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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사설]‘월권 靑참모’에 ‘무능 강경화’… 외교참사 걱정된다

입력 2017-11-11 00:00업데이트 2017-1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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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새로운 아시아정책 개념인 ‘인도 태평양 전략’을 두고 청와대와 외교부가 엇박자를 노출했다. 청와대는 하루 동안 세 차례나 입장을 바꿨고, 외교부는 시종 갈팡질팡했다. 민감한 외교안보 정책을 놓고 청와대와 외교부가 사전 조율도 없이 딴 얘기를 하다 뒤늦게 수습하는 어처구니없는 모습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을 마치고 떠나자마자, 문재인 대통령이 아세안 순방을 시작하자마자 벌어진 일이다.

논란은 문 대통령의 인도네시아 방문을 수행한 김현철 대통령경제보좌관이 9일 브리핑에서 “일본이 일본·호주·인도·미국을 연결하는 ‘인도 태평양 라인’을 구축하려 하지만 우리는 거기에 편입될 필요가 없다”고 밝힌 데서 비롯됐다. 한미 정상회담 공동발표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동맹이 인도 태평양 지역의 안보, 안정과 번영을 위한 핵심축임을 강조했다’고 돼 있는 것과는 사뭇 다른 기조였다. 외교부는 김 보좌관 발언 뒤에도 “(인도 태평양 전략은) 우리 정책 방향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고 했다. 뒤늦게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나서 “발표문에 들어가 있지만 우리는 동의하지 않았다”고 해명했고, 다시 “좀 더 협의가 필요하다”고 수정했다. ‘참여 안 한다’에서 ‘동의 안 했다’로, ‘추가 협의 필요’로 바뀐 것이다.

이번 논란은 단순 해프닝으로 볼 일이 아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자유롭고 열린 인도 태평양’은 기존 ‘아시아 태평양’ 개념을 넘어 인도까지 포함시킨 새로운 아시아 전략이다. 당장 중국은 자신들을 포위·견제하기 위한 ‘아시아판 나토(NATO) 동맹’ 아니냐고 반발하고 있다. 언제든 심각한 미중 갈등으로 번질 수 있는 민감한 사안에 우리로선 전략적 모호성을 견지해도 모자랄 터에 불쑥 끼어들어 마치 중국을 향해 ‘우린 미국 편이 아니다’라고 속내를 드러낸 셈이 됐다. 주변국의 비웃음을 살 만한 아마추어리즘의 극치다.

더욱 큰 문제는 정부 외교안보라인의 현주소를 밑바닥까지 보여준 촌극이라는 점이다. 외교안보를 모르는 청와대 경제참모가 낄 데와 안 낄 데를 가리지 못한 데다 여기에 청와대 고위 관계자까지 끼어들어 논란을 키웠다. 외교안보야말로 전문성을 바탕으로 고도의 전략적 판단이 필요한 분야다. 얼치기 비전문가들의 월권부터 막아야 한다.

사설
청와대 참모진의 참견에 휘둘려 허둥지둥한 외교부는 또 어떤가. ‘외교부 패싱’이 일상화된 분위기다. 강경화 장관은 존재감도 없다. 중국과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합의엔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나섰고, 강 장관은 국회에서 이른바 ‘3노(NO) 원칙’을 읽기만 했다. 최근엔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 프로그램에 출연해 진행자가 방한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을 희화화하는데도 웃기만 하며 장단을 맞추는 듯한 장면을 연출했다. 이러다 돌이킬 수 없는 외교참사라도 일어날까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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