게 될지를 규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가장 큰 걱정은 입원 중인 부상자들”이라면서 “질산암모늄에 노출된 피해자들이 향후 겪게 될 후유증에 대한 우려도 높다”고 덧붙였다.

그는 “질산암모늄에 노출되면 단기적으로는 피부 목 허파 등에 문제가 생길 수 있으며 시간이 지나면서 혈액의 산소공급 능력이 떨어져 결국 호흡장애와 혼수상태를 거쳐 죽음에 이를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사고지역의 전염병 발생도 안심할 수 없는 상태다. 사고현장을 방문하고 27일 베이징에 도착한 토니 밴버리 세계식량계획(WFP) 아시아국장은 식수 오염과 전염병 발생 가능성에 대해 “현재로선 없는 것으로 전해 들었지만 이재민들이 비가 내리는 추운 날씨 속에 불편한 주거환경에서 지내기 때문에 안심할 수 없다”고 밝혔다.

IFRC 등 구호단체들은 27일 마취제와 항생제, 특수 병원장비 등이 시급하다며 국제사회에 추가 지원을 호소했다. 현장 구호요원들은 “북한에는 외과용 봉합 실과 정맥주사액 같은 기본적인 의약품이 모자라 지원물품이 공급되기가 무섭게 소진되고 있다”며 “더 많은 식료품과 담요, 의약품이 당장 필요하다”고 전했다.

평양에 체류 중인 브렌든 맥도널드 유엔 인도지원조정국(OCHA) 조정관도 “북한은 의료체계가 열악할 뿐 아니라 전력과 용수공급 역시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김창국(金昌國)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차석대사는 26일 폭발사고로 인한 재산 피해가 3억∼4억유로(약 4100억∼5500억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김 차석대사는 연합뉴스와의 전화인터뷰에서 “가옥 1800여채와 공공건물 12동이 완파되고 주택 2000여채와 공공건물 10동이 부분적으로 파손됐다”고 피해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박길연 유엔주재 대사가 23일 얀 에겔란트 유엔 인도주의 업무조정관을 만나 피해상황을 설명하고 지원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한국의 주유엔대표부 관계자는 에겔란트 조정관이 북한의 신속한 구호지원 요청에 대해 “이례적인 일”이라면서 놀라움을 표시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앞으로 북한을 지원하는 유엔의 활동은 스위스 제네바의 자연재해대응팀에서 총괄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혜윤기자 parkhyey@donga.com

외신 종합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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