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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정치

[사설]국회에 임기단축 맡긴 朴, 탄핵이 ‘질서 있는 퇴진’이다

입력 2016-11-30 00:00업데이트 2016-11-30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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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이후 세 번째 대국민 담화에서 “여야 정치권이 논의해 국정의 혼란과 공백을 최소화하고 안정되게 정권을 이양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주시면 그 일정과 법 절차에 따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그간 퇴진이나 임기 단축에 부정적이던 대통령이 직접 퇴진 일정을 밝히지 않고 임기 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를 국회에 맡긴 것이다.

 박 대통령의 발언은 28일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 핵심 중진들의 ‘명예로운 퇴진’ 건의와 궤를 같이한다. 정치권과 언론 일각에서는 탄핵으로 갈 경우 국정 표류가 장기화하고 그 이후 대선도 파행과 갈등 속에서 치러질 수밖에 없다며 ‘질서 있는 퇴진’을 주장했다. 박 대통령의 제안에 야 3당은 일제히 비판하며 탄핵소추 추진을 밝혔지만 그럼에도 여야는 논의를 해볼 필요가 있다. 현행 헌법 어디에도 국회에 대통령의 임기를 결정하는 권한이 있다고 해석할 대목은 없다. 다만 박 대통령이 정치권에서 결정한 일정에 따라 물러나는 것은 정치적 결단이다. 대선은 대통령 퇴진 뒤 60일 안에 치르면 될 것이다.

 문제는 세 야당에 여당도 친박 비박(비박근혜)으로 갈라진 국회가 대선을 앞두고 정략적 계산 없이 대통령 퇴임 시기를 합의할 능력이 있느냐다. 국회가 대통령 임기를 결정한다는 것이 위헌 논란을 부를 수도 있다. 2005년 노무현 대통령이 ‘새로운 정치문화를 열어갈 수 있다면 2선 후퇴나 임기 단축을 할 수 있다’고 했을 때도 위헌 논란이 일었다. 당시 “가서는 안 되는 길”이라며 일축한 사람이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였다.

 결국 박 대통령은 개헌의 ‘개’ 자도 꺼내지 않았으나 개헌론에 불을 붙인 셈이 됐다. ‘법 절차에 따라’ 대통령을 물러나게 하는 방법도 탄핵 아니면 개헌밖에 없다. 당장 새누리당 친박계는 탄핵 대신 개헌을 통한 퇴진을 모색하자고 나섰고, 탄핵에 찬성하지만 개헌도 중요하다는 새누리당 비박계와 더불어민주당 비문(비문재인)계도 동요하는 상황이 됐다. 탄핵소추 의결 정족수인 200명(재적의원 3분의 2)을 채우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해야 할 비박계 비상시국회의에서 ‘여야가 12월 9일까지 대통령 임기 단축 일정에 합의하지 못할 경우 탄핵한다’로 의견을 모아 탄핵 일정 조정은 불가피해졌다.

 만일 탄핵을 모면하고 ‘개헌 대통령’이 될 정략으로 임기 단축을 말한 것이라면 박 대통령은 성공했다. 어제 담화에서도 박 대통령은 주변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잘못만을 말했을 뿐, 대통령의 권한을 비선 실세 최순실 씨에게 상당 부분 위임함으로써 헌법을 위반하고 국민의 신임을 배신한 잘못은 인정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이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가장 드라마틱하게 보여줌으로써 개헌의 필요성을 절감시킨 것도 사실이다. 다만 야권 대선 주자들의 강한 반대로 개헌 추동력을 얻을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헌법적 정당성을 잃은 대통령이 자리를 지키면서 여야가 개헌을 통한 임기 단축을 합의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촛불 민의에 합당한지도 의문이다.

 우리 헌법에는 명백하게 대통령의 퇴진 절차가 명시돼 있다. 즉각 퇴진, 아니면 탄핵이다. 헌법에 명시된 탄핵 절차를 따르는 것이야말로 헌정 질서에 맞는 ‘질서 있는 퇴진’이다. 개헌도, 검찰 조사 수용 여부도 말을 바꾼 박 대통령이 임기 단축을 놓고 말이 바뀌지 말란 보장이 없다. 여야가 대통령 임기 단축 논의를 하고 개헌을 추진하더라도 현행 헌법에 따른 탄핵소추로 박 대통령을 압박해야 한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과 그 이후 60일의 대선 과정을 감안하면 5, 6개월의 시간은 ‘벼락치기 대선’과 거리가 멀다.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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