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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사설]성희롱 논란 중앙지법원장, 사법기관 수장 부적절하다

입력 2018-02-05 00:00업데이트 2018-0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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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기 신임 서울중앙지법원장의 과거 성희롱 발언이 논란이 되고 있다. 2014년 9월 23일 서울고법 행정7부 수석부장판사였던 그는 출입기자들과 판사 등 20여 명이 참석한 식사 자리에서 “남자가 여자를 만족시키는 데 뭐가 필요한지 아느냐”고 물었다. 곧이어 “신용카드 한 장이면 된다”고 자답(自答)한 뒤 의아해하는 사람들에게 “카드 크기가 딱 그렇다”며 남성의 특정 신체 부위 크기를 연상시키는 손동작을 했다. 민 법원장 맞은편에 앉아 있던 여기자 3명을 비롯해 참석자들은 얼굴이 굳어졌다. 일부 매체가 취재에 나서는 등 논란이 일자 참석자들에게 사과했다고 한다.

지금 법조계에선 서지현 검사의 성추행 피해 폭로를 계기로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법조인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자신의 경험담을 공유하는 글이 쏟아지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은 전국 판사의 10분의 1이 넘는 330여 명이 속해 있는 최대 규모 법원이고, 정치·사회적 파장이 큰 주요 사건의 첫 판단을 하는 곳이다. 그런 중차대(重且大)한 사법기관의 수장이 이토록 그릇된 처신과 성의식을 드러냈다는 것이 기막히다. 민 법원장은 김명수 대법원장 취임 이후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 재조사 위원장을 맡았고, 김 대법원장이 회장을 지낸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란 점에서 ‘코드’가 자질 검증을 가렸다는 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른 어떤 것보다 서 검사의 ‘미투’가 큰 파장을 일으킨 것은 검찰이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는 법 집행기관이라는 점 때문이다. 그리고 사법부는 검찰의 법 집행이 제대로 됐는지를 판단하는 곳이다. 사법부 구성원, 특히 고위 법관이 그릇된 성 인식을 갖고 있다면 성폭력 피해자의 구제는 멀어질뿐더러 자칫 2차 피해까지 불러올 수 있다. 고위 법관에게 일반인보다 훨씬 엄격한 도덕성이 요구되는 이유다.

사설
2년 6개월 전 대법원은 신입 여사원을 부른 뒤 문을 잠그고 속옷 차림인 자신의 몸을 주무르도록 한 회사 사장에게 “폭행이나 협박이 없었다”며 무죄를 확정해 여성계 등의 강한 반발을 산 일이 있다. 법을 다루고 판단하는 검찰과 법원부터 환골탈태해야 우리의 뿌리 깊은 남성 우월주의에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 그러려면 먼저 민 신임 법원장부터 거취를 고민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김 대법원장도 책임을 지고 민 법원장의 진퇴(進退) 문제에 역할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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