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양심적 병역거부자’ 대체복무, 兵役 형평성 훼손 없도록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29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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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는 어제 대체복무제를 병역의 한 종류로 규정하지 않은 병역법 5조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고 국회에 내년 말까지 대체복무제 입법을 요구했다. 대체복무제는 군 입영 기피의 정당한 사유가 있는 사람들이 군과 관련 없는 시설에서 군 복무를 대신해 근무하는 것을 말한다. 헌재는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입영 기피의 정당한 사유로 볼 수 있음을 시사했다. 양심사유 병역거부를 우회적으로 인정한 것이나 다름없다.

헌재는 과거 2004년과 2011년 병역법에 대해 7 대 2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당시 결정문에서도 대체복무제의 실시를 전제로 양심적 병역거부 인정의 필요성을 거론하기는 했다. 그러나 헌법불합치 결정의 형식으로 국회에 대체복무제 입법을 요구한 것은 처음이다.

2015년부터 법원 하급심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무죄 판결이 급증했다. 이에 대법원은 8월 전원합의체에서 관련 공개변론을 한다고 밝혀 전향적 태도를 시사했다. 최근 법원 판결의 흐름도 헌재의 헌법불합치 결정에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헌재는 과거 대체복무제의 중요한 전제조건으로 ‘남북 평화공존 관계 정착’을 들어왔다. 남북 관계와 북-미 관계가 개선되고 있다고 하지만 아직 평화공존 관계가 정착됐다고는 말하기 어렵다. 헌재 결정이 현실보다 다소 앞서가는 감이 없지 않다.

우리나라에서는 한 해 300∼600명가량의 양심사유 병역거부자가 처벌을 받아왔는데 그중 특정 종교 신도가 아닌 사람은 5, 6명에 불과하다. 과거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분단을 겪고 징병제를 실시했던 독일에서도 없었던 이런 현상에 대해 우리 나름의 적절한 해법이 강구돼야 한다. 독일은 병역거부가 양심에 따른 것인지 판별하기 위해 어릴 때부터의 무력거부 성향 등을 면밀히 검토했다. 입대를 수년 앞두고 특정 종교의 신도가 돼 병역을 거부할 경우 이를 양심적 병역거부로 봐야 할지는 법원이 보다 신중히 판단할 사안이다.

대체복무가 인정되면 양심적이지 않은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급증할 수 있다. 남북 평화공존 관계가 정착되지 않아 군 병력 수요가 감소하지 않는다면 대체복무제 실시는 군복무 인력의 부족을 초래할 수도 있다. 병역 의무에는 무엇보다 형평성이 중요하다. 국방부는 대체복무자에 대해 보충역보다 긴 3년 근무를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정부와 국회는 대체복무제를 입법하면서 병역의무의 형평성과 군 병력 확보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데 만전을 기해야 한다.
#대체복무제#양심적 병역거부#병역 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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