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총선을 ‘대통령의 선거’로 끌고 가는 이유가 궁금하다

동아일보 입력 2016-03-17 00:00수정 2016-03-17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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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부산을 찾았다. ‘3·15 비박(비박근혜) 학살’이란 오명을 덮어쓴 새누리당 7차 공천 발표 바로 다음 날이고, 선거 불공정 논란을 빚은 대구 방문 엿새 만이다. 청와대는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 개소 1주년에 맞춰 이뤄진 것”이라며 선거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찾은 사하사랑채 노인복지관에는 지역구에서 공천 경쟁을 벌이는 친박(친박근혜) 허남식 전 부산시장이 모습을 보였다. 창조경제센터가 있는 해운대갑과 그 옆 기장군에도 진박(진짜 친박) 예비후보들이 경선에 나선 상황이다. 선거를 코앞에 두고 대통령이 굳이 지방을 찾는 것은 공정성 시비를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그러지 않아도 시중에는 ‘이번 총선은 박근혜 선거’라느니, ‘공천이 아니라 박천(朴薦)’이라는 얘기가 파다하다. 박 대통령에게 미운털이 박힌 인사들이 사실상 모조리 컷오프(공천 배제)됐기 때문에 ‘보복 정치’라는 말도 나온다. 2008년 18대 공천에서 친박 인사들이 대거 공천에 탈락했을 때 당시 박 대통령은 “국민도 속고 나도 속았다”는 말로 국민의 정서를 자극했다. 그 뒤 상당수가 살아 돌아왔고, 19대 총선에서 친이(친이명박)계에 보복도 했으며, 마침내 대통령에 당선됐으니 이제는 그 보복을 끊어야 했다. 그런데도 ‘진박 마케팅’이라는 비판까지 들으며 지방 방문을 계속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박 대통령이 4·13총선에 매달리는 것이 후반기 국정 운영의 동력을 잃지 않기 위해서라는 설명도 있다. 그러려면 야당의 협조가 필요하지만 여권 전체의 도움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 사람의 마음이라도 더 얻어야 하는데 정치 보복 공천으로 분열의 골이 깊게 파여서야 어떻게 국정에 협력을 이끌어낼지 걱정이다.


그렇게 밀어준 진박 또는 친박 후보들이 언제까지 충성을 바칠지도 모를 일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17대 총선을 앞두고 열린우리당 지지를 호소했다가 탄핵소추까지 당했다. 그 역풍으로 당선된 운동권 출신 ‘탄돌이’ 의원들로부터 임기 말 철저히 배신당한 것을 박 대통령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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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총선에 집착하는 것이 집권 후반기의 레임덕(권력누수) 방지를 넘어서 퇴임 후 정치 세력화를 겨냥하는 것이라는 관측도 없지 않다. 이번 지방 행차는 TK(대구경북)에 이은 PK(부산경남) 방문이라 지지기반인 영남의 세력화에 나선 것 아니냐는 설도 무성하다. 대통령이 사심 없이 국정을 운영하면 여당은 물론이고 국민도 대통령의 편이 된다. 그런데도 굳이 총선 개입 논란을 자초하는 것이 대통령에게 무슨 도움이 될지 의문이다. 정치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국민의 정치 수준이 훨씬 높다는 것을 대통령부터 깨달았으면 한다.
#컷오프#보복 정치#레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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