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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사설]4·3 국가기념일 지정 앞서 찬반 의견 충분히 들어야

입력 2014-01-18 03:00업데이트 2014-01-1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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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4·3 희생자 추념일’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하는 취지의 대통령령인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제주 4·3사건의 희생자 추모 행사를 종래의 민간 차원에서 격상시켜 국가적 차원에서 치르겠다는 것이다. 당시 억울하게 희생당한 사람들의 한을 풀어주는 일은 다수 제주도민의 숙원이고 국민 화합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2년 12월 대선 유세 때 “4·3사건은 전 국민의 가슴 아픈 역사”라며 “제주도민의 아픔이 해소될 때까지 계속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국가기념일 지정은 또 다른 문제다. 1948년 제헌국회 구성을 위한 5·10총선 일정이 공표되자 북한과 연결된 남로당은 2월 7일 폭동을 일으킨 데 이어 4월 3일 제주도내 11개 경찰관서를 습격하는 등 대한민국의 건국을 방해하기 위해 총력전을 폈다. 김달삼을 비롯한 남로당 제주도당 주요 인사 6명은 그해 8월 북한 해주에서 열린 남조선 인민대표자회의에 참석했다고 제주 4·3평화공원에도 기록돼 있다. 대한민국 건국을 위한 총선에 대해서는 무력을 동원해 저지 투쟁을 벌인 지휘부가 북한 건국을 위해서는 위험을 무릅쓰고 행사에 참석했다. 이런 역사 때문에 4·3의 국가기념일 제정에 비판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이 많은 것도 현실이다.

국민의 저항운동을 기리는 국가기념일로는 4·19혁명, 5·18민주화운동, 6·10민주항쟁이 지정돼 있다. 한국 민주화에서 중요한 분기점이 됐던 사건들이다. 하지만 4·3의 성격은 이와 다르다. 4·3의 국가기념일 지정은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정체성, 헌법적 가치와 관련해 적잖은 논란을 부를 수 있다. 정부가 명칭을 ‘4·3 희생자 추념일’로 한 데서도 고심의 흔적이 엿보인다.

일부 보수단체는 벌써 반대운동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2001년 9월 27일 특별법 위헌심판 청구를 각하하면서 “헌법의 기본원리에 따라 사건 발발 책임이 있는 남로당 제주도당의 핵심 간부, 주도적·적극적으로 살인·방화 등에 가담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본질을 훼손한 자들을 희생자로 결정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제주도 주민의 의견도 전부 같지는 않다. 4·3 주도세력에 의해 희생된 사람들의 유족은 4·3의 국가기념일 제정에 동조하지 않는다.

사설
4·3의 국가기념일 지정은 다음 달 26일까지 국민 의견을 듣는 행정 절차를 밟은 뒤 국무회의 심의 및 박 대통령의 재가와 공포를 거쳐 확정된다. 이 기간에 정부는 다양한 의견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것이 국가적 갈등을 줄이고 희생자들의 넋도 위로할 수 있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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