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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사설]私邸·의상실·대포폰·氣치료에 쓰인 국정원 특활비

입력 2018-01-05 00:00업데이트 2018-01-23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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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가정보원에서 특수활동비 35억 원을 받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어제 추가 기소됐다. 박 전 대통령은 이 돈을 비선 실세 최순실 씨가 운영한 비밀 의상실의 운영비, 대포폰 요금, 삼성동 사저 관리비, 기 치료 및 주사 비용 등에 쓴 것으로 드러났다. 전직 대통령의 은밀한 내역까지 온 국민이 봐야 하는 정치적인 현실은 씁쓸하지만, 국정원 특활비를 청와대 금고에 보관하면서 마치 ‘쌈짓돈’처럼 사적 용도로 꺼내 썼다니 충격적이다.

국정원의 ‘깜깜이 특활비’ 논란은 어제오늘 얘기는 아니다. 과거 정권에서도 ‘통치자금’이라는 미명 아래 청와대 활동비나 검경의 대공수사비로 지원하는 그릇된 관행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차원이 다르다. 청와대가 먼저 국정원에 매달 5000만∼1억 원씩 정기적인 상납을 요구했다. 또 이 돈을 사적으로 사용하는 과정에 최 씨가 개입한 정황까지 나오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그간 각종 혐의에 대해 “1원도 받은 게 없다”며 결백을 주장해왔다. 하지만 이번 검찰 수사 내용을 보면 ‘국고 농단’까지 저지른 셈이다.

허리띠를 졸라 세금을 낸 국민이 억울하지 않으려면 우선 관련자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국정원 특활비 의혹으로 ‘문고리 3인방’인 이재만 안봉근 전 비서관에 이어 친박(친박근혜) 핵심 실세였던 자유한국당 최경환 의원도 어제 구속됐다. 이들이 특활비를 어디에 어떻게 썼는지, 돈을 받은 사람이 더 있는지 낱낱이 밝혀야 한다. 국가 예산을 받아 사적 용도로 착복한 부분이 있다면 그 죄는 더없이 중하다. 한국당도 ‘정치 보복’이라며 반발만 할 것이 아니라 무거운 책임감으로 수사를 지켜봐야 한다.

사설
더 중요한 점이 있다. 정권이 국정원 특활비에 손대려는 유혹 자체를 제도적으로 막아야 한다. 안보상 기밀이란 이유로 ‘묻지 마’식 예산 편성에 이어 집행에 대한 사후 감사까지 빼주던 관행을 더는 방치할 수 없다. 최재형 신임 감사원장도 국회 인사청문회 당시 “(국정원 특활비에 대해) 감사 시도도 하지 않은 것은 매우 아쉽다”고 했다. 또 중대 기밀이 아닌 예산은 총액이 아닌 세목을 나눠 편성하는 개혁도 해야 한다. 정권마다 되풀이된 국정원 특활비 논란의 사슬을 끊으려면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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