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가 뒤안길]김창혁/『해태우승 말릴 수도 없고…』

  • 입력 1997년 10월 4일 20시 53분


『해태팀에 이번 만은 우승을 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할 수도 없고…』 국민회의 김대중(金大中)총재의 한 측근이 4일 아침 한 신문에서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전망―우승단골 해태 일단 유리」라는 기사를 읽고 혼자서 한 말이다. 연고지가 호남인 해태구단이 대선을 앞두고 또 우승, 호남팬들이 열광하는 모습이 전국에 방영되면 자칫 「호남경계심리」가 확산될 지도 모른다는 노파심에서 나온 말이다. 즉 프로야구의 「해태경계심리」가 「김대중(DJ)경계심리」로 발전,선거막판에 또 다시 「반(反)DJ정서」가 고개를 들지도 모른다는 걱정이다. 『실제로 92년 대선 때도 해태가 우승, 전라도 사람들이 흥분하는 장면이 TV에 잡히는 바람에 비호남지역의 「DJ경계심리」를 자극한 측면이 많았다』 이런 걱정을 이 측근만 하는 것은 아니다. 국민회의는 당원들에게 돌린 「홍보지침서」에서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할 때 김대중총재를 「선생님」이라고 부르지 말고 그냥 「DJ」라고 부르라』고 당부했다. 호칭문제 하나에서부터 「반 DJ정서」가 촉발될 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신한국당 이회창(李會昌)총재의 장남 정연(正淵)씨가 전남 고흥의 소록도에서 사회봉사활동을 시작하자 김총재가 직접 『마찰이 없도록 신경쓰라』고 「이례적인 지시」를 내린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혹시 현지에서 「마찰」이라도 생기면 그 불똥이 지역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다. 당 일각에서는 전국 각지의 호남향우회에 김총재의 당선가능성에 미리부터 「흥분」, 비호남지역을 자극하지 않도록 부탁해야 한다는 말도 나왔다. 「다 된 밥에 재 뿌릴라」―국민회의의 노심초사는 끝이 없다. 〈김창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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