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공유
공유하기
동아일보|오피니언

[사설]“북핵·미사일은 北-美 문제” 라는 靑의 무력감 토로

입력 2017-12-02 00:00업데이트 2017-12-02 00:00
읽기모드 글자크기 설정 레이어 열기 뉴스듣기 프린트
글자크기 설정 닫기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북한 화성-15형 미사일이) 가장 진전된 것임은 분명하나 재진입과 종말단계 유도 분야 기술은 아직 입증되지 않았고 핵탄두 소형화 기술 확보 여부도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북한이 ‘핵탄두를 탑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을 끝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별다른 이견을 제기하지 않았다고 청와대 측은 전했다.

한미 두 정상의 통화는 북한의 ICBM 도발 당일에 이은 연 이틀 통화인 데다 그간 둘 사이의 통화 가운데 가장 긴 시간 동안 이뤄졌다. 어느 때보다 긴장감 있는 대화가 오갔을 것이지만 청와대나 백악관은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 않았다. 청와대 측은 “해상봉쇄나 군사옵션 같은 얘기는 나오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지만 궁금증은 커질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이 김정은의 ‘핵무력 완성’ 주장을 믿을 수 없다고 강조한 이유는 분명하다. 문 대통령이 설정한 레드라인(금지선), 즉 ‘북한이 ICBM을 완성하고 거기에 핵탄두를 탑재해 무기화하는 것’까지는 아직 도달하지 못한 만큼 성급한 대응을 자제하자는 호소일 것이다. 나아가 북한이 ‘완성’을 주장한 것은 이제 핵·미사일 도발을 중단하고 협상 테이블에 나오겠다는 신호가 아니겠느냐는 기대도 담겨 있다.

미국에서도 두 가지 대북 대응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이젠 선제타격 같은 군사옵션을 실행할 때라는 북폭론과 지금이야말로 대화로 전환할 수 있는 기회라는 협상론이다. 문 대통령은 후자에 무게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전자를 선택할까 봐 극도로 우려한다. 북한의 ICBM 도발 직후 “미국이 선제타격을 염두에 두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고 서둘러 못 박은 것도 이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두 가지 선택 사이에서 고민할 것이다. 트위터에 쏟아놓은 김정은 비난을 보면 당장 본때를 보이고 싶은 생각이겠지만 참모들은 여전히 외교적 해법을 강조한다. 여기에 김정은은 대대적 평화공세와 대담한 도발 사이에서 충동질을 계속할 것이다. 그러면 상황은 군사적 충돌 아니면 극적 대화라는 양극단으로 전개될 수 있다. 두 시나리오 모두 우리에겐 ‘희생’과 ‘패싱’을 강요하는 악몽이다. 문 대통령의 고민은 여기에 있을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어제 “북핵·미사일 문제는 1차적으로는 북한과 미국의 문제”라고 했다. ‘우리로선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하소연이겠지만, 어느덧 ‘북-미 간 문제에 끼어들지 말라’는 북한 주장에 끌려가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남북 관계의 운전석에 앉겠다던 문 대통령이다. 제3자로 빠져 무력감만 토로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더욱 긴밀하게 협의하고 김정은에게도 엄중하게 경고하는 ‘중심 잡힌 외교’가 절실하다.

사설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댓글 0
닫기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