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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사설]김정은-시진핑 전격 회담, 한반도 비핵화 전환점 돼야

입력 2018-03-28 00:00업데이트 2018-03-28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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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이 26일 특별열차 편으로 중국 베이징을 전격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과 첫 북-중 정상회담을 했다. 김정은은 어제도 중국 지도부와 연쇄 회담을 한 뒤 오후에 베이징을 떠났다. 과거 아버지 김정일이 이용하던 녹색 ‘1호 열차’가 움직였고 중국 당국의 국가원수급 의전과 삼엄한 경호가 이뤄졌다. 김정은의 방중은 2011년 말 김정일 사망으로 권좌에 앉은 이래 첫 해외 나들이다. 4월 말 남북 정상회담과 5월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먼저 전통적 우방인 중국을 해외 외교무대 데뷔지로 선택한 것이다.

한 달 앞으로 다가온 대형 외교 이벤트를 앞두고 북-중 관계의 복원 움직임은 예고된 일이었다. 하지만 김정은이 직접 중국을 깜짝 방문함으로써 또다시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한 대남 유화공세, 대미 화해공세에 이은 거침없는 대외 행보의 연속이다. 어떻게든 변화의 주도권을 쥐고 가겠다는 자신감의 산물로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어떻게든 지금의 난국에서 벗어나겠다는 다급함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 최고지도자의 중국 방문은 김정일이 2011년 5월 방중한 지 7년 만이다. 대남, 대미 관계 개선에 앞서 김정은 집권 이후 악화 일로를 걸어온 북-중 관계를 먼저 복원시킴으로써 좀 더 유리한 협상에 나설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결정일 것이다. 김정일도 2000년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을 먼저 방문해 장쩌민 주석과 만난 적이 있다. 김정은은 시 주석에게 한반도 정세 변화의 배경을 직접 설명하고 향후 중국의 지원을 요청했을 것이다. 특히 김정은이 우리 대북 특사단에 밝혔다는 비핵화 의지를 거듭 중국 측에 전달했을지 주목된다.

북-중 관계의 개선은 바람직하다. 중국은 그동안 북한 비핵화 프로세스와 평화협정 체결을 동시에 진행하자는 이른바 쌍궤병행(雙軌竝行) 해법을 제시해왔다. 문재인 대통령이 그리는 한반도 평화구상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는 데는 참전국 중국의 참여 또는 보장 문제가 걸려 있는 데다 궁극적으로 동북아시아 평화체제 구축에 중국이 빠지기 어렵다. 청와대가 “긍정적 신호로 본다”고 한 것도 이런 맥락일 것이다.

한편으론 북한과 중국이 다른 셈법을 가질지 모른다는 우려를 낳게 하는 것도 사실이다. 과거 곤경에 처할 때면 북한은 늘 중국을 도피처로 여겼고 중국도 북한에 숨통을 틔워주며 적당히 관리해온 북-중 관계의 떳떳하지 못한 역사를 떠올리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중국은 ‘차이나 패싱’ 우려를 지우려 다급하게 북한에 초청장을 보냈고, 북한은 미국에 대한 외교적 시위로 즉각 초청에 응했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안보라인이 초강경 매파로 채워지는 상황에서 북한이 느끼는 압박감은 어느 때보다 크다. 과거의 유혹에 빠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 그런 은밀한 퇴행은 북한을 나락에 빠뜨리고 북-중 관계를 악화시키는 결과만 낳았을 뿐이다. 중국은 이번에도 김정은 방중 사실조차 확인해주지 않고 관련 소식에 대한 인터넷 통제까지 하며 ‘깜깜이 예우’ 관행을 되풀이했다. 은밀한 교류가 마치 끈끈한 관계를 증명해준다는 식의 낡은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 이번 방중 이벤트가 불필요한 오해를 낳지 않도록 북-중 관계도 투명하고 정상적인 관계로 바뀌어야 한다. 아울러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를 거듭 확인해 되돌릴 수 없는 약속으로 만드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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