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받는 韓美 동맹]<5·끝>양국 전문가 진단

  • 입력 2003년 3월 6일 18시 53분


코멘트
▼한국▼

한국의 전문가들은 악화된 한미동맹을 전통적인 우호관계로 복원 및 발전시키기 위해선 먼저 미국과 한미관계의 현실을 정확히 인식하고 그에 입각해 시대변화에 맞는 동맹관계를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광동(金光東) 나라정책원장은 “미국이 편협한 일방주의로 비난을 받고 있지만 20세기 이후 파시즘 공산주의 독재에 맞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이끌어온 것만큼은 틀림없다”며 “기본적으로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질서와 미국의 실체에 대한 인정과 판단을 전제로 한미관계를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관련기사▼

- <4>과학적으로 본 北 핵개발 능력
- <3>北核을 보는 엇갈린 시각
- <2>對美인식 갈등빚는 한국사회
- <1>盧정부의 美외교라인

김 원장은 또 “그런 점에서 적어도 북한이라는 독재적이고 폐쇄적인 나라와 동등한 가치를 미국에 부여하는 것은 용납하기 어렵다”며 “세계적으로 반미를 해서 잘된 나라는 없다”고 말했다.

서강대 김영수(金英秀·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현재 한미관계는 외과수술이 필요할 만큼 갈라져 있어 유능한 외교력을 갖고 수술을 해야 하지만 수술 결과에 대한 기대가 높지 않다”며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을 개정하는 것만으로 한미관계를 과거의 상태로 회복시킬 수 없는 만큼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새로운 채널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한미관계의 올바른 미래에 대해 외교안보연구원의 이서항(李瑞恒) 교수는 “군사동맹도 중요하지만 이를 경제 사회 문화적 차원의 ‘포괄적인 동맹’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면서 “감정적인 반미로써 동맹의 변화를 추진해서는 안 되며 앞으로 불확실성이 깊어질 동북아시아의 변화에 대처하는 데 한미동맹의 장점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국대 고유환(高有煥·북한학과) 교수는 “한미는 상호이익을 위해 공존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며 “탈냉전 이후 미일간에 새로운 안보환경에 따른 신가이드라인이 등장한 것처럼 주한미군도 동북아 균형추로서의 역할을 새로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세대 이정민(李正民·국제대학원) 교수는 “한미간에 심각한 이견이 발생한 근본 원인은 북한의 위협에 대한 양국의 인식이 다르기 때문”이라며 “한미동맹을 복원하긴 위해선 북의 군사적 위협에 대한 우리측의 명확한 인식을 바탕으로 미국과 각종 정책에 관해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동국대 이철기(李鐵基·국제정치학과) 교수는 “이젠 한국과 미국이 국익과 가치의 차이를 인정하는 가운데 북한 핵과 주한미군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며 “북핵은 우리에게 생존이 걸린 문제인 만큼 정부가 무조건 미국에 끌려 다니기보다는 우리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견해를 밝혔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윤상호기자 ysh1005@donga.com

성동기기자 esprit@donga.com

▼미국▼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한미관계의 핵심엔 북한핵 문제가 있다며 한국의 노무현(盧武鉉) 정부와 미국의 조지 W 부시 정부가 이에 관해 공통의 입장을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 미국대사는 “한미관계를 개선하기 위해선 노 대통령이 북한에 대한 관심과 미국과의 동맹관계의 균형을 어떻게 유지하느냐가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앞으로 열릴 한미 정상회담은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며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의 2001년 정상회담이 부시 대통령 취임 직후 너무 일찍 열려 문제가 있었던 것에서 교훈을 얻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데이비드 스타인버그 조지타운대 교수는 “한미관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북한을 어떻게 대할 것인지에 관해 한미 양국이 공통의 합의를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노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이 각각 자국 국민에게 한미관계의 중요성을 잘 설득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또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의 조화가 한미관계의 가장 중요한 조건”이라며 “한미 양국은 우선순위와 중요도를 판단하는 데 차이는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의견이 모아질 것”이라고 낙관적인 전망을 제시했다.

로버트 아인혼 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연구원(전 미 국무부 차관보)은 “한국 정부는 북한핵 문제에 있어서 ‘채찍 없는 당근’ 전략은 효과적이지 않다는 점을 인정하고 남북관계는 북한핵 문제와 절대로 분리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특히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한핵 문제에 관한 공통의 입장을 만들어 내야 한다”며 “한미간 견해 차이는 한국에서의 반미감정을 자극하고, 동맹국들을 이간시키려는 북한을 자극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레온 시걸 미국사회연구소 동북아협조계획 사무국장은 “북-미간 협상이 없으면 북한은 핵개발을 밀고 나가 핵무기를 손에 넣으려 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미국이 협상을 꺼리는 태도가 한미관계나 미일관계를 악화시키는 만큼 미국이 북한과 대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시걸 국장은 “북한의 핵 개발 고백을 활용해 북한을 처벌하고 싶은 것이 미국의 대북 강경파들의 생각이겠지만 ‘죄와 벌’식 접근법보다는 외교적 ‘주고받기’가 지금까지 더 효과적이었던 만큼 북한핵 문제가 한미 동맹관계를 손상시키고 전쟁 위기를 초래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워싱턴=권순택특파원 maypole@donga.com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